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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2.09 [공개소설] 김미영팀장입니다. 버텨보세요 어디~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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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같이 일하실 분이에요. 인사 드리세요."

첫 출근을 한 진화를 피킹해서 창고로 데리고 간 김미영 팀장은 열 댓명이 모여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사람들은 진화를 쳐다 보았고 어색하게 서 있는 진화에게 김미영 팀장은 갑자기 자기 소개를 하라고 시켰다. 오늘 처음 온 진화가 어색하게 입을 떼게 두는 것 보다는 김미영 팀장이 대신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만도 했지만 김미영 팀장은 싸늘한 웃음기를 띄며 진화의 등을 떠밀었다. 진화는 누가 누군지 몰랐음에도 일단 팀장이 시키는 대로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이것은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안녕하세요! 성진화 라고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화로 몰린 시선들이 수다스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뭐? 성진? / 성진씨 흐흐 / 성진이래? / 또 성진이야?"

"아니, 성진 아니고 성이 성이고 이름이 진화, 진화 씨에요."

김미영 팀장이 싸늘한 표정에서 약간 부드럽게 바뀌며 진화의 말을 이어받았다.

진화의 인사를 듣고 계속 흘깃거리며 쳐다보던 사람들은, 작업복을 입은 뚱뚱한 남자의 몇 가지 작업 지시 사항 전달이 끝나자 진화를 향하는 시선을 거둔다. 성진 성진 거리던 사람들은 그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미영 팀장은 진화에게 장갑 한 켤레를 건넸다. 진화는 장갑을 받아들고 김미영이 걸어 다니는 뒤를 쫒아 다녔다. 창고 한 쪽에 놓여있는 지저분한 책상에 몸을 숙여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김미영은 뒤에서 쭈뻣거리며 서 있는 진화를 흘깃 허리를 세운다. 그리고 진화를 데리고 가 일 할 자리를 알려주었다.

"진화씨, 이런 일 안 해보셨다고 하던데? 그런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처음이니까 천천히 집중해서 실수 없이 하다보면 나중에 익숙해지실 거에요. 여기 앉아서 이 의류 포장 열어서 불량 체크하고 라벨 뜯고 실밥 처리하세요. 옆 사람 하는 거 잘 보시고 참고하시고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물량 체크는 안 할거지만 내일부터는 90프로 이상 완료하셔야 해요. 한송씨 이 분 새로 오셨는데 가위 드리고 업무 좀 알려 주세요."

이한송은 김미영의 말에 즉각 반응을 했다. 그리고 김미영에게 다가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네, 팀장님. 아 그리고 팀장님 잠시만요. 아니 어제 그 불량을 전부 우리가 다 책임지라는게 말이 돼요? 성진 씨가 그러고 나간 걸 왜 우리가 다 덮어써요?"

"뭐 어쩌겠어, 한송씨 그래도 오늘 새로왔잖아. 어제 그 불량 다 꺼내서 정리부터 하고, 알아서 시켜. 이따 점심 때 다시 확인 할게요."


김미영과 이한송은 둘의 대화가 주변 사람에게 다 들리는 것을 알면서도 둘만 속삭이며 조용히 말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한송은 김미영이 돌아가자 진화를 흘깃보고 곁으로 다가갔다.


"진화씨라고요? 몇 살이세요? ( 진화 : 네, 저는 47살이에요. 열심히 해볼게요.) 아, 그러시구나. 저는 37살이에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 일 안 해보셨다고요? 일은 쉬워요. 그래도 실수하면 서로 힘들어지니 꼼꼼하게 하셔야 해요. 이 회사에서는 중국 공장에서 옷을 가져와서 여기서 작업을 해서 온라인 쇼핑몰 통해서 파는 거에요. 온라인 쇼핑 많이 하시죠? (진화 : 네.) 저희가 하는 작업은 라벨 제거하고 실밥 정리하고 불량 체크하는 건데, 지퍼 불량, 단추 불량, 박음질 불량 이런것 전부 체크하시는 거에요. 어려운 일 아니에요. 여기 50대 언니들도 많이 일하고 계세요. 거기 앉아서 시작하세요. 시간당 100벌 확인을 끝내야 하는데 오늘은 처음이시니까 체크하지 말라고 하니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실수하시면 안되요. 아, 오늘 하실 물량은 제가 따로 가져다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한송은 한 쪽에서 옷이 가득 든 커다란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와서 진화 옆에 털썩 내려 두었다. 진화는 그 박스 속에서 봉투 하나를 집어 올려 안에 든 옷을 꺼내었다. 옷은 여성용 검정색 패딩이었는데 퀼팅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퀼팅 실이 여기저기 남아 지저분했다. 진화는 눈에 보이는 실밥부터 잘라 내었다. 실수하지 말라는 김병신 사장과 김미영 팀장, 이한송의 말이 머리 속을 맴돌아 옷을 앞 뒤로 계속 돌려보며 실밥을 찾고 또 찾았다. 실밥이 거의 다 제거 되었다고 생각이 들자, 진화는 지퍼와 단추, 박음질 불량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지퍼 슬라이드는 뻑뻑했지만 다물어는 졌다. 장식 단추는 싸구려스럽고 옷과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일단 잘 달려 있었고, 단추에서 삐져나온 실밥을 잘 떼내었다. 이어 박음질 불량을 찾으니 불량으로 보이는 곳이 여러 군데 였다. 진화는 옆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한송에게 물었다.


