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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를 지칭하는 유럽과 미국은 그들의 역사적 발전을 유일한 표준 모델을 가지고 있다.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문화적 확산을 수백년에 걸쳐 서서히 단계적으로 겪어왔다. 하지만 한국은 서구가 수백 년 동안 거친 개혁과 변혁을 50년이라는 극도로 짧은 시간 내에 차례차례가 아닌 한꺼번에 달성해버렸다.
서구적 모델에서는 산업화 이후 민주화, 그 이후의 고도 사회 안정화가 순차적 공식이지만, 한국은 놀라운 발전(경제발전) 속도 속에 정신까지 바짝 차리며(민주화) 서구의 공식을 넘어버렸다.
서양은 중세까지 기독교로부터 절대적인 지배를 받았고, 근대에 이르러 개인주의, 서양 자유주의, 그리고 이어지는 국가 권력에 대한 견제를 발전시켜왔다. 그러나 한국의 발전은 강한 국가 주도형 기획과 집단주의 라는 전통적 가치를 교육열이 이끄는 형태를 보였다. 서구 관점에서는 이런 발전이 현재 중국이 보이고 있는 전근대적 요소나 독재국가 경제로 단정짓기 쉽다. 실제로는 정부-기업-국민이 자발적, 혹은 집단주의에 이끌려 단결해 이룬 공동체의 성공이다.
아직도 서구는 세상이 서구 중심으로 돌아간다 믿는다. 자신들이 세상의 주인이며 자신들의 선택이 인류의 방향이라 믿는다. 미국은 자국 부채 스트레스를 동맹국들에게 풀며 누가 대빵인지에 대해 계속 소리지르고 있고, 유럽은 가난하고 불안한 현실을 과거 번영의 그림자에 숨기고 갈길을 잃고 말았다.
지난 서구의 발전을 보면, 다른 대륙으로 쳐들어가 같은 인간인 노예를 잡아다 죽이고, 모자라다 싶으면 개의치않고 남의 나라에 쳐들어가 가져갔다. 그러면서 돈도 가지고 여유도 생겼고, 여러 기계들까지 만들어 내, 발전은 이렇게 하는 거라는 공식을 세웠다.
아시아의 너무 다른 문화를 접하며 마치 신화를 뜻하는 듯한 오리엔탈리즘 이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이해를 멈췄다. 대신 많은 학자들이 자기이해에 몰두했다.
모든 비서구권은 서구의 과거를 따라해야만 발전한다고 믿었고, 그 선입견이 깨지는 경험을 못했으니 종교의 교리로 갖다붙었고도 남았다. 서구 자신들이 규정한 규칙과 한계를 넘어서는 한국의 발전 양상을 기존 서구 이론 틀에 억지로 맞추어 보고 판단하거나 이상한 돌연변이 예외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한국이 단순히 서구를 따라가는데서 멈추지않고 새로운 길을 만든 것을 서구는 쉽게 폄하한다. 서구가 이룩한 산업 발전과 정치제도의 추격을 넘어, 매력 터지는 문화와, 첨단 산업과 전통산업의 공존, 디지털 문화, 안전한 치안까지 서구의 기준을 넘는 현실을 한국은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다. 서구 역사관에서 자신들의 발전 모델이 유일한 인류의 정답이 아님을 증명하는 강력한 반례인 한국을 받아들이는데 게으르거나, 그냥 무시하거나, 별도 목록에 넣어두고 닫아버리기 쉽다.
그런 게으름은 한국을 매우 단편적으로이해하게 하고, 제멋대로 생각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 멋지고 매력적인 주인공만 보고 한국 남자들은 다 저럴 거라는 드라마 오리엔탈리즘, 한국인들의 매끄러운 피부를 보고 성형과 시술에 중독된 자아없는 사람으로 보는 질투. 솔직히 말해.
서구 근대철학에 쳐발쳐발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더이상 한국 사회와 겹쳐지지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기존 가치를 해체한다는 이론이다. 강력한 서구 기독교 문명이 구축해 온 특정 전제들에 대한 반발과 해체에서 나온 이론이라 구조와 역사 자체가 다른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서구 포스트모더니즘은 넘어 라는 뜻의 포스트에 근대적 가치인 모더니즘이 합쳐져서 기독교와 계몽주의를 넘어섬을 의미하는데, 전쟁 후 사회 자아 분열 속에 정신을 붙들고자 학자들이 붙인 이름이다. 한가지 거대 구조 절대적 진리는 없고 세상에는 다양한 구조와 가치가 있다는 것.
갑자기 다른 말이긴 한데, 포스트모더니즘이 페미니즘에 들어오면, 페미니즘 이론이 주장하는 길러진 성이라는 젠더에 부여된 역할이, 그 거대 구조가 부인되어 여성이 생물학적 성별이 성역할과 분리되는 이상한 말이 되어버린다. 라고 할뻔! 아무튼 한국에 포스트모더니즘이 딱 들어맞지 않는 이유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가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개인이라는 가치가 뿌리내리고 근대성을 다시 세워하는데, 천부인권, 법제도가 사회를 지배하기 전에 없는 뭐를 해체하자는 것이 안 맞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강력한 작용은 종교에서 왔다. 신이 무엇이라고 명확하지 않은 한국에서 유교, 불교, 도교, 무속은 해체할 구조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미 다양한 구조가 있었다.
오히려 근대 이후로 돌아가려는 기독교근본주의가 시간의 불가역성을 거스르고 있다.
한국인들은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속에서 입체적 시각,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라 자신을 다르게 표현하기를 자연스럽게 훈련해 왔다.
한국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말하는 파편화나 상대주의 를 이론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전통적으로, 산업화의 발전 속에서 몸으로 경험해왔다
전통을 잘 활용하고, 근대성을 추억하고, 첨단산업을 열망한다. 그 근본에는 절대적 공동체 가치보다는 생존-돈이 먼저 있는 것 같다.
AI가 우리에게 바짝 가까이 오고 있는데 서구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다. 새로운 관계를 반기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은 일단 가보자는 호기심을 발휘하고, 과거 서구열강에 침략당하고 모욕당한 경험을 다시하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고리타분한 유교이론이나 불교의 허무성을 정리하는 이론적 해체에 시간을 들이기보다, 불확실한 환경 속에서 빠르게 판을 새로 짜는 상황적 실용주의자들이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도 없는 멍청이들이 아닌 것은 불타는 교육열의 끝에서 여전히 지성을 원하고 남들하는 것은 따라 하려고 한다. 많은 서구인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주어졌을 거라 믿는 소명만을 끌어안고 외로워하는 동안.
케이팝 남자 아이돌들보고 다 게이같다는 조롱은 불과 몇년만에 조용해졌고, 한국여성들이 화장과 성형에 미쳤다는 조롱은 자기관리로 조용히 교체되고 있다. 서구가 한국을 따라오건 말건 우리는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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