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인가 꼰대 짓인가
교과서에 기술된 지식이 아닌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노하우를 전달한다는 관점에서, 선생 혹은 선배 노릇 이라고 긍정적으로도 볼 수 있는 꼰대가 문제가 되는 것은, 꼰대 자신에 대한 과대 평가와 상대방에 대해 존중이 결핍되어서 이다.
어떤 주제에 대해 먼저 겪어서 좀 더 잘 아는 사람이 잘 모르고 처음 겪는 이에게 무언가 알려 주려고 할 때,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없었음에도 기다리거나 참지 못하고 먼저 알려 주려는 것을 꼭 선의로만 볼 수는 없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첨부되는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 가 진심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본인이 하고 싶었던 말을 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스트레스 풀 듯, 묵은 말을 배설할 기회를 찾는 경우라면 먼저 상대방에게 양해와 동의를 구해야 함이 마땅하다.
누군가 먼저 조언을 구하는 경우에 있어서, 조언이 필요한 사람이 알고자 했던 부분에 대해서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 보다는 묻지도 않았던 불필요한 부분에 대해서까지 조언을 하려고 하거나 사적인 영역까지 침범 하려 한다 라는 느낌을 주는 것은 꼰대가 독단적 이고 독선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도 결국 세상 원리는 똑같다고 우긴다.
정작 질문자가 알고 싶어하는 답을 꼰대는 잘 모르 는 경우가 많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칠 때에도 어린 학생의 가치관이 형성되어가는 과정을 존중하고 본인이 전지 전능하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교사라고 전지 전능하지도 않을 뿐 더러 교사의 조언으로 인해 학생 에게 생기는 결과에 교사가 모든 책임을 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깨우친다 는 것은 누군가의 가르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깊은 사고와 성찰에서 오는 것이다.
성인 간에 어떤 조언을 할 때 누가 누구를 가르치려 는 태도, 특히 타인의 삶의 전반에 대해 지적을 하려는 태도는 아주 조심해야 한다. 지난 경험에서 단지 운이 좋아서, 혹은 우연하게 작은 성공이라도 맛 본 사람은 과도한 자기 확신에 차기 쉽다. 경제가 급성장했던 베이비 부머 세대가 어쩌다 취업하고 부동산으로 돈을 벌어온 것을 자신의 의지와 노력 때문이라 과대평가를 하기 시작하며 꼰대가 된다. 물론 부머 세대의 노력은 지금 세대에게도 큰 밑거름이 된다. 그러나 경제 발전 에 따른 전체의 성공에 기댄 결과를 자신이 남달라 특별하게 이룬 것이라 해석을 하면 지나친 자기 확신을 가지게 되고 상대방 특히 다음 세대가 나태하다는 비난으로 이어가기 쉽다. 그래서 자신들의 투기는 투자 가 되고, 기득권은 보수 성향으로 포장된다.
꼰대의 ‘나 때’가 말하는 자신의 의욕 넘치는 초보 였던 시절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왕년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꼰대의 설교는 정확히 일방통행 한다. 꼰대 짓에는 언제나 자기 중심적 성향이 극단적으로 발현 된다. 예전의 나는 대단한 역량을 가지고 있었고, 간혹 실수를 했더라도 금새 다시 배우고 바로 해내는 능력 자였다고 근거 없이 주장한다. 동등한 지위를 가진 상대방과의 대화 라기보다는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목사의 설교 같은 일방 통행적 주장이 우리 일상에서 흔하게 벌어진다. 아마 이 ‘꼰대’라는 단어가 생기기 이전에는 노년뿐만 아니라 모든 중장년층이 ‘꼰대’였기 때문에 따로 지칭할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세상 이 조금씩 바뀌며 젊은 세대의 말을 경청하는 ‘꼰대’ 같지 않는 기성 세대가 나타나고 꼰대가 적은 조직이 잘 굴러가는 모습을 보며 그 특징을 세분화하고 조롱 하는 표현이 등장한 것이다. 한국 사회 어디서나 흔 하게 보이는 꼰대는 어쩌면 누구나 내면에 가지고 있는 이기심 혹은 자기 중심적인 성향의 필연적 발현일 수도 있다.