"이거 불량인 것 같은데 불량은 어떻게 해야해요?"

"어디가 불량인데요?"

"박음질이 마무리가 안되고 삐뚫어진 곳을 세 군데 발견했어요."

"다른 데는 괜찮아요? 실밥은 다 뗐어요?"

"네, 지퍼 단추는 괜찮고 실밥은 깨끗하게 제거했어요."

"그럼 그냥 다시 담으세요. 박음질 이런 거는 찢어진 정도만 아니면 그냥 나가도 돼요. 중국산 저가 옷이 다 그렇지, 사람들도 그거 다 감안하고 사는 거에요. ( 진화 : 네.) 정확히 하되, 빨리 하셔야 해요. 시간 당 백 개 가까이는 해야 하는데 한 벌에 5분 씩 걸리면 언제 다 하실 거에요? 오늘은 아마 오후에도 일 해야 하실 거에요. 오늘 보내야 하는 출고 해야 하는 물건이라서 아마 좀 있다가 말씀 하실 거에요."

"4시간 근무로 알고 왔는데 더 해야 해요?"

"물어볼 지 안 물어볼 지 모르죠. 있어 보세요. 못 하겠으면 못 한다고 하시면 돼요."

"네,"


진화는 시간당 백 개라는 말에 정신을 집중해 빠르게 손을 놀렸다. 쪽가위를 든 손가락 근육이 마비가 오려는 듯 뻐근 했지만 손가락 스트레칭을 할 시간도 없다고 생각했다. 박음질 불량은 불량도 아니라는 이한송의 말을 되새기며, 그러니 그 온라인 쇼핑몰의 저렴한 옷들이 세탁 한번 하면 올이 줄줄 풀리고 너덜거리는 이유가 다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9시부터 창고로 일하러 온 진화는 10시를 넘어서자 커피 한 잔이 간절해졌다. 마침 그 때 옆에서 일하던 이한송이 일어나 진화에게 잠깐 쉬자고 말했다. 진화는 창고 어딘가에 커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한송을 따라나갔다. 이한송은 지하 창고고 뒷문으로 나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는 무리에 끼었다. 그리고 크롬이 장식된 반짝이는 전자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저기, 커피는 없나요? 믹스도 괜찮은데,"

"커피요? 일 층 문 옆에 자판기 있어요. 동전 넣으셔야 돼요."






진화는 담배연기 자욱한 골목에서 다시 창고로 내려와 반대편 문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삼백 원 짜리 믹스 커피 버튼이 진화를 향해 이미 오래 전에 지친 듯 빨간불을 반짝 이고 있었다. 진화는 아침에 비상용으로 주머니에 넣고 나온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자판기로 밀어 넣었다. 밀크 커피 버튼을 누르자 달캉 하고 종이컵이 내려 왔다. 웽웽 거리며 커피가 내려왔고 작은 컵에서 김이 솔솔 나왔다. 종이컵을 꺼내 들고 차가 지나 다니는 도로를 바라보며 진화는 뜨겁고 달달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종이컵 속 커피는 어찌나 조금이었던지 매일 아메리카노를 세 잔도 마시는 진화에게는 모자랐지만 달디단 자판기 커피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빈 종이컵을 버리고 창고로 내려 가 자리로 돌아갔다. 이미 내려와서 일을 하고 있던 이한송은 조금 늦게 돌아온 진화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김미영이 진화에게 다가왔다.


"진화씨, 일 할 만해요? 안하던 일이라 쉽지 않죠. 그래도 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다들 그렇게 시작하지 뭐. 뭐 잘 모르겠으면 한송씨한테 물어보고 아니면 나한테 와서 물어봐도 돼요. 그리고 가위 생각보다 날카로우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돈 벌러 왔다가 몸 다치고 가면, 그런 낭패가 어딨어? 안 그래요? 오래오래 일해야죠."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송님이 잘 알려 주셔서 실수 안하려고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조금 늦게까지 일할 수 있어요? 오늘 사람이 부족해서 물량 소화가 쉽지 않네. 오버타임도 시간 당으로 다 정산해줄거에요. 할 수 있어요? 여섯시 전에 끝날 거에요."

