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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15 (젊은)꼰대백신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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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 연습

 

 

 내가 대학 시절을 보낸 90년대 말에 일부러 기성 세대를 흉내 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전에 없던 새로운 개성인 마냥 예전 세대의 말투나 단어를 따라 하고 스스로 올드해 보이려는 주변 친구들이 꽤 있었다.

당시는 연도 앞 두 자리가 19 에서 20으로 바뀌는 때로, 어느 종교 종말론자들의 휴거 소동이 생중계 되기도 했던 때였다. 새천년 무슨 당이라는 이름의 정당이 등장했고, 밀레니엄이라는 말이 등장하였으며 이제까지 세상에 없던 온갖 개성들이 등장했다. 문화가 전례 없이 다양해지기 시작했던 때였다. 남자 친구들이 연상의 누나와 사귀는 것이 더 이상 특이하지 않은 일 이었고, 마치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사귀는 사람을 오빠 라고 흔히 부르는 만큼 누나 라는 호칭을 쓰는 친구들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오빠는 오빠로 불렸지만 누나는 누나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마치 할아버지가 어린 손자 나무라 듯 어허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며 또래 친구들의 행동을 제지 하는 이들도 있었고, “, 어디서!” 라는 말로 있지도 않는 권위를 장난스럽게 내세우려고도 했었다. 당시 급격하고 약간은 혼란스럽게도 열리고 있었던 새로운 문화 작용에 대해 반작용을 하는 듯 과거로 회귀하려 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불리어왔을 숨은 유행가를 발굴해내 자신의 대표 곡처럼 부르는 것이 유행하였다. 예전 세대들이 쓰는 비속어나 방언, 특히 일본어를 굳이 찾아내어 자기들만의 은어처럼 사용했고, 그들의 아버지 시절을 마치 자신들이 살아가는 듯, 과거 세대 의 특징을 따라 하고 흉내 내려고 했다. 자신이 특별 하고 남다르다는 어떤 존재감을 주변에 드러내고 싶었 지만 자신의 생각 속에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던 20대 초반의 내 친구들은, 따라 하면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면서 실제로 무언가 있을 것 같기도 해 보이는 과거의 가치를 비판 없이 차용 했다. 역사가 흘러 갈수록 그 중심의 차별성이 드러나 거센 비판에 직면해 위태롭게 흔들리는 남성주의 가부장제, 남성들만이 사회에서 가정에서 특권처럼 누려 왔던 사회적 역사적 이른바 남성 리즈 시절에 대한 어떤 향수가 있는 것 같았다.

그 시절 내 친구들 중 일부는 남성으로 태어나기만 하면 저절로 누리는 특권, 즉 질기게도 남아 있는 남아 선호 사상으로 특별 대접 속에서 키워지고, 성인이 되면서 집안의 지원과 자원을 독차지하며 비교 우위 에서 쌓아 가는, 어떤 막강한 특권과 권위를 몹시도 그리워하는 것 같아 보였다.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이 정확히 무엇을 원해서 그런 행동을 따라 했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잘 몰랐었을 것 같다. 다만 본능적으로 아버지 세대가 누려온 혜택의 겉모습이 곧 아버지 세대가 될 자신들에도 결코 손해가 아니라 일종 의 상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부끄럽게도 나도 가끔 그들의 독특하고 우스꽝스러운 말투를 따라 하기도 했고, 그들의 촌스런 노래에 박수를 쳐주기도 했었다.

너는 여자치고 공부를 못하잖아.”

졸업이 다가오면서 수업 중간 쉬는 시간에 모여 앉게 되면 모두가 자연스럽게 취업 고민을 꺼내던 때 였었 는데, 그때 나에게 불쑥 들이 닥친 말이었다.

(오호 용감 한데!)

남자 치고는 성적이 바닥이었던 J는 취업이 다가오며 초조하고 걱정되었던지 눈 앞의 만만한 경쟁자 하나 라도 재쳐 보려는 시도였을까, 혹은 단순한 스트레스 해소였을까, 대담하고 무례한 발언을 나에게 내뱉었다. 지방 소도시 출신 이었던 J는 앞에 나서서 리더가 되려거나 주목을 받으려는 성격은 아니었다. 나름 배려 도 할 줄 알았고 프로젝트도 함께 충실히 수행하던 친구였다. 집안 장손인 자신을 아끼는 할머니 얘기를 종종 했었던 J는 고향 집에서 기대를 한 몸에 받는 귀한 아들이었던 것 같았다. 나와 함께 어떤 프로젝트 를 준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은 없지만, 필요한 부분이 있을 때 서로 조언을 하거나 도움을 주고 받았 던 친구였었다고 나는 그를 기억한다. J의 무례한 발언을 옆에서 같이 듣고 있었던 친구들은 놀라는 표정 을 숨기지 못했고, 내 눈치를 보는 것을 나는 정확히 기억한다. 훅 들어온 펀치에 나는 잠시 정신을 잃을 뻔 했지만 앞에서와 뒤에서의 말이 다른 남자들을 하도 많이 보아온 탓에 J도 별 수 없는 못난 놈이구나 하고 여기며 이렇게 대꾸했다.

