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온 젊은 꼰대인가?
꼰대 라는 말이 젊다는 말과 결합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꼰대 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였는데, 이 ‘꼰대’는 주로 권위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나이든 남성, 아버지나 선생 등을 조롱하는 표현이었다. 그들은 상대방을 함께 대화를 나누는 파트너라기보다는 일방적으로 훈계하는 대상으로 여기며 상대방이 동조 외에 다른 의견을 제시 하는 상황을 용납하지 않는 특징을 보인다. 그래서 꼰대는 조용히 자신의 훈계를 수첩에 받아 적는 사람 을 아주 좋아한다.
함께 직면한 문제에 대해 각자 생각한 최선의 해결 책을 제시하는 지혜로운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앞에서 오로지 자신의 경험만을 내 세우고 권위를 사용해 우기며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단어가 ‘꼰대’ 이다. 꼰대는 라떼 라는 단어와 함께 등장하기도 하는데, 라떼는 말이야 (Latte is horse). 라는 말은 꼰대들이 훈계를 시작할 때 등장하는 ‘나 때는 말이야’를 비꼬는 말이다. 그리고 꼰대와 비슷한 의미로 틀딱·; 틀니한 노인을 비하하는 단어가 쓰이기도 한다.
유교에서 온 가부장제 문화와 군대 문화가 결합하여 뿌리깊은 성차별과 나이 위계 질서가 존재하는 우리 사회에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자신 만의 경험을 축적하며 고지식한 꼰대가 되는 문화가 있었다. 나름의 사회적 경험을 충분히 쌓기도 전에 이미 충분한 경험치를 가지고 있다는 듯 행동하는 젊은 꼰대가 늘어나는 것도 유래가 없던 일은 아니다. 나이 들어 꼰대가 되기 쉬운 성향,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성격 은 젊어서부터 내재되어 왔었던 것이다. 사회적 관계 속 에서 타인에 대한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성인이 되어 가는 과정과, 성인이 되고 난 이후 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는 과정을 지나쳐 버린 사람들은 작게 나마 움켜쥔 권력을 이용해 꼰대 짓으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자 한다.
작년에 낯선 장소에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법에 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집단주의 문화가 주도하는 우리 나라에서는 주변 사람들과 마찰 없이 두런두런 잘 지내고 적을 두지 않는 무색무취 공기 같은 사람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다 빠르게 인맥을 쌓아 여러 개 카톡 대화창을 가진 사람을 사회생활 잘하는 사람이라 칭송한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수직적 인 조직 문화가 존재하는 직장에서 그 사회 생활이란 결국 피라미드 꼭대기 정점을 향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사회 생활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 잘하는 것 인데, 자신보다 위에 있는 사람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것으로 비틀려 해석 되고 있다. 역시 사람은 사람인지라 일방 통행적 관계는 필연적으로 스트레스를 야기하고 그 스트레스를 다시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사람들에게 풀기 쉽다. 수직적 군대 문화가 그대로 답습되고 가부장적 사고 방식마저 그 자리 그대로 잔존하는 직장 문화는 변하지 않고 조직의 비효율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것을 갑질 이자 꼰대 질이라 말한다. 권위주의적 꼰대 문화가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직장에서 이 풍자적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꼰대 KKONDAE
영국 방송사 BBC2가 2019년 7월 오늘의 단어로 소개한 꼰대 KKONDAE는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영문 으로 표기되어 소개되었다. 영어에 ‘꼰대’를 번역할 적당한 단어가 없어 한국어를 그대로 사용한 단어인 ‘꼰대’ 는 ‘재벌’과 ‘갑질’에 이어 부정적 의미를 지닌 노-번역 한국어 단어로 인터넷 사전에 등재되는 불명예 를 얻었다.
주위에 이런 사람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으로 단어 소개를 시작한 BBC2는 ‘꼰대’를 “자신을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 (나 외에 다른 사람은 잘못 되었다고 확신함)”이라고 단어에 대해 설명했다. 전 세계 독자들은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 속 ‘꼰대’에 대해 반응했다.