어느 정도 개인적, 사회적 성취를 이룬 나이든 사람 이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경험이 부족하다고 보이는 젊은 사람들에게 대방출하는 것을, 초보가 반드시 저지르고 지나오는 실수를 줄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조언하거나 불필요한 실수를 피하는 법을 알려주는 꽤 고마운 도움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초보 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러한 것이다. 그런데 꼰대는 누구의 요청이 없어도 꼰대 짓을 시작한다. 눈치도 없는 것이다.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미 꼰대 짓 을 허용한 순간이 바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 된다. 아까운 시간과 관심을 꼰대에게 지불했으니 말 이다.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인 회의가 고위직의 잔소리 혹은 지시 사항 전달 시간으로 허용되는 순간 을 꼰대는 바로 포착하고 꼰대 짓을 시작한다. 일방 통행적 대화를 하는 꼰대와 의 관계는 진실할 수 없다. 꼰대의 설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라도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될 뿐이며, 그 수직적 관계를 유지할 이유 나 가치가 사라지면 더 이상 꼰대를 위한 무대는 존재 하지 않는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노인은 신세 한탄을 하기 전에 자신이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타인과 건강 한 관계를 맺어 왔었는지를 반성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엉뚱한 자기 확신에 찬 사람들은 자제력을 잃고 상대의 모든 부분에 대해 자신의 기준으로 지적 하고 호통치고 자신들의 기준에 맞추어 바로 잡으려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나이가 많은 사람들에게 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젊은+꼰대
우리가 사회에서, 특히 직장에서 만나는 꼰대는 아주 전형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말이 안 통한다는 기성 세대를 칭하는 꼰대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나 때는 말이야, 하라면 하는 것이었어.”, “어디 말대꾸를 해?”, “나 때는 말이야, 이거라도 주면 감사 하다고 냉큼 받았어.”, “어디 의견을 갖다 붙여?”
나이 먹은 꼰대를 한 성숙한 존재이자 열린 마음의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것을 이제는 포기하자는 여론 은 어느 정도 굳어진 것도 같다. 저렇게 평생을 살아 왔는데 지금 와서 바뀌겠냐며 무의미한 기대는 그만 하자고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이 드는 한 가지는 그들은 이미 젊어서도 꼰대였거나 꼰대를 선망했다는 점이다.
세대를 뭉뚱그려서 ‘요즘 것들은 못 써’ 라고 단순 하게 젊은 세대를 비난 하거나, ‘늙으면 집에 있어’ 라는 늙은 세대를 향한 단순한 비난도 여전히 존재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제 충분히 다양해졌으며 구성원 제 각각이 다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어 단순하게 태어난 연도 만으로 세대간 문화를 구분 하기는 어려워졌다. 다시 말하면 단순 시간적 구분에서 복잡한 시간 공간적 구분으로 입체화 되었다.
세대적 특성으로 분류되었던 부류가 세대 간에 걸쳐 존재하거나 다른 요인으로 새롭게 분류되기도 한다. 과거 세대라 구분되는 특징이 공교육과 같은 사회적 환경에서 온 것이라 본다면, 과거에 비해 삶에 있어서 다양한 선택지가 생겨나고 출발선 상에서부터 좁히기 힘든 격차가 벌어지며, 또 선택적 편향성에 빠지거나 그들만의 문화에 몰입하는 등 젊은 세대도 같은 세대 안에서도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미디어와 기술 발전, 세계화 등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제한되었던 것이 걸림돌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많은 정보가 감당하기 힘들 만큼 공개되고 있고 개인이 얼마만큼의 정보를 이해하고 받아 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 즉 정보의 양과 질을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새로운 걸림돌이 생겼다. 미디어는 인공 지능을 핑계로 편향성을 부추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30살이 되기 전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던 시대에서 40대 혹은 50대에도 초혼을 하기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대학 졸업 이후 더는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과 직업과 상관 없이 계속해서 책을 읽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람이 한 시대 안에 존재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도 각자 주어 진 환경과 개인적 여건과 의지에 의해 각자 다른 시대 를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젊어서 나름 개혁적이었으나 나이 들면서 보수적인 성향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고, 젊어서는 별 생각 없이 살다가 나이가 들어서 외로움이 싫어 소속감을 찾고 또 사회적 관심을 받고자 극우 집단에 빠지기도 한다. 이념을 떠나서 당장 눈 앞에 주어지는 아무 기회라도 붙잡아 사회적 경력의 뿌리를 내리고 싶은 젊은이들도 이런 가치보다 이익을 따르는 행동을 따라 한다. 꼰대 건 무어 건 간에 말이다. 꼰대는 세대간 가치의 문제 라기 보다는 타인에 대한 공감력의 문제이다.
이렇게 한 세대를 하나의 정의만 묶는 것이 불가능한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젊음과 꼰대가 결합한 젊은 꼰대가 출연하였다.
젊은 꼰대는 이러한 늙은 꼰대가 가진 특성을 답습 하여 늙은 세대와 같은 세대이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 들, 그리고 더 어린 세대를 향해 전 방위적 꼰대 짓을 한다. 온라인 댓 글을 통해 개인적으로 꼰대 짓을 하거 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베스트 글 혹은 베스트 댓글에 선정되기를 원한다. 유튜브를 통해 더욱 자극적인 주장을 펼치고 때로 가짜 뉴스를 마구 퍼뜨린다. 대부분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보이 지만 이들은 집단 따돌림 성격을 보이기도 하는데 자신 들과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을 배제하거나 그들만 의 서클에 발을 들이는 약한 사람을 집단 공격하며 그들 의 권력을 뽐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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