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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11.25 어느날 아침 우편함에 꽂혀있던 손편지 이런 기분은 오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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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서 내려 공동현관문으로 나가려다 슬쩍 쳐다본 우편함에 웬 흰색 편지 봉투가 꽂혀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벌금이라도 나왔나, 구청에서 안내장이라도 나온건가 하며 불안한 쪽으로 편지의 발신자를 상상했다.
편지봉투에는 손글씨로 내 집 주소가 적혀있었는데
이름은 없었고, 보낸 사람 주소와 이름은 적혀 있었다.
게다가 유편요금을 지불했다는 스탬프가 박혀 있었다.
오! 이게 얼마만.

편지봉투를 뽑아 들고 공동현관문을 통해 나와 걸으며 편지봉투를 뜯었다. 봉투 안에는 얇은 편지지와 칼라로 인쇄되어 비닐로 코팅된 광고지가 들어있었다.
먼저 밝히자면, 영국에서 시작된 행운의 편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내 우편함 옆으로도 비슷한 봉투가 쭉 꽂혀있었던 것 같았다.





편지에 손글씨로 적혀있던 내용은 성경구절과 교회 나로라는 내용이었다. 내용에 1도 흥미가 없었지만, 누군가 나에게 손글씨 편지를 써서 보냈다는 것이 신기하고 솔직히 고마웠다. 물론 편지봉투나 편지지 어디에도 내 이름은 없었고, 가족의 이름도 없었다.
네이버 부동산에 검색하면 주루룩 나오는 아파트 주소로 무작위 또는 할당구역을 나누어 전도하는 광고 편지를 보낸 것이었다.

나는 이 편지에 대해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 했고 어떤 반응을 할 지 기대했다. 옆동네 교회다니는 어느 할머니가 내집으로 보낸 편지에 적힌 교회 다녀야 천국가고 안가면 지옥간다는 내용에 대해 그 사람이 보인 반응은 미지근했다. 상당히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했던 나는 그런 심심한 반응의 이유를 곧 알 수 있었다.






그 자리에는 교회를 다니는 누군가가 있었던 것이 확실했다. 잠깐, 오, 노노노... 누구나 교회를 다니건 말건 자유이다. 종교를 맹신하던, 이데올로기에 끌려다니던 개인의 자유이다. 마약을 하던 자살을 하던 그것 역시 자유라고 생각한다. 단 가족, 친구, 적, 타인과 세상을 나누어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 민폐를 심하게 끼쳐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나의 종교는 나의 종교일뿐, 누군가를 설득해 가담시키기엔, 거의 대부분의 종교가 지나온 과거사에서 피비린내가 난다.

교회 교리를 잘 알지 못하나, 일단 교회는 사람을 성찰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적인 성장을 뜻하는 성찰을 하지 않으면 사람은 단순해지고 남의 말에 잘 넘어간다. 성찰은 허무함을 가져온다. 허무하면 구원이나 용서에 무뎌진다. 그러면 교회는 팔 거리가 사라진다.





내가 이 편지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은, 누가 노인에게 편지를 쓰라고 했냐는 것이다. 글씨체와 그리고 발신인 이름을 통해 봤을때 70대 이상 할머니라고 90프로 확신할수 있었다. 이 노인이 자식이나 가족,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 본 때는 아마 아주아주 먼 예전일 것 같다. 우리가 편지를 쓰지 않은 지는 수 십 년은 된 듯하다.
교회 목사나 감투를 쓴 누군가가 이 노인에게 손편지 전도라는 방법을 알려줬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흐릿한 눈으로 편지지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글을 쓴 그 노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이는 마치 지하철에서 동냥처럼 껌을 팔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다.
교회 혹은 교회의 누군가가 알려준 내용을 따라 적으며, 자기 성찰이나 삶의 의미를 반추해보는 대신, 교회권력에 복종하면 당장 편하고 죽어서도 편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했을 것 같다.

나는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논리나 가치를 타인에게 주장하는 사람, 그리고 충분한 검증이나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피하고 싶다. 스스로도 확신이 없어 불안해하며 그 불안감을 지우고자 떠들어대는 것, 권력에 의해 주입된 가치에 대해 의심이나 재고 한번 하지 않고 따르는 이들의 연약함을 벌써 읽었고 말고다.

종교 전도는 설득을 넘어 폭력으로 느껴지는 이유가 제껏 무수히 많은 전도를 당하며 그들의 폭력성과 지옥저주소리를 들으며, 그런 어리석은 자들과 같은 방향을 보는 것 그것을 상상하는 자체가 나에게는 아주 불쾌하고 일종의 무시를 당하는 것으로 각인이 되었다.
믿건 말건 그냥 조용히 지내기를 바란다.

시커먼 덩어리 세 마리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가는 것은 죄를 지어서도, 신을 믿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냥 재수가 없을 뿐이다.
나에게 편지를 보낸 노인이 답장이 없다고, 편지받아놓고 교회에 얼굴 한번 비추지 않는다고 나를 저주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끄~ 솔직히 나는 이미 저주짚인형을 열개 이상 아작낸 프로저주러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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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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