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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15 (젊은)꼰대백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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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봐가며 꼰대 짓 하는 젊은 꼰대

 

 결혼이라는 관계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 중에 아주 특이한 사람이 한 명 있다. (결혼 후 알게 된 사람들이 거의 다 특이하기는 하다.) R과 내가 비슷한 처지 였음에도 서로 불편한 관계였던 이유가, 지나고 보니 R이 온갖 꼰대 질을 유독 나를 향해서만 해댔던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R은 주위 사람들에게 비위를 맞추는 것이 습관이었던 사람으로 내가 지금까지 만났 던 모든 이들 중 최고의 아첨꾼이다. R은 상대방에게 밑도 끝도 없이 듣기 민망할 정도의 칭찬을 해대기가 입에 배었던 사람 이었다. R과 처음 만났을 때 나에게도 밑도 끝도 없이 황당하기까지 한 칭찬 세례를 했었다. R은 처음 만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자주보는 주변 사람들에게조차 갑작스런 외모 칭찬부터 성격 칭찬까지 듣기 민망할 정도로 아부를 해대었는데, 그 아부는 과장을 넘어서 거짓말에 이를 정도가 많았다. 가게에서 점원이 고객에게 당장 무언가를 팔기 위해 하는 칭찬도 과장이 지나치거나 과도하면 거북하고 불쾌하다. 칭찬 이면에 숨은 다른 속셈이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R의 가식적인 칭찬이 정말 본심인지 궁금했고 그렇게까지 상대가 거북할 정도로 칭찬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그러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면 서 칭찬 세례가 자신에 대한 자랑질과 나를 향한 꼰대질로 점차 바뀌었는데, 내가 찾아낸 이유는 이랬다.

꼰대 R이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나에게까지 그렇게 칭찬을 해 주었는데도 나로부터 되돌아오는 반응이 시원치 않다 느꼈던 것, 그리고 R의 관점에서 서열의 끝인 나한테까지 더 이상은 위선적인 아부를 해대기가 싫었던 두 가지 이유였다고 나는 짐작한다. R이 주변 사람들에게 아부를 해대는 것만큼 자신도 그 만큼의 아부 서비스를 나로부터 누려 보고자 기대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얼마 못 가 완전히 상반된 행동을 시작했는데, 결국 R은 내 앞에서만큼은 아부를 완전히 중단하고 숨겼던 본심을 드러냈다. 그의 본심은 아부 대상이었던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었고 짜증이었으며 뒷담화였다.

R의 목적이 본인을 통해 정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내가 간신히 찾아낸 이유는 바로 이 것이었다. R은 결혼으로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그들에게 맹목적으로 잘 보이고 싶었고, 또 동등하지 않은 위치에서 오는 여러 상황적 억울함과 뒤따를 비난 등을 피하고 싶었던 목적이었다고 추측한다. 거기에 내가 모르는 어떤 거래가 오래 전부터 그들의 관계 속에서 있었음이 확실했다. 가식적인 아부가 몸에 배었던 R은 그렇게 아부함으로써 주변으로부터 듣기 싫은 잔소리와 비난을 피하고 나름 영리한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로 기어이 해오면서 살아 왔던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할 줄 아는 자신의 사회성이 대단하고, 자신이 아주 사교 적인 능력자 라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했다. 아쉽게도 아무도 R의 그런 애씀을 인정하거나 추켜 세워 주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겸손한 척도 하려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아부 세례를 일상적으로 받아 온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R의 립 서비스를 즐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R에게 그다지 특별 배려를 해주는 것도 없어 보였다. 그래도 R을 덜 비난하고 조금은 친절하게 대하려고는 할 때도 있었 지만, 의미 없는 칭찬에 익숙해져서 인지 사람 봐가며 함부로 타인을 대하는 그 집단 전체의 원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R은 애써서 헛수고를 한 것이다.