 

"그래서 뭐?”   

 

취업이나 시험 같은 절박한 문제에 닥치면 누구나 자신의 손익을 계산할 수 밖에 없고 당연히 스트레스 라는 것을 받게 된다. 그리고 당장 내 눈 앞의 경쟁자 가 지치기를 바라고 포기하기를 바란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수많은 경쟁자들의 존재에 대해서는 전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당장은 마음이 편해질지 몰라도 사실 아주 멍청한 저주였다.

하지만 실제로 그 당시 각 학과에서 1등을 찍으며 남학생들 사이에서 용케 살아 남은 여학생들은 그나마 순조롭게 취업을 할 수 있었지만, 이도 저도 아닌 평범 한 이들의 취업은 쉽지 않았다. 거기다가 시키는 믹스 커피라도 고분고분 타오지 못할 것처럼 눈빛 강약 조절이 안 되었던 (그들에게는 사나웠다) 나 같은 여성 에게는 취업의 문턱도 높았었지만, 취업 후에 찾아 올 험난한 가시밭길은 쉽게 예고된 것이었다. 최근에 들은 소식에 의하면 나름 순수한 마음은 가졌던 J 가 우여 곡절 끝에 취업을 했고 지금도 가족을 위해 성실히 일 하고 있단다. 그 당시에 말을 꼰대 같이 했어도 자기 안의 꼰대와 끊임없이 싸우며 잘 살고 있기를 바란다.

종종 먼저 겪은 사람, 그 이름도 거창한 선배로서 후배 신입생에게 알려주고 고쳐 주어야 한다고 주장 하는 이들을 만난다. 그냥 실수하게 둘 수는 없다고 대단한 의무감을 가진 듯 말한다. 하지만 그들이 관심 을 가지는 그 신입들의 실수는 정작 길러야 하는 실력 에 관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태도에 관한 것이었다. 이 태도란 결국 예의 보다는 서열을 말하는 것이었다.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선배라는 자신들을 향한 예의의 문제였다. 셀프 우쭈쭈를 받으려는 것이었다. 자신들만 의 울타리 안에서 이상한 논리에 의해 굳어 내려온 습관들을 후배에게 반드시 가르치고 계승해야 한다는 도저히 이해 못 할 이유를 대며 후배들을 긴장 시키는 선배들은 그다지 본 받을 만한 인격이나 성격, 능력을 가지지 못했었다고 기억한다.

또 장난스럽게 혹은 공격적으로 주변을 향해 있지도 않은 권위를 내세우려고 스스로 애를 쓰는 이들도 있었다. 그 대상은 주로 후배나 만만한 동기였고 절대 힘 있는 상대를 향한 공격은 하지 않았다. 정말 고립된 시골이나 과거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곳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시대를 거스르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겠으나, 친구들은 그 당시를 그런 곳에서 살아 본 적도 없으면서 그저 옛날 옛적 시절의 남성 권위주의적 향수를 그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고 나는 그것이 참 많이 아쉬웠다.

그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 권위는 저 멀리 우뚝 선 침해 불가한 권력을 의미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아마도 또래 안에서 특별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한 이유 역시 자존감이 낮았던 데 있었을 것이다. ‘어허라고 외치면 서열 앞 쪽에 설 수 있을 것이라는, 어쩌면 거저 얹을 수 있는 기대감에 차 올랐고, 결국 다수의 누군가는 다시 서열 아래를 채워야 한다는 불평등한 사실에 대해서는 외면 했다. 자기만 살아 남으면 그만인 것이었다.

일부의 특성으로 존재하던 것이라 생각하던 그 때 이 후 그런 특성을 보이는 사람들이 사회에 점점 많아지고 그들의 존재감이 선명해지며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등장 했는데, 이른바젊은 꼰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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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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