"여섯 시 전에 끝나면 할 수 있어요."

"그래요, 진화씨 이따가 같이 점심 먹으러 가요."

진화는 김미영의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 열심히 손을 놀리지만 박스 안에 옷은 좀처럼 줄어 들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박스도 슬쩍 쳐다 보았지만, 각자 작업라는 옷 종류가 다 달라 보였다. 자신이 얼마나 느린지 아니면 잘 따라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려는 무렵, 창고 한 켠에 켜 놓은 라디오에서 12시를 알리는 음악 소리가 흘러 나왔다. 진화는 김미영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자고 한 말을 기억하며 작업대에 놓인 옷만 마저 끝내놓고 밥을 먹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 그래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꼼꼼리 실밥을 잘라 내고 앞 뒤를 돌려보며 불량을 찾아내려고 했다. 여전히 진화의 눈에 포착되는 삐뚤삐뚤 박음질 불량이 거슬렸지만 이것은 큰 불량이 아니라는 이한송의 말을 되새기며, 적은 돈을 결재한 데에 합의된 구매자들의 관대함을 기대했다. 그런데 12시가 넘었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진화에게 점심을 먹자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진화는 이한송에게 슬쩍 물었다.

"점심은 언제 먹는 거에요?"

"오늘 잔업 하시게요?"

"네, 팀장님이 말씀하셔서 한다고 했어요. 여섯시 전에 끝난다고 하시던데요."

"여섯시 전 일 수도 있고, 넘을 수도 있어요. 저는 아기때매 오늘 일찍 가야 하는데 잔업하라고 해서 지금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여기 점심 시간은 12시 30분이에요. 요 앞 식당에 가서 먹는데 일하는 사람들 전부 다 가는 건 아니고요, 오전 근무만 하는 사람은 1시까지 하고 퇴근하고; 오후 잔업 하는 사람은 점심 먹고 다시 하는 거에요."

"아, 네. 배가 벌써 고프다고 난리네요. 호호 그런데 제가 지금 느린지 빠른 지 모르겠어요."

"느리고 빠르고 보다는 실수하지 않으셔야 해요. 지난 주에 그만두신 분은 손이 느려서가 아니라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잘리신 거에요."

"잘리셨다 고요? 실수를 얼마나 하셨길래요... 저도 처음이라 실수 많이 할 것 같아 불안하네요."

"누가 실수를 일부러 하나요? 딴 데 정신 팔지 않고 신경 써서 하시면 실수 할 일 별로 없어요."

"네, 감사해요. 실수 하면 회사에도 저한테도 안좋으니까 실수 안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어야 겠네요."

"진화씨, 이제 어서 일 하세요."


진화는 이한송과 대화를 너무 길게 한 것은 아닌가 아차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침부터 검수하던 박스 안 옷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작은 쪽가위를 들고 컴컴한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마시며 일하는 자신의 모습이 흡사 70년대 재봉공장 여공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최저임금 제도 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쉬운 일도 한 시간을 일 시키면 9천원은 주어야 하는데 아무리 어렵고 더러운 일도 똑같이 시간당 9천원이라는 함정도 존재하긴 하다.

진화의 플라스틱 박스 안 옷들이 전부 검사를 마치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던 이한송이 진화를 불렀다. 식사 하러 가자는 말이었다. 진화는 쪽가위를 내려놓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이한송이 부르는 뒷 문으로 갔다. 뒷 문 밖 구석에 큰 깡통 안에는 담배 꽁초들이 쌓여 있었고 여기저기 가래 침을 뱉어 더러운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한송 옆에 서 있던 한 여성이 진화를 보고 이한송을 향해 말을 했다.

"아, 담배 그만 펴, 새로 오신 분은 담배도 안 피시는 구만. 밥 맛 떨어져. 근데 오늘 반찬 뭐래?"

그때 골목으로 트럭 한 대가 들어 와 섰다. 운전석에서 젊은 남자가 내려 탑차 뒷 문을 열었고 화물 칸으로 사람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진화도 얼떨결에 화물칸으로 올라탔고, 모두 열 댓 명의 사람이 탑차 내부 벽에 기대어 옹기종기 쪼그려 앉았다. 문이 쾅 닫히고 트럭은 출발을 했다. 화물칸에는 다행히 불이 두 개 켜졌다. 사람들은 모두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별 말이 없었다.
진화는 예전에 읽었던 기사 하나가 생각이 났다.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 온 대형 냉동트럭 내부에서 아시아 불법 이민자들 여러 명이 질식사한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 말이다. 진화는 자신이 밀입국한 불법노동자가 된 듯 한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트럭 화물칸에 쪼그려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진화의 생각에는 그다지 진화의 기분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모두가 자신 앞에 앉은 동료를 바라보기 보다는 마치 현실을 잊으려는 듯, 휴대폰을 열어 게임을 하거나 카톡 메세지를 보고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한 물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트럭은 금새 어딘가에 도착했다. 화물칸 문이 열렸고 아까 탈 때 처럼 젊은 남성 운전자가 내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반복해 뛰어 내리다간 금새 무릎이 나갈 만한 화물칸 높이였다. 트럭에서 내린 사람들은 골목 안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업을 하는 곳 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골목에 숨은 식당 바깥에 걸린 간판에는 '고향집 함바' 라고 써 있었다. 식당 안 각 테이블 위에는 이미 가스버너가 놓여져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고 사람들은 손을 씻을 생각도않은 채 자리를 하나 둘 채우고 앉았다.