그런 R이 내가 아부에 낚이지 않자 언제부턴가 내 앞에서 일장 연설로 꼰대 짓을 시작했다. 내가 R 의 마음에 들게 행동하지 않고 소위 싸가지가 없다며 비난했다. 나는 R에게 아무 것도 묻지도 않았고 그 어떤 주제에 대해서 의견을 구하지 않았는데도 언제나 혼자 시작하던 R의 일장 연설의 배경에는 너는 나 보다 한참 모자라다는 설정이 깔려 있었다. 나와 고작 몇 살 차이 밖에 나지 않았던 R은 그의 말 만 놓고 보면 R은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겪었고, 누구보다 도 다양한 인맥을 보유하였으며, 세상의 모든 기막힌 묘수와 노하우는 다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참 어이없게도 R이 가장 강력하게 나와 비교 우위에 있음 을 강조하는 근거는 바로 돈이었다. 자신이 나보다 돈을 많이 벌고 재산이 많기 때문에 R에게 있어서 나는, R의 조언을 넘어선 생명수 같은 설교를 새겨 들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의 모든 가치를 돈에 두었던 사람들 중 일부는 겉으로는 돈이 전부가 아니 라고 부정하는 척 하며 돈과 물질을 추구하고 집착 하는 모습을 숨기려고 하지만 금새 들통이 난다. 이런 속물 허풍쟁이는 나 같이 말보다 행동에 주목하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발각되기 쉽다.

어디서 상을 치렀는데 집안 싸움이 나서 누가 얼마를 챙겼네 하며 돈 때문에 벌어진 흔한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 와서 나에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R보다 서열 높은 사람 S’를 향해 직접 비난을 하지 못했던 R, 대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만만한 나를 향해 너 돈 밝히면 안 된다. 남의 돈이 다 네 건 줄 아냐, 그렇게 살면 안 된다!’ 며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그 순간 세상 황당했던 나는 그 날에서야 R의 밑바닥 꼰대 모습을 낱낱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던 그 나이만 많던 높은 서열 S’화난 꼰대 R’S 자신이 아닌 나에게 버럭 화를 내자 내 눈치만 살피며 더 이상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모두 나이만 많고 못난 사람들이 모인 곳이 된 이유와 어디서부터의 책임인 지를 그렇게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내가 반복된 경험으로 안 것은, R은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일상적으로 아부와 거짓말을 했고 오로지 나 에게만 솔직했다는 것이다. 꼰대R이 하는 이상한 행동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던 나는 계속 R을 마주 쳐야만 하는 관계에 지쳐 갔었고, 그래서 한 번 R을 이해해보고자 심리 관련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자신 보다 서열이 높은 사람, 즉 잘 보여두면 여러모 로 유용한 권력을 쥔 자에게 기회만 있으면 비위를 맞추고 가식적인 칭찬을 남발하고 마치 보험처럼 관계 를 설정해두려 하지만, 자신보다 서열이 낮은 사람이나 이용 가치가 없어 보이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솔직함 을 넘어 예의 없이 행동하는 R의 심리가 무엇 인지 이해하고 싶었다. 멀리도 아닌 내 근처에 있었던 그 꼰대R은 칭찬이나 비난 모두를 자신에게 유리한 쪽 으로 사용하는, 눈치가 빠르고 아주 계산적인 사람이었 고, 사람들을 잘 다루는 방법인 칭찬과 비난, 둘 다에 아주 능숙한 사람이었다. 타인의 가치관이나 성격, 기호 등을 눈치 빠르게 파악하여 이를 서로간 관계 발전을 위해 사용하기보다는 오로지 자신에게 유리 하게 사용하고자 했던 것이었다. 타인에 대한 아무런 공감 없이 오로지 어떻게 이용하면 자신에 유리할 지만 계산하는 사람이라고 밖에, 나는 다른 이유를 찾을 수 가 없었다.

