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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01.27 [공개소설] 접니다, 양일병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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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수 형님, 접니다. 일병입니다. 어이구, 네. 오랜만에 연락드립니다. 별일은 없으시고요. 네 저도 뭐 항상 그렇습니다. 그런데 형님, 형님께서 텔레비전에 나오신 것 잘 봤습니다. 네. 그 프로를 잘 안보는데 하필 또 그 날 우연히 거기를 틀었더니 아니 형님이 나오시는 것 아닙니까? 저는 한 눈에 딱 알아보겠더라고요. 형님이신지. 네, 그렇고 말고요, 우리 형님은 여전하시네요. 네, 저는 요즘 동네에서 뭐 이것저것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사람도 잘 있습니다. 아, 시험요? 시험은 안 본지 오래 됐고요, 요즘은 워낙에 젊은 것들이 전부 시험친다고 달려드니까 저 같은 늙다리는 될 리가 없지요. 제가 옛날에는 사법고시도 준비했던 사람인거 형님도 아시죠? 저희 집안이 다 공무원 집안이잖습니까.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형님, 사회복지재단에서 일하신다고요? 그러면 형님은 월급을 대충 얼마나 받으십니까? 네, 말씀하시기 어려우시면 안해주셔도 됩니다. 네, 아, 네...
아, 그렇습니까? 대안학교 하는게 어렵지 않네요. 종교재단으로 시작하려면, 그러면 교회 쪽이 나을까요? 절 쪽이 나을까요? 교회요, 아, 아무래도 교회가 구석구석에 다 있으니까 부모들이 접근하기는 쉽겠네요. 아이들도 모으기 쉽고요. 네, 설립비용이 얼마나 들까요? 장소만 있으면 운영비는 부모들이 내면 되겠네요. 아이들 공연이나 부업으로 수입이 생기면 저희 인건비는 나오겠습니다. 저희 부모님께 여쭤보고 돈 내신다고 하면 바로 시작할까 합니다. 네, 재산이 좀 있으시지요. 제가 장남인데 돌아가시면 다 제 것 아니겠습니까? 번듯한 재단 이사장 한다는데 도와주실 겁니다. 제가 법적인 절차를 진행해보고 임원 이사 올릴때 형님께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시오."

전화를 끊은 양일병은 한 껏 상기된 얼굴로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자, 이리들 모여라. 어서! 우순미 씨, 빨리 이리로 오시오. 현정, 은정 어서 나와! 빨리!! 자, 앉아서 잘 들어 보아라. 아버지가 교육재단을 설립 하려고 한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교육 미래 사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사법고시 준비하고 봉사하느라 뜻을 펼치지 못했었다. 늦었지만 이제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러니 가족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현정 은정 너희들이 재단 이사로 올라갈 수 있다. 월급 딱딱 챙겨줄거고, 복지도 충분히 해줄 것이다. 법인차, 법인건물에서 살 수 있다. 재단 설립 비용이 들어가는데 할머니가 5천 정도 해주실거고, 너희들이 2천만원씩 출자하고 우순미 당신이 천만원 만들어 내."

머리에 롤을 잔뜩 말고 있는 우순미가 못마땅한 듯 입을 뗀다.

"아니, 여보, 무슨 돈을 얼마를 내라고요? 나는 돈 없어요. 애들 돈도 뺏지마세요."

양일병은 우순미의 말에 갑자기 흥분한다.

"돈을 만들어서 갖고 와! 어머니가 5천만원 내는데 당신은 그것도 못해? 현정은정 너희들도 그동안 모은 거 있지? 지금 이 사업은 우리 집안 재단을 만드는 사업이야. 대대로 물려 줄 수 있고 너희들 직장도 된다고, 재단일 시작하고 몇년 뒤에 다시 출마할 것이다. 이번에는 시의원 이런거 말고 국회의원으로"

양현정과 양은정은 아버지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
우순미는 아까보다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아니, 여보, 어머니가 돈 주신대요? 말은 했어요?"

양일병은 자심감에 차 말한다.

"오늘 다녀올거야. 아버지만 별 소리 안하면 5천 입금 바로 받을 수 있다."

우순미가 말한다.

"그러면 5천만원으로 재단인가 뭔가 하고 애들 돈은 달라고 하지 말아요. 나도 오백 정도 밖에 없어요."

양일병은 얼굴이 굳으며 말한다.

"대안학교 원장은 나야. 재단이사장이 될거라고. 그런데 어머니 돈 5천만 넣으라고? 우리가 재단 자본금을 넣아야 한다고. 아니면 이 집 담보로 융자를 받아야 겠다."

우순미는 다시 얼굴이 상기된다.

"이 집 얼마나 한다고 융자를 받아요? 이 집도 어머니가 해준 집인데 이것도 날리면 어쩌라고요? 그리고 당신이 뭘 알아서 대안학교를 해요? 어디서 애들을 모으고, 뭘 어떻게 가르치려고요?"