진화는 눈치를 보다가 김미영팀장이 앉는 자리로 가까이 갔다. 오전에 지하 창고에서 본 김미영팀장의 얼굴과 그나마 햇빛이 들어오는 식당에서 본 얼굴은 같은 얼굴이었지만 마치 처음 입은 새 옷과 몇 번 빨아 자신감을 잃은 옷 처럼 달라보였다. 눈가에는 자글거리는 주름이 가득하지만 머리는 환하게 염색이 되어 있고, 입은 삐쭉거리며 웃으려는 듯 말을 하려는 듯 움직거리는 모습은, 이 식당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지만 웃음거리는 되지 않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듯 보였다. 김미영팀장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의미없는 수다를 떨다가 진화 쪽을 쳐다 보았다.

" (최선미) 진화 씨라고? 밥 많이 먹어요."

"(진화) 네 감사합니다. 팀장님 (저 분) 누구세요?"

" (김미영) 지금은 말 해줘도 모를 거에요. 차차 알면 되고, 저 분은 최선미 대리님이고, 옆에는 경선씨, 도은씨 그리고 말해줘도 모르겠죠? 차차 알아가세요. 진화씨 라면 드실래요? 라면 먹고 싶으면 가져다 드시면 되요. 돈은 따로 안내도 되고요."

"(진화) 네, 감사합니다. 라면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 (김미영) 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진화는 마치 누가 던지기라도 한 듯이 자신의 앞에 놓인 공기밥을 보고 뚜껑을 열었다. 6시부터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 아침을 차려놓고, 먹고 싶지 않아도 힘쓰는 일을 해야하기에 억지로나마 대충 먹고 왔지만, 진화는 삼백원 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부터 이미 허기를 느꼈었다.
진화가 과거 어린이집에서 일을 할 때는 밥을 최대한 빨리 먹어야 했었다. 아이들을 식사 시간에도 돌봐 주어야 했기에, 허겁지겁 밥을 욱여 넣고 국을 마시는 것이 익숙했다. 진화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늘 비슷한 말을 들어왔다. 왜 그렇게 급하게 먹느냐는 농담반 불평반이었는데, 일일히 설명하기도 귀찮고 그래야만 하는 처지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기 싫어, 그냥 배가 많이 고파서 라는 말로 에둘러 왔다. 진화는 천천히 밥을 먹으려 노력했지만 식당 공기밥 양은 너무 작았다. 진화는 여섯 시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첫 날부터 지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며 용기 내어 손을 들었다.

"밥 좀 더 주세요..."

"진화씨 밥 더 먹게? 이거 먹어. 나 라면 먹어서 밥이 남아."

"네 감사합니다."

김미영팀장은 자신이 덜어놓은 밥을 진화에게 건넸고 진화는 얼른 받아 먹기 시작했다. 테이블 가운데 놀인 김치찌개 냄비 안 두부 조각들은 김치 양념과 조미료를 흡수해 짭짤해져 있었고 밥을 입 안으로 더 퍼 넣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작은 딸이 먹고 싶다고 사달라던 오징어 젓갈이 식당 반찬으로 나와 있었다, 진화는 오징어 젓갈을 푹 집어 먹으며 작은 딸 생각이 났다. 오징어 젓갈은 몸에 좋지 않다고 조미료 범벅에 나트륨 과다라 먹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논리를 늘 작은 딸에게 주장해왔던 터 였으나 진화는 달달한 믹스커피에 이어 짭짤하고 맵삭하게 감칠 맛이 도는 오징어 젓갈을 자연스럽게 입 안으로 안내했다. 식사는 10분도 되기 전에 끝이 났고, 오히려 진화가 젓가락을 가장 늦게 내려 놓았다. 식사를 자친 사람들은 하나둘씩 식당 문 밖으로 나가 서 있다가 다시 트럭 화물칸에 올라타 쪼그려 앉았다. 화물칸 문이 쾅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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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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