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꼰대 백신
늙은 꼰대 뿐만 아니라 젊은 꼰대까지 너무 많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꼰대들이 차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행태에 질린 사람들이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행스러운 점은 우리 사회가 일상에서 보편적인 민주주의를 원하고 노력하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 특유의 자식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넘치는 학부모들의 요구로 강압적이고 폭력적이었던 일종의 꼰대 문화는 공교육 에서 먼저 바뀌기 시작했다. 교내에서 사제간 혹은 친구 간에 서로를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적 문화가 시도되고 있고 이어 가정에서도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을 받는 분위기가 정착 되어가고 있다. 아쉽게도 여전히 일부 사학에서 이런 권위주의적인 문화, 꼰대 문화의 잔재를 확인하는 사건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꼰대 나 꼰대 짓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한다. 꼰대에 무뎌 지는 것은 곧 나도 꼰대가 되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새로움에 더듬이를 세워 슬쩍 쳐다보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몸까지 돌려 다가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나의 행복을 남의 불행을 통해서 찾기보다는 자신의 내면에서 찾고,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돌이켜 보며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꼰대의 자기 확신과는 완전히 다르며 오히려 자아 성찰의 과정 이라고 볼 수 있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을 향해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을 돌아볼 줄은 모르면서 주위 사람들을 비난하고 힐난하는 사람을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결국 다시 또 인간사의 키워드가 역지사지, 입장 바꾸 어 생각하기로 귀결됨을 느낀다.
안티 꼰대 펭수 열풍
교육방송EBS의 연습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자이언트 펭수는2019년에 처음 등장하여 아이돌 스타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린이들의 대통령이라 불리는 뽀통령 뽀로로가 펭귄이라는 점과 클레이 애니메이션 핑구 역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캐릭터 라는 점에서 펭귄이 가진 귀엽고 안정감 있는 매력을 펭수가 이어 나가고 있다. 남극 대륙에 사는 펭귄은 영하 60도의 험난한 환경에도 정장을 잘 차려 입은 듯한 모습을 하고, 수영을 잘하는 어류 같지만 조류로, 엉뚱함과 반전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가 펭귄이다. 2000년대 생으로 첫 마디를 떼기 전부터 만화 뽀로로 를 보고 자란 세대가 2020년 경에 이르러 대학생이 되고 취업을 걱정 하는 세대로 성장한 모습을 연상시키 는 펭수는 스스로 열 살이라고 말하며, 같은 EBS 소속 스타인 뽀로로와 선 긋기를 하는 쿨 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펭수는 EBS 사장인 김명중의 이름을 부르며 이름이 존함이 아닌 서로를 부르는 호칭임을 잊고 있었던 우리 사회에 모든 사람을 동등한 인격으로 대하 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을 시켜주었다. 펭수는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도 잘 되는 겁니다” 라며 당연한 소리를 당당하게도 하였다.
아픈 청춘을 조롱한다고 까지 일부에서 평가받는 모 작가의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꼰대를 대표하는 문장 으로 써 먹히자 펭수도 “내가 힘든데 힘내라고 하면 힘이 납니까? 아니죠. 그쵸? 그러니까 힘 내라는 말 보다 저는 사랑해 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라고 후련 하고도 따뜻한 조언을 한다. 펭수에 열광하는 사람들 은 펭수가 보여 주는 모두가 동등한 인격적 포지션에서 혐오가 아닌 진심 어린 할 말을 하는, 즉 안티 꼰대의 정신에 열광 한다.
젊은 꼰대도 펭수처럼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주장 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젊은 꼰대 는 자신보다 높은 사장에게는 극 존칭하고 자신보다 아래로 보이는 사람에게는 쉽게 반말을 하는 큰 차이 가 있다. 펭수는 김명중 사장을 회사 동료 부르듯 자신도 그렇게 불러 주기를 원한다. 펭수는 무엇을 가르치려고도 하지 않고 하물며 자칫 강요로 들릴 듯한 행복 하세요, 힘내세요 보다는 서로 사랑합시다 홧팅 같은 짧은 인사로 각자 알아서 잘하자는 메시지 를 던진다. 젊은 꼰대는 자신 만이 묘수를 알고 있으며 모두가 자신의 말을 따라야 좋을 것이라는 지극히 고집스럽고 자기 중심적인 모습을 주변에 강요한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 의 서클 안 멤버들 외에는 모두가 자신들의 밑이라고 무시한다.
자신의 생각을 젊은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꼰대와 젊은 나이에 꼰대가 되어 아래 위 세대를 모두 비난하는 젊은 꼰대들에 모두 저항하는 안티 꼰대의 유행은 펭수의 인기와 또 뒤이어 등장할 또 다른 안티 꼰대 캐릭터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안티 꼰대 전유성
70대 코미디언 전유성의 활약상을 티비에서 본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그가 책이나 방송에서 한 말을 통해 그저 나이만 먹은 사람이 아니라는 인상이 있다.
