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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4 공공도서관 출입이 있어보인다는 당신, 있어보이시네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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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영철이 소장 도서 328권을 도서관에 기부했다고 합니다.

기부된 소장도서를 따로 분류한 장소에 그럴듯한 이름도 붙여 김영철 개인적 홍보효과가 꽤 있어 보입니다.

 일간스포츠 기사에서 김영철 씨가 도서관을 출입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 도서관을 출입하는 모습이 "있어 보여서" 라고 했다고 합니다. 

 10년 이상 거의 매주 공공 도서관을 출입하고 있는 나는 왜 한번도 내가 있어 보인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지난 세월 동안 도서관이 나에게 준 지적 행복을 모두 꺼내 보이기는 불가능하겠지만, 목록정리라도 조금 해보려 합니다.

 

 도서관을 안 가던 사람이 어느날 도서관에 간다면, 아마도 인기신간 도서를 보려는 이유가 클 것 입니다. 

하지만 막상 자료실을 둘러보면, 인기 신간 소설이나 에세이집은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곧 알게 됩니다.

도서관과 서점의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지요.

공공 도서관은 이용이 무료이지만 그 개방성 때문에 소수 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렵기도 하죠. 

물론 검색을 해보면 1년 미만의 신간이 자료실에 분명 존재는 하지만 이미 대출이 되었거나 대출예약도서로 등록되어 있거나 혹은 속이 부풀대로 부풀어 얼룩덜룩 해진 채, 지친 모습으로 서가에 꽂혀 있죠.

굳이 인기 신간을 봐야만 하겠다면 예약을 하고 기다리면 되지만 글쎄... 신간 짝사랑 보다는 숨은 보석인 구간 찾기가 더 재밌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어요.

 

 아이가 있는 부모들은 도서관과 이미 친해져 있을 겁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도서관과 친하고 서가를 자연스럽게 누비고 다닙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독서관련 활동이나 도서관 방문 프로그램이 아주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책도 금방 찾지요.

거의 대부분 도서관이 어린이 자료실을 따로 마련해두어서 초등생 이하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성인책만큼 많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가정집 거실 벽면이나 아이들 방 벽면을 책으로 채운 집이 많이 있습니다. 계속 책을 사들여 집 벽을 채워 나가다 보면 순수한 독서를 위해서라기보다는 또다른 형태의 소유욕을 채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책으로 벽면을 채워도 도서관만큼 책을 가질 수는 없습니다. 책 자체에 대한 애정이 책을 읽는 열정으로 저절로 바뀌지는 않겠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습니다.

 

 학생 시절 도서관에 가면 대출도서가 많아야 두 세권이라 그냥 손에 끼고 오면 되었죠. 그 때는 내가 빌린 책의 제목을 누구든 볼 수 있었고, 그것으로 나에 대한 인상이 정해질 수도 있었음을 알면서도 오히려 엉뚱발칙한 제목의 책을 들고 다니며 진짜 내 자신을 숨기려 했었었습니다. 귀여웠었죠.     

 

그 뒤 아이가 생기며 아이가 타고 있는 유모차에 아이와 함께 책을 실어 나르고 다녔습니다.

유모차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대부분 엄청난 실용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아이를 편안하게 싣고 다니는 것 뿐만 아니라 미는 사람도 많이 힘이 들지 않는 구조에, 또 수납도 상당히 많이 됩니다.

유모차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어느 날, 그 많은 짐들을 다 어깨에 매아 한다는 상황에 당황스러웠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는 이불이 들어갈 만한 크기의 커다란 포셀린 백에 책을 담아 다녔습니다.

체육관과 함께 지어져 멋졌던 그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던 시절, 가족수 대로 대출한도를 꽉 채워 빌리면 그 무게가 어깨가 빠질 만큼 큼 엄청났었습니다. 수영장 셔틀버스를 탈 수 있어서 그런 자가 운반이 가능했었던 것이었습니다.      

 많은 도서관들에서 두 세 권이었던 대출한도를 거기는 5권에서 7권까지 늘려 놓아 아이 둘과 함께 가면 열 댓권의 책을 대출할 수 있어서 한도를 꽉 채워 대출하곤 했습니다.  

특히 아동 도서는 책장수는 적어도 표지가 두껍고 거기다가 크기 또한 커서 질긴 포셀린 가방도 몇 개월이면 찢어지기 일 수 였습니다.    

 

최근에는 장바구니용 핸드카트를 사용합니다.

내가 사는 고양시는 본인의 대출카드에 가족대표로 등록을 해두면 온가족 대출을 한 사람이 다 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래서 일인당 7권씩 4명분 총 28권의 책을 넉넉히 빌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독자들의 환영을 받지요. 무엇보다 고양시는 전체 도서관 수가 아주 많아 동네별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서관이 없는 곳이 거의 없습니다.

 

 10년 이상 책 셔틀을 한 덕분에 아이들은 책을 아주 자연스럽게 봅니다. 갑자기 심심해지거나 뭔가 할 것이 없나 두리번 거릴 때 자연스럽게 책꽂이로 다가가 책을 집어 읽습니다. 각자 좋아하는 독서 분야도 있어서 아이의 취향을 유심히 보았다가 비슷한 책을 계속 이어서 빌려오고는 합니다.

내가 초등학생 시절 읽을 엄두도 안났던 삼국지를 덥석 잡아 읽는 아이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후 수호지 등 여러 중국 고전을 실어 날으기도 했습니다.

 

 어린 아이를 끌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도서관을 다니다 보면, 부지런하다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꽤 많은 주변 사람들이 궁상떤다는 눈치를 주었던 것도 있습니다. 남들이 보던 더러운 책을 아이에게 읽게 주