현정과 은정은 지루하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우순미는 아이들을 보고 출근준비를 하라고 한다.

"현정아 병원 출근해야지, 은정이는 사무실 안가? 너희들은 출근 준비나 해, 어서."

양일병의 낡은 트레이닝 상하가 더욱 구겨져 보인다.

" 들장미 피아노 원장님 우순미 씨, 당신이 부장 맡아서 학생들 가르치고, 요즘 인터넷 강의 그런거 잘 되어 있잖아. 그런거 보라고 하고 검정고시 준비시키고, 돈 안드는 체험 같은거 하고 그리고 요즘은 아이들 자립심을 위해서 알바같은거 부업 같은거 학교에서 한다고 하니까 그런거 해서 수입도 만들고, 그리고 공연 준비를 해서 시청, 구청 공연에 내보내면 짭짤하다고. 내가 가족을 위해서 누가봐도 그럴듯한 일을 해본다는데 당신은 왜 이렇게 나를 안 도와줘?"

우순미는 양일병의 부업 말에 솔깃해진다.

" 아니, 여보, 합창 공연 같은 거 하려면 반주는 내가 하지만 의상도 맞추어야 하고, 준비도 오래해야 돼요. "

양일병은 자신의 말에 넘어 온 우순미에게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 학교에서 교육과정으로 연습을 시키고 예술 전문 대안학교라고 광고하면 되지. 공부하기 싫은 애들 받아서 뭐라고 시켜주면 부모들이 좋아하고 말고"

우순미는 머리를 부풀린 채 드레스를 입고 공연단을 이끄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한다.

" 그러면 학비를 얼마나 받을 거에요? 기숙사도 있어야 하는거 아니에요?"

양일병은 우순미에게 말을 한다.

" 학교 건물은 나중에 세우고 일단 가정집을 하나 빌려서 시작하려고 한다. 어머니 5천만원 월세 보증금으로 걸고 아이들 학비받아서 월세내고 공과금 내고, 부업은 다 우리 수입으로 넣으려고."

우순미는 거울로 머리모양을 확인하고 말한다.

" 그런데 당신 사기전과 있는 거는 어떡하고요."

양일병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거는 내가 피해자인데 속아서 피의자가 된 일이라고. 아무튼 당신이 일단 대표를 하고, 나는 나중에 이름 올리는 걸로 합시다. 나는 재단을 발판삼아서 의원뱃지를 달려고 한다. 당신은 선거운동 할 마음 먹고 있어."

법대에 입학하고 헌병대에서 복무 후 사법고시에 한번 응시 했다가 떨어진 뒤, 의무 경찰시험에 4번 낙방한 양일병은 어머니가 소개해 준 피아노 강사 우순미와 결혼한다. 경찰 시험에 세번 더 도전 후 실패하고 시험준비하는 동안 알게된 경찰 인맥을 통해 지구대 방범대원으로 일한다. 우순미는 양일병의 어머니가 사준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며 생활비를 번다. 양일병이 돈을 못 벌어도 시모가 해준 학원과 집이 있어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살고 있다.

경찰 출신 지인이 사회복지법인에 이사로 들어가 일하고 방송에 출연해 사회지도층 처럼 등장하는 모습을 본 양일병을 자신도 등하교 지도나 하는 사람에서 그럴듯한 직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양일병의 어머니가 동생네에 5천만원을 전세금으로 빌려준 일을 기억해 동생네에게 갚으라고 한 후 그돈을 자신이 받아 챙길 계획이다. 양일병의 아버지는 치매로 거동을 못하고 있는데, 우순미는 시부 병수발을 들 생각이 전혀 없다. 양일병과 우순미는 어쩌다 부모 집을 찾아가 몇 마디 하고 올 뿐, 집 청소나 빨래를 해 준 적도 없다. 가끔 동생 부인이 반찬을 해들고 찾아간다는데 지방 공장에서 일하는 동생네의 형편이 나쁘지 않고,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는 동생의 부인도 벌이가 있어 양일병은 동생네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자신들이 하지 않아도.

양일병은 한때 사이비종교에 빠졌었다. 부인 우순미는 학원 운영으로 바쁘고 아이들도 방문을 닫을 시절, 양일병은 집에 붙은 전단지를 보고 찾아갔었다. 곧 종말이 온다며 집단 생활을 하자는 교주에게 하마터면 모든 것을 털릴 뻔 했으나, 어린 시절 부터 돈이라고는 일절 쓰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란 탓에, 비록 자신이 번 돈은 아니었지만 세상이 종말이 와도 돈은 아까웠다. 대신 다른 교인들의 기부를 독려하다 사기죄에 걸려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양일병은 스스로 머리가 좋다고 믿었으나 실상은 경찰시험에 족족 낙방하며 외우기도 잘 못하는 실력을 체력이 약해서 떨어졌다는 핑계로 돌려막았다. 큰 딸 현정의 학교 학부모 대표가 되고 교육감, 시의원들을 만나며 자신도 할수 있겠다 느꼈고, 야당 시의원에 출마했으나 떨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시의원에 출마했다는 이력만으로 여기저기서 자리를 맡아달라는 부탁이 이어졌고 하지만 고정 수입이 생기는 일은 아니었으니, 이른바 백수가 과로사 하는 일이 벌어질 지경이었다.

