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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2.21 [공개출간]꼰대백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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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1 : 말 ‹ 행동

 

  내가 그나마 이 나이까지 살면서 다행스럽게도 터득한 지혜 하나는 상대방을 판단할 때 그가 허공에 대고 떠드는 말 보다는 말 속에 깔린 실질적인 행동, 즉 과거 에 했거나 현재 하고 있는 행동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많은 말을 늘어 놓지만 가만히 따지고 보면 말뿐일 경우가 많으며, 실제 행동이 그 사람의 말 중에서 본인이 진짜 믿고 있고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이 무엇인지, 또 그 사람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무엇 이라는 것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행동이 전혀 확인이 안 되는 말이 넘쳤고 거기다가 처음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자리라는 것을 떠올리면 좋은 의도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자신의 서브 역할을 하라고 한 것에서 그의 미숙함이 드러났다. 아마도 그 남성에게는 내가 자신이 도움을 주어야 하는 사람 정도 로 보였나 보다. 나는 적어도 그 남성보다는 이 분야 에서 경력이 많았고 정식 자격도 보유하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티를 못 내어 유감이다.

 평소에 20대 혹은 30대 남성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없었던 나는, 그 모임을 통해 얻으려 했던 원래 목적 에다가 덤으로 색다른 기회까지 가질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를 했었다. 한국인이자 40대 여성인 나에게 종종 닥치는 차별적 시선이나 무례함으로 인한 불쾌함은 어느 곳 어느 자리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역치의 선만 넘지 않으면 참으려 했고 간혹 못 참겠다 싶으면 받은 대로 그 자리에서 상대에게 되돌려 반사시켜버렸다. 매일 별 것 아닌 것에 상처받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당시 내 이야기를 하기보다 남이 하는 이야기를 듣는 연습을 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던 때였었다. 나는 사람 들의 진심에 관심이 있었고 내가 알고 싶은 그 진심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진심 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등장하는 거짓말이라도 어느 정도는 참고 듣는 것이었다. 듣자마자 이건 헛소리구나 라고 생각이 드는 이야기도 참고 듣다 보면 어느 순간 화자의 마음 속 진심이나 도저히 포장이 안 되는 사실이 튀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독심술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은 기회만 있으면 자신에 대해 과대 포장 해서 말하거나 우연히 얻은 운에 대해서 마르고 닳도록 써먹으며 이야기한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찾아내려 한 이야기는 그런 텅 빈 내용보다는 그 사람이 결정적으로 변하게 된 계기, 혹은 전과 다른 용감한 행동을 하게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바로 그것이었다.

 쏟아지는 사람의 말 속에서 숨어있던 진실을 발견할 때 생기는 반가운 기분이 있다. 자발적으로 경청 훈련을 시작했던 나는 그 남성의 이야기를 듣는 중에 툭툭 튀어 나오려는 내 솔직한 감정에서 오는 반응을 필사적으로 누르려 애썼다. 그 과시적인 30대 초반 어쩌면20대 후반 남성의 말을 들으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지 않기 위해 나는 무표정 하려고 애썼다.

 평소에 내 얼굴 표정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내 주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릴 때 얼굴을 문에 바짝 대고 서 있던 사람의 얼굴을 갑작스럽게 보고는 입을 벌리고 눈을 크게 떴던 내 표정을, 그 엘리베이터 문 앞에 얼굴을 대고 서 있던 사람이 보고는 어이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었다. 평소 감정 을 숨기는 훈련이 잘 안 되어 있던 나는 모르는 사람과 너무 솔직한 감정 교류를 해버리고는 했었다.

 내 감정을 숨기는 것, 다시 말해 타인을 존중하지 않거나 유치하고 또 이기적일 수 있기에 자기 검열 차원에서 스스로 감정을 자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상대의 눈치를 보거나 거짓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례한 상대도 주변의 솔직한 반응을 볼 의무가 있다. 아, 물론 평등한 관계에서 말이다.

 내가 굳이 감정을 숨기면서 살아야 하는 생존 훈련 과정을 겪지 않아서인 것도 같다. 만약 엘리베이터 문 밖에 얼굴을 대던 엉덩이를 대던 간에 서 있던 그 사람 이 조직에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사람이었더라면 그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솔직하게 드러낸 나에게 어떻게든 앙갚음하고자 했을 것이다.

 이익을 위해 솔직한 감정을 요령껏 잘 숨기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사람은 본심을 그리 오래 숨기지 못하는 것 같다. 편집 화면이 아닌 연속 화면, 롱 테이크로 어떤 사람의 표정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다. 단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뿐이라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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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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