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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0.29 [출간] 꼰대백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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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은 꼰대를 만나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도 억대 수익자가 나와야 된다니까요. 유튜브에 별 것도 아닌 영상 올려서 억대 수익을 내는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딱 봐도 성공했다 는 사람이 나와주면 이 판에서 이야기가 달라지죠. (중간에 내용 많았음) ...... 사이트에 새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런 걸 왜 하나 싶은 것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해외 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유리하죠. 그런데 어떤 분야 라고 하셨죠? 뭐 궁금한 거 있으시면 제가 도와 드릴 수 도 있고요. 제 경험을 살려서 컨설턴트나 플래너도 생각 중이거든요. 그리고 얼마 전에 새로 시작한 게 있는데 아이디어가 좀 특별한 편이에요. 그래서 주변에서도 그러 고 좀 잘 될 것 같은 전망인데, 혹시 제 서브(보조)에 관심 있으신지?......”

 지난 여름 어느 모임에서 참석자들 간에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만난 한 30대 초반의 남성은 아주 기세 등등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 자리는 관심사가 같은 사람끼리 서로 교류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였었는데, 마치 채용 박람회장이라 생각한 듯, 마치 누군가 자신을 뽑아 주기를 바라며 셀프 홍보를 하듯이 능력을 어필 하는 그 남성의 모습에 내가 뭘 잘못 알고 여기 온 건가 머리 속으로 초대 이메일 내용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만약 정말 도심 컨벤션 센터의 취업 박람회 행사장이었다면 이 남성 같은 지원자에 관심을 보이는 채용 담당자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거가 있건 없건 간에, 자신감과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그것 도 ‘젊은’ 남성은 고용주 입장에서는 매력적이고 유용한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업무를 하는 도중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을 누구나 결과의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미래는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므로 불확실한 선택이 가져올 결정에 대해 망설이게 된다. 과감하게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문제에 직면 한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구체적 인 근거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고자 하나 이 역시 불확실 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으로 그 과감한 결정이 충분한 근거에서 오는 확신이라 믿고 싶어 한다. 그 확신에 대한 근거가 타당하건 타당 하지 않건 간에, 검토의 범위가 충분하건 충분치 못하건 간에, 또한 이어 벌어질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건 없건 간에 과감하게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해 확신에 찬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믿으려 한다.

 그 젊은 남성은 그룹 토의 면접에서 단 한 명의 최종 합격자를 뽑는 것도 아닌데도 아주 열심히 자신을 과시 하고 자신의 확신을 뽐내며 나를 포함 다른 불특정 사람 들을 무시했다.

 사실 그 남성이 말한 내용은 여기에 모인 사람 중 일을 시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으로 특별 할 것도 없었으며 자기 능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섞인 내용이었다. 처음 본 나에게 굳이 근거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었으나, 구체적인 매출이나 외부로부터 오는 위험에 대한 관리와 대비책 등은 쏙 빼고, 극히 적은 정보 만을 가지고 과시적으로 보이려는 말 속에서 과연 이 남성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주어야 하는지, 고개는 끄덕여 주어야 하는지 좀 곤란했다. 결국 자신을 과시 하려고 상대를 무시하는 말을 들으며 사실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의욕이 앞서는 사람이구나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하는 일의 특성상 다른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공감력은 필수 중의 필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상당히 놀랐었고 오히려 나 스스로 고정 관념에 갇혔던 것은 아닌가 하고 잠시 돌아 보았다. 각자의 스타일과 소통법이 다 다를 수도 있었고, 그리고 그 남성이 그 때 그 자리에서만큼은 솔직하고 싶었나 보다 했다.  

 한 가지 더는 이 남성이 과시한 자신만의 경쟁력이라는 해외 경험에 대해서 든 의문이었다. 해외 경험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단기 연수 혹은 몇 주간의 여행을 마치 장기간의 체류나 유학으로 둔갑시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제대로 해외에서 체류하고 학위라도 취득했다면 나와 함께 이 자리에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필요했다. 그 정도로 대단한 학력을 가지고도 항상 경기에 휘둘리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일을 굳이 하려는 이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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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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