R이 함부로 대해도 별 문제가 없어 보이고 실제로 아무 권력도 없었던 나에게 마구 스트레스를 풀어 대었던 이유 역시 결국 R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마음에도 없는 칭찬을 하는 것이 입에 착 붙어 습관이 되었어도 타인 눈치 보기, 비위 맞추기 같은 감정 소모 는 R에게도 역시 스트레스는 스트레스였던 것이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눈치를 보며 살아야만 했던 R이 처한 상황이나 성장 환경이 짐작 가기도 했다. 나름 절박 했기 때문에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성찰은 스스로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돈이 많다고 으스대는 R이 제공하는 아부와 혜택을 당연 하다는 듯 즐기는 S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 R 보다 더 사악해 보이기도 했다. R은 이미 다 자란 성인으로 서 스스로 깨닫고 성장해야 하는 부분은 외면하고 오로지 눈 앞의 이익 만을 계산하고 순간적 불편함을 모면하며 살기에 급급한 안타까운 사람이었다. R에게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란 진심을 공유하며 멀리 보고 계속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처리해야만 하는 고객센터 전화 항의 내용 같은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의 권력자에게 아부와 가식적인 칭찬을 탁월하게 잘 하는 이 꼰대R’을 칭찬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실제 있었다.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는 이기적인 사람들은 입 안의 혀처럼 구는 자를 앞에 두고 싫다는 내색을 하기 힘들다. 또 공감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왜 그들이 아부를 하는 지에 대해서조차 깊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론 아부에 대해 충분한 대가를 쳐 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은 끊임없이 주변에 칭찬 을 남발하고 그렇게 하는 자신을 자화자찬했다. 수 십 개의 미끼를 던져서 단 몇 마리라도 잡아 보려는 마음 이었을까. 그런데 거기서 끝나지 않았던 이해 못 할 점 은, R은 사람들의 면전에 대고는 그렇게 아부를 하고 듣기 민망할 정도의 칭찬을 쏟아 내지만 뒤돌아 서서는 바로 방금했던 말과는 완전히 다른 소리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뒷담화를 하지만 R은 앞 뒤 말 전환이 아주 빠르고 대담하고 익숙했으며 내가 만났던 세계 최강으로 이중적인 사람이었다.

유독 만만한 나에게만 속마음을 보이고 아무렇지 않게 양면성을 드러내었던 R을 나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었다. 어떤 것이 진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두 얼굴을 가졌던 R의 그 어떤 말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었다. 눈치 빠른 R도 자신을 이상한 시선으로 쳐다 보고, 자신이 영혼까지 털어 애써 칭찬 아부 잔치를 벌이는 동안 맞장구를 쳐 주기는커녕 모른 척 하고 있는 나를 싫어했다. 그래서 만만한 나 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행동했던 것 같았다. R이 진심을 담아 주변 사람들을 칭찬한다 라고 내가 느꼈 더라면 나는 그를 한결 같은 사람, 인상적인 사람이라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뒤돌아서서 바로 다른 소리를 하는 R 을 보며, 언젠가 내 앞에서 굳이 안 해도 되는 칭찬을 던지고는 뒤돌아서 전혀 다른 본심을 드러냈을 R을 상상하니 아주 불쾌했다. 그래서 아부 잘 하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앞에서는 웃지만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기 때문 이다.

처음에는 뭐지? 하며 당황했지만 지나고 보니 젊은 꼰대는 이렇게 내 근처에 아주 가깝게 존재하고 있었 다. 상대를 잘못 골랐던 R에게 나는 더 이상 대화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R의 말대로 ~참 윗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고 굳이 생각해서 해주는 말씀을 감사하게 잘 들었더라면”, 다시 말해 내가 생각을 고쳐 먹고 R의 꼰대 짓을 적당히 받아 주었더라면, “약간의 금전적 물질적 혜택이라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R은 나를 향해 답답하다 혀를 차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답답한 사람은 내가 아닌 R이었다. 자신의 있는 그대로 모습이 아닌 가면까지 써 가며 애써 타인에게 아부하고 비위를 맞추어야 비로소 자신 의 존재감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믿고 살아온 R의 삶 은 안타깝기도 했지만,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이기적인 처세의 부끄러운 민낯을 R을 통해 적나라하게 느꼈다. 끊임없이 주변 사람으로부터 얻을 이익과 혜택에만 관심을 두었던 R, 아부가 통하는 사람들과 여전히 어디선가 돈 잘 벌고 살고 있을 지는 모르지만, 돈 외에는 중요한 가치가 없어 보였던 R 이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았을까 궁금하다.   

나이 든 꼰대는 아무에게나 꼰대 짓을 벌이고 세상 전부를 우습게 여기는 듯 보이나 젊은 꼰대는 아무 에게나 꼰대 짓을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을 자신의 위와 아래로 분류하고 구분하여 막 대해도 손해가 없을, 만만하고 적당한 대상을 찾아 꼰대 짓을 저지른 다. 서열 속에 스스로를 가둔 꼰대에게는 꼰대 짓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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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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