재단 설립을 시작한 양일병은 생각보다 재단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우순미의 피아노 학원을 키워서 학교처럼 운영해보려고 시작했다. 자신이 국어, 사회, 과학은 가르칠 수 있었지만 영어와 수학을 가르칠 강사가 필요했다. 작은 사무실 경리로 일하는 둘째 은정을 강사로 불러 앉히면 될 일 이었다. 월급을 넉넉히 주면 은정도 동의할 것으로 생각했다. 고향집 어머니는 양일병의 장황한 설명을 다 듣고는 표정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양일병에게 동생 양동일이 보낸 5천만원을 몽땅 주고 말았다. 양일병의 어머니는 똑똑한 줄 알고 키운 큰 아들이 엉뚱한 짓만 하고 다니고 동네 부끄러운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큰아들이 자신의 탐욕의 업보라 여기며 가진 돈을 모두 내어 준 것이었다. 양일병의 동생 양동일은 형보다 저렴한 대학을 나오고 알아서 취업해 융자를 갚으며 살고 있지만 어머니는 양동일에게 언제나 정확한 계산기를 내밀었고 양일병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이른바 장남 신드롬이다. 어머니는 폭력적이던 남편이 치매로 눕자 아들에게 의지하려고 했다. 마치 또다른 권력을 찾듯, 어머니는 무력한 장남에게 기댔다.

56세 양일병은 어머니가 보낸 5천만원 중 무려 3천만원을 광고비로 지불한다. 덕분에 작은 학원 정도의 대안학교에 무려 지원자가 백 명이나 모였다. 백 명이 보낸 지원비만 수천 만원에 달했고, 입학금과 학비를 받으면 수억원이 들어올 판이었다. 우순미는 기존 피아노 학원 원생들을 모두 내보내고 학원을 대안학교로 꾸미기 위해 화이트보드를 사고 책상과 테이블을 주문했다. 폐업 독서실 책상을 저렴하게 구입했지만 학원 안으로 들이기는 턱도 없이 학원이 작았다. 우순미는 양일병에게 새로운 곳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양일병의 진짜 관심사는 학교 운영이 아니었다. 대안학교 운영자 이력을 이용해 선거에 나가고 싶어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원자 중 40명이 입학을 하게 되었고 우순미와 양은정은 양일병과 함께 학교 운영을 시작한다. 하지만 여러 대안학교를 전전한 일부 아이들은 양일병의 학교에 오자마자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학교에 들어온 아이는 같은 학교 아이를 성폭행하고 임신한 아이의 배를 발로 차 기절하게 만들었다. 가해자 부모는 퇴학처분에 반발해 아동 방임 학대로 고소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양일병의 학교 행태가 고발 프로그램에 나오기 직전, 학교 아이가 동네 아이에 의해 맞아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가 고발당할 사태에 직면한 양일병은 오히려 먼저 언론에 나섰다.

" 숨진 저희 학교 학생은 단지 대안학교를 다니는 아이라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의 괴롭힘과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저희 학교는 하나님의 사랑과 믿음으로 한 학생 한 학생의 구원을 위해 가르치고 보살피는 학교로 운영하고 있었으나 저희 학교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일부러 문제있는 학생을 받게 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 학생이 문제를 일으틴 일이 있음은 사실입니다. 저는 단호히 이 학생을 처벌하기보다는 용서했고, 피해자 학생도 가해자를 용서해주기를 매일 기도했습니다. 기도의 응답으로 가해자는 지금 학교의 모범생이 되었고 누구보다 앞장 서 전도에 열심입니다. 저희 학교가 유명해지고 인기가 높아지니 주변의 질투와 시샘이 커진 것이 사실입니다. 저희 학생들을 불러내 괴롭히고 결국에는 안타까운 일까지 벌어진 것은 우리 사회에 악마가 자리하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대안학교 안에서 잘 크고 있던 아이가 외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일을 겪으며 저는 분명한 계획이 생겼습니다. 저는 여기서 중대한 선언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하나둘당 소속 의원으로 출마하고자 합니다. 저는 세상에 모든 약한 이들을 돌보고 제도를 개혁하고 교육을 올바로 세우기 위해 제 자신을 던지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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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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