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본문 중에서)



“너 그때 그랬던 거 기억나?”


라며 그다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추억을

갑자기 꺼내는 친구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나와 함께 옛날 추억을 공유하는 친구가 있어

참 소중하고, 또 지금처럼 계속 얼굴을

보며 지낼 수 있어 고맙기도 합니다.



추억에 젖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땐 그랬 었지 하고

흐뭇해지기도 하지만,

가끔 친구 안에 숨어있던 꼬마 악마가 나타나

수북한 먼지 아래 묻어둔 추억을

굳이 들추어 내기 시작합니다.

내 앞의 귀여운 이 빌런이

먼지 쌓인 페이지를 들추어 기억력을 과시하면,

공중에 풀풀 날리는 먼지로

잠시 숨을 멈추어야 되기도 합니다.

사방으로 날리는 먼지는 한 톨도 증발하거나

사라지지 않은 채

그저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립니다.

어지럽게 날리는 먼지들이 원래 있던 제자리에

다시 쌓이기를 기다릴 뿐이지요.

오래 전 내 모습과 이야기를 기억하는 친구는

심심한 지 장난스러운 얼굴로

공연히 먼지를 일으키고

또 먼지일 뿐인 별 것도 아닌

추억을 다시 들먹입니다.

털어봐야 공중에 붕 떴다가 다시 그 자리에

소복이 가라 앉고 말 먼지를 굳이 일으 키려 하는

친구의 유치한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죠.

오래 전 추억 이야기 네…

하고 무방비로 듣고 있다가

결국 나를 놀리는 소리를 하는 친구에게,

내가 가진 그 친구에 대한 허접한 기억을

낱낱이 꺼내어 주고 싶기도 합니다.

지저분한 먼지가 내 과거에만 잔뜩 쌓여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늘 기분이 별로 였던 친구는

상대가 우스워지면

자신이 돋보인다고 생각해서였을까요?

요즘 친구의 처지가 좋지 만은 않음을

나도 알고 있으니까요.

오늘의 만만한 상대로 나를 고른 친구에게

놀라면서도, 서로 다 아는

그 친구의 별반 다를 바 없는 처지를 고려해서,

그냥 웃어 넘깁니다.
















“별로…… 근데 그 하드 맛은 기억나.

오렌지인 척 연기를 한 오렌지색 맛이었지.”





둘 다에게 그다지 멋진 기억이지도 않는 기억을

굳이 그것도 자주 꺼내어 이야기하는

친구를 두었다면,

그런 그의 단점에도 불구 하고

오래 두고 사귄 그 친구가

가진 소중한 장점을 믿는 것이

나에게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황하여 우스꽝스러워 보였던 과거의 내 모습,

그러나 그런 나로 인해

누구도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그 과거에 대한 재고는 당사자, 나의 몫입니다.

그 때 옆 에서 구경했던 사람 혹은

그냥 방관했던 사람이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예전 실수를

들추어내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참 유치하고 못된 일이죠.

비록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고 하겠지만,

이것 역시 다 구차한 변명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라 앉기를 기다렸던

지난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어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일은

배려심이 부족하고, 공감력이 결핍된,

자기 자신은 돌아볼 줄도 모르는

철 없는 존재임을 광고하는 것 밖에는

다른 어떤 의견도

안타깝지만 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철 없는 친구들이 우리 주위에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에

허탈한 웃음을 짓게 만듭니다.

멀쩡 하게 잘 안 그러다가

또 갑자기 눈에 힘을 주며

불편한 기억을 들 추는 그 친구가 처한

당장의 현실에 대한 불만과 결핍을 이해 해주고,

끝 끝내 철들지 않는 존재로서의 순수함을

인정해 줄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때로는 나 또한 그러 하기 때문입니다.

내 과거가 나의 전부를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과거를 통해 지금의 내가 있게 되었고,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내 존재가 있어 오고 있다 생각합니다.

내가 원하고 선택 했던 것들은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나는 그 속에 존재했고,

그들과 함께 흘러 왔으며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을 택하지 못한 내 연약한

결정의 결과가 이렇게 돌아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던 내 과거에 대해

당당해지고자 합니다.

과거를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진지한 반성 없이 모든 과거를 아름 답게만

저장하려는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

이는 초현실적인 자기 중심적 이야기로

변형시키는 일인 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살아온 내용에 대해 이런

편집과 재생산의 과정을 적용하는 타인의 예를

우리는 실제로 접하기도 하며

깊은 실망을 했었는데요,

그들 중에는 비교적 지성적인 이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요.

자신의 과거를 미화하기 버거운 처지의 사람들은

자신을 향한 혐오를 외부로 방향을 돌려

혐오를 표현하며, 어차피 세상은

다 거기서 거기로 똑같이 엉망이라는

안쓰러운 자기 위안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들추어지는 추억에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지금의 내가 가진 생각과 가치들이 필요합니다.

타인과 함께 공유하고 있는 그 모든 추억들이

지금 나를 이루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 속에서 가치 있는 이야기 만을 통해

존재 한다 생각하려고 합니다.

의미 없는 과거 속에 머물 일이 더는 없다는

의지를 주위에 보여 주면,

조롱은 그 조롱의 발원지로

되돌아 갈 것이니까요.

또한 나를 상처 입혔던 과거를 직시하고

더 이상 그 고통이 내 것이 아니라

과거에 갇혔다는 것과 또 그것을 넘어서는

과정을 통해

불완전 했던 내 모습에 더 나은 현재의 모습으로

덧입히려 합니다.

과거 는 내가 의미를 부여하는 것 만이 선명해지고

다른 것들은 희미해 지며,

내 존재가 머무르는 여기 현재가

나를 나타내 줄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분명한 내 생각이 과거를 의미와 무의미로

구분해 줄 것입니다.

어설펐던 과거의 실수를 통해

지금의 내가 소중한 것의 가치를 확실히 깨닫고

더 나은 존재로 바뀌었다면,

그리고 또 내 과거 실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를 받았던 일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주위 사람에게 배려와 양보로 갚아가고 있다면,

그 추억은 먼지가 아닌 향기로

존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추억을 공유하는 그 누구에게라도

내가 진심으로 저장한 추억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의 추억이 아닌, 나의 추억이니까요


작가





저주가게 X 책하다 :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저주가게 저주책 저주인형 제웅 X 책하다 출판도서

smartstore.naver.com

 

반응형
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