2020년 한 방송에서 전유성은 “난 꼰대지만, 꼰대가 아니고 싶다. 그러려면 뭔가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그래서 ‘썰’의 재료를 찾으러 몰타에 간다”라고 말했다. 전유성에게 업그레이드란 끊임없이 배우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리고 20대나 30대와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이 없다며 같은 나이 대라고 말이 잘 통하지 만도 않고 나이 차이가 많이 난다고 말이 안 통하리라는 법도 없다고도 했다. 70이 넘어 영어를 배우겠다고 몰타라는 곳으로 떠나 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그의 전유성의 말을 들으며 먼 곳으로의 여행이나 해외에서 장기 거주를 하고 싶을 때 바로 계획하고 실행할 만한 그의 용기와 여유가 부럽기도 하지만, 이 지긋지긋한 코로나만 끝나 면 뭐 못할 것도 없다 싶다.
작년에 여행에 관한 책을 출간하면 근사한 여행지 에서의 추억이나 알짜배기 여행 정보가 아닌 일상을 여행처럼 사는 법에 대한 내 책에 관심을 주는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여행도 못 가고 사는 일상에 화만 내고 투덜거리기 보다는 매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여행처럼 사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으로 카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고작 주변에서 건네는 잘 다녀 왔냐는 인사말을 기대 하며 거액을 쓰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변한 것이 통장 잔고뿐이라면, 그 동안 못한 소비를 한 번에 치르고 주변에 돈 쓴 자랑하려고 한 여행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목돈을 쓴 해외 여행에서 돌아와 다시 스트레스 투성이지만 꾸역 꾸역 돈을 위해 사는 일상으로 돌아오는 도돌이표 삶 을 굳이 선택해 사는 이유에 대해 묻고 싶었다. 여행이 정말 휴식과 쉼표를 위한 것이었다면, 매일 억지 아부 를 하고 또 인상 쓰며 서툰 신입에는 꼰대 짓 해 번 돈을 어쩌다 하는 여행에 소비하기보다는, 일상에서 더 이상 시달리지 않고 감사할 수 있음이 필요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했다. 몇 달을 모아야 가능한 목돈을 쓰면서 다녀온 여행이 정말 휴식과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들에게 소비를 과시하고 또 여행지 에 대해 아는 척 하며 아직 여행 떠나지 않은 사람의 여행에 대해 이미 다 아는 듯 평가를 하는 꼰대 짓을 위해서 라는 솔직한 여행의 이유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비싼 돈이 드는 여행만큼 아는 척 꼰대 짓 리스트에 포함 시킬 만한 소재도 없다.
일상에서 여행 기분을 느끼는 방법을 찾은 나는 계속 글을 쓰고 꾸준히 출판도 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 워낙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아 나에게 까지 여행객들이 찾아오는 일은 잘 없기는 하지만 그래서 가끔만나게 되는 그들을 더욱 반갑게 그들을 맞이한다. 더욱이 젊은 여행자들이 대부분이라 그들의 생각을 듣고 한국에서 느끼는 기분을 따라 느끼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있다.
나이 대가 비슷하다고 말이 잘 통하지만은 않는다는 전유성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이, 어쩌다 새로운 동갑 친구를 만나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완전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아쉬움을 종종 느껴 왔다.
아이들 학교 모임에 나가면 참석하는 학부모들의 나이 대가 아주 다양하다. 내가 삼십 대 시절에 만난 사십 대 학부모들과 어울림이, 지금 내가 사십 대가 되어 만나는 오십 대 학부모들과 어울림과는 완전히 다름을 느낀다. 아이가 같은 나이라면 엄마들 간의 십 년 나이 차는 아무것도 아니었었다. 금새 친구가 되었 고 마음을 터 놓았지만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온 사람 들조차 사십 대에서 오십 대로 들어서며 많이 변하는 것 같다. 오십 대는 본격적으로 꼰대 노년기로 발을 들여놓는 문턱이다. 그들이 변했다기 보다는 더 이상 변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꼰대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또 다른 유명인인 60대 방송인 배철수는 이런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배철수는 “과거에는 섹시한 할아버지가 되는 것이 꿈이 었지만 이제는 적어도 고약한 늙은이는 되고 싶지 않다” 는 말을 했다. 배철수가 말하는 고약함이란 아마도 타인과 대화를 거부하고 일방적인 충고를 하거나 고집 을 피워 자기 주변 사람들을 자기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태도를 말할 것이다. 바로 꼰대이다.
한때 대단한 인기를 누렸던 이 두 사람이 인기에 따라 자만했었더라면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뉴스 사회 면에서 여러 번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두 사람의 실제 생활을 내가 알 수는 없으나 오래 방송을 해 오면서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본심에 꼰대가 숨어 있었다면 그 꼰대는 예고 없이 툭툭 튀어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꼰대가 되지 않고 싶다, 고약한 노인이 되지 않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며 적어도 꼰대가 안 되고자 노력은 하는 것 처럼 보인다. 찐 꼰대는 이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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