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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1.03.18 나에게 "아이"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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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받고 죽는 아이들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사랑을 받고 자라는 아이들과
학대를 받아 다치는 아이들이
자라는 각각의 환경...
이 둘 사이에 멀고 먼
간격이 있는 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마치 그라데이션 분포도처럼
사랑을 주고 학대를 자행하는 이어지는
많은 부모, 어른들이
존재할 것이다.


나에게 아이란 어떤 의미일까

내가 느끼기에는
여성이 늙어가면
사회계층적으로 후순위가 된다.
자세히 말하자면,
세상 모든 나이 계층이 만만하게
여기는 취급을 받게 된다.
늙은 남성이 가지는
폭력성이나 반사회성에서
초래되는 거부감과는 다른,
그저 만만하고 약하고
예쁘지않다고 존중받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늙은 여성은
시모, 고참의 지위를 이용해
더 약해보이는 같은 여성에
공격성을 드러낸다.)

그런데
소비력이 충분한 여성은
별도대우이다.
돈을 버는 직업을 가져온 지인들이
가지는 우월감의 근거는
결국 소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소비자랑을 하는 지인들의
자녀고민을 잘 알기에 부러울
일이 없다.
그냥 다행이다.
자녀로부터 느끼는 아쉬움을
돈으로라도 해결하고 있으니 말이다.


육아 대신 일하며
자신의 경력을 잘 쌓왔다고
자신에 찬 지인들이
그다지 대단할 것도 없고,
훌륭한 사람이라고
거의 느껴지지도 않아
그들의 자신감이 내 자신감과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나역시 평범하고 흔한 사람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벌며
스트레스와 억압을 느낌을 잘안다.
남성중심사화에서 혹은
남성화된 여성집단에서
오랜 차별을 겪어오며
무뎌졌다 생각하지만
자존감이 무너지는 기분은
결코 무뎌지지 않음을 잘 안다.

고생한다 격려해주고 싶지만
육아에 전념하는 깉은 여성을
시간만 나면 비하하는 것을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끼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잘 알아서
그냥 넘어가려고.



나는
아이들에게 자존심을 쉽게 굽힌다.
어린 아이에게 훈육이랍시고
자존심 고집을 피운 적도 많았다.
(부모다운 부모가 되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아이를 한 다섯쯤 낳았을 때야
가능할런지...)
이제는 그렇지않다.

나는 아이보다 힘과 결정권을
가진 보호자로
일종의 기득권이다.
기득권자로서 약자인 아이에게
좀더 조심하고 배려하고
양보해야한다고 생각한 후로,
아이와 마찰은 줄었다.

하지만 나의 온종일은
아이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지나간다.
마치 좋아하는 스타를
따라다니듯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싶고
설레고 기쁘다.
아이를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장래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내가 아는 한에서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아이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쉽고,
아이에 대한 막연한
기대만을 가졌던 부모는
이미 아이가 스스로 여러번 탈피해
변하고 변했음을 이제서야 느끼고
채 다시 파악을 할 새도 없이

무시무시한
입시를 맞딱드리게 된다.
그렇게되면 대부분
실망과 분노로
사이만 멀어지게 될 뿐이다.


먹고사느라 바빠서,
출근하느라 피곤해서,
이유는 많다.
결국은 모두 부모의 선택이었다.
낳기만 하면 큰다는
이상한 소리를 아직도 하더라.
낳기만 하고 밥만 먹여 키우면
제대로 된 사람으로 자라기 힘들다.
아이의 결핍은 다음 대로 그다음 대로
계속 이어지게 된다.

육아는 그 무게와 가치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어쩌다,
일년에 한두번,
아이가 급하게 나를 찾을 때가 있었다.
당장 달려가지 못했다고 큰일이
나지는 않았다.
누군가 도와주었고,
아이 스스로 견뎌냈다.
하지만
나는 견뎌내지 못했다.

내 아이가 잠시라도 불안과 두려움을
느꼈을 때 그래서 도움을 요청했을때
내가 옆에 있어주지 않았던
것이 너무 힘들었다.
괜찮다고, 다 그렇게 큰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아이가 반복되게 느끼는 불안은
나비효과처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또 퇴근후 파김치가 된 몸으로
아이와 성의있는 교감을
나누는 것도 쉽지 않다.
수퍼우먼? 웃기네...
다 잘 할 수는 없다.
세상 일이 그렇더라.


나에게 아이라는 의미는,
아이는 나의 책임이다.
내가 아니면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존재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싹다~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비로소
부모가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살아오며
내가 포기한 것들도 아주 많다.
1. 쓸데없지만 재미있는 소비,
2. 내가 주인공이 되는 여행,
3. 직업을 가지고 꾸준히
경력쌓기,
4. 가격표 보지않고 물건사기,
5. 당장 오늘만 생각하고
긴 생각 없이 살기,
6. 좋아하는 반찬 먼저 집어먹기,
7. 어질러놓고 그냥 자기,
8. 남편의 이혼요구에 바로
갈라 서버리기.


적어놓고 보니
과시적 소비나 충동적 소비가 많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일들이다.
그렇다면 참 다행이다.
저렇게 어설픈 인격으로
계속 살아올 뻔한 내가
아이로 인해 노는 수준이
달라졌다면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다.

하나도 후회되지 않고
미련도 없다.
아이가 앞으로도 잘자라기만
바란다. 그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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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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