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다니던 치과를 끊고 새로운 치과를 찾아 가기까지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모른다.
그걸 고민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긴 일이었다. 나는 그 특정 치과의사에게 의존해버렸던 것이다.
치과는 항상 가기싫다.
내 무질서한 치열과 여기저기 메워진 인공재료를 또 다시 확인해야하고, 듣기만 해도 시린 그라인더 소리는 정말 질색이다. 그 의사는 이미 내 진료기록을 모두를 알고있고, 또한 내 치아치료에 주요역할을 했기에, 그의 앞에 누워 입을 벌리는 것이 조금은 편하다는 생각이 있었다. 비록 그가 내 치아에 대해 부정적인 말을 하면서, 고가의 치료를 권유하고, 한번의 치료로 될 일을 여러번 나누어 오게 하는 수법을 다 알면서도 계속 거기를 갔었다. 왜냐하면 내 주치의니까.
스케일링을 위해 또다시 치과를 가야했던 나는 이번엔 정말 불필요한 신경소모를 줄이고 싶었다. 스케일링 하고난 뒤 잇몸치료를 추가로 2회 받으라는 얘기는 도통 이해가 안되었고, 예전에는 없었던 이런 권유가 바로 스케일링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고 나서 벌어진 의사의 수익을 위한 수법임을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누워 입을 벌리고 있는 위압적 상태에서 이러한 권유를 들으면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늘 치료 후 기분이 별로이고, 다시는 안오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치과치료는 내 약점이었던 것이었는지...
나는 죽을 때 까지 안 아프고 싶다. 아프다는 소리를 버릇처럼 하면서 누군가 나를 보살펴주고 돌봐주길 바라는 사람이 되고싶지 않다. 나중에 허리가 구부러지던 무릎 연골이 나가던간에 잘 못 걸어도 내 가방 내가 들고 지팡이 짚어가며 내 스스로 걷고 싶다. 결국은 아파서 누워 지내는 시간이 오겠지만 끝까지 스스로 하려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안 아프려면 결국 질병을 유발하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하고, 몸상태를 단단하게 만들어야하겠지.
길들여지고 무기력한 사람이 되버리는 과정, 그루밍 되지 않으려 노력했다지만 익숙함에서 벗어나기는 의식적으로만 해결되는 일이다. 당장 치료가 급한 질병이지도 않는 치과 치료를 위해 다른 의사를 찾는 행동조차 이러저리 고민해야했던 내가 참 딱했다.
새로 찾아간 집 앞의 치과는 아주 깨끗한 시설로 모든 병원 사람들이 젊고 친절하고 예의발랐다.
엑스레이 사진을 다시 찍어야했지만, 내 치아상태에 대해 혀를 차지도 않았고, 고가의 진료를 권유하지도 않았다. 꼼꼼히 스케일링을 해준 그 분에게 난 어색한 감사를 표시했고, 다음 주 치아메움치료를 예약하고 왔다. 물론 이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아주 고마운 치료이기도 하다.
여기 아니면 안되는 건 없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과는 다시는 안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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