이들은 ″결혼한 후부터 내 남편이 바로 꼰대”, “바로 시모를 위한 글자”, “영어로는 나이 많은 남자”, “내 기억 속 꼰대는 바로 엄마”, “휴대전화 속 아빠의 이름 을 그걸로 바꿔야겠어”, “나?” 등의 재미 있지만 뼈 있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적으로 ‘틀딱’이나 ‘라떼’ 같은 한국 사회의 기성세대 비하 표현도 언급하며, 더 이상 꼰대가 한국 사회에만 국한된 단어가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BBC2가 ‘꼰대’를 소개하기 전에 한 해외 경제지에서 한국어 ‘꼰대’를 거들먹거리는 노인 (KKONDAE : The word for “condescending old person” in Korean) 이라는 뜻의 단어로 소개한 적이 있다. 해당 기사 에서는 ‘꼰대’를 젊은 사람들로부터 당연하게 복종을 기대하는 사람 혹은 타인은 즉각적으로 비판하면서 자신의 실수는 절대 인정하지 않는 사람, 자신의 권위 에 불복종하는 사람에게 보복을 하는 사람 이라고 설명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나이와 성별, 직장 근무 년수에 따라 위계 질서가 악명 높다며 호칭이나 높임말 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비판했다. 이런 행태에 부당함을 느낀 젊은 세대들이 “꼰대” 라는 조롱하는 단어를 만들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고 설명했다.
‘OK, boomer’ 오케이 부머
해외에도 꼰대라는 말과 유사하게 기성 세대를 비꼬 고자 사용하는 단어로 부머boomer 라는 단어를 들 수 있는데, 이 부머란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를 뜻한다. 해외에서도 부머 즉, 기성 세대를 꼬집어 조롱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2019년 11월 뉴질랜드 의회에서 녹색당 소속 클로이 스와브릭 의원이 기후 변화를 외면해 온 기성 정치인을 비판하는 연설 도중 나이 든 의원들이 야유를 보내자 ‘됐어요, 부머(OK, boomer)’ 라고 받아 친 뉴스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였다.
오케이 부머 라는 표현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그 이후에 태어나 사회 경제 주류를 형성한 베이비붐 세대 가 젊은 세대를 향해 오지랖을 펼칠 때마다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말 대꾸로 받아 치는 표현이다. ‘알았 으니 이제 그만해’ 라는 의미로 개인 SNS를 중심으로 퍼지던 이 유행어가 한 의원의 공개 석상에서의 발언 으로 정치 무대에 공식 등장했던 것이었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과거 고속 성장을 통해 현재까지 움켜쥐고 있는 부를 더는 이어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회의감을 밀레니얼 세대가 느끼고 부머 세대를 향해 불만을 표현한다. 세계 경제가 성장적 한계에 다다랐 다고 느끼는 세대인 90년대 후반 이후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부머 세대가 가진 부와 그들의 기득권을 자신들은 차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거기에 반발하는 심리를 담아 더 이상 존경이 아닌 조롱의 부머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2020년 초반부터 전 세계 사회 경제 문화까지 일시 정지 시킨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일부 층들은 이를 부머 리무버 라는 단어로 비유하며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년층을 향해 극단적인 조롱을 했다.
Boomer remover는 부머 세대를 없앤다는 뜻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주로 사망한 노년층을 부머로 표현하며, 부나 여론을 움켜쥐고 놓지 않던 부머 세대 를 향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공격하는 단어로 쓰였다. 부머 리무버라는 단어가 뉴스에 소개되자 우리 나라에도 으레 등장하는 패륜이나 너는 안 늙을 것 같냐는 빈정거림과 더불어 부머 세대가 스스로를 돌아 보아야 한다는 반성이 있었다. 노년층과 어울리지 않고 안 놀아 준다고 투정하기 보다는 이렇게라도 언급하고 놀아줘서 고맙다고 해야 한다고 하며,
“응, 알겠다. 밀레니얼 세대. 그런데 실제로 돈은 우리가 갖고 있지.” 라고 밀레니얼 세대를 되려 조롱 하는 발언도 있었다.
이런 세대 간의 대결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부머 세대를 부모로 둔 밀레니얼 세대 혹은 그 앞뒤 세대는 부머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거나 부모의 재산을 충분히 활용하여 어떤 식으로든 삶에 이점을 보탤 수 있었다. 하지만 부머 세대 중 충분한 재산을 보유하지 못하여 상대적으로 자녀 세대에 도움을 제공하지 못하 는 부모에 대한 다음 세대의 불만이 삐딱하게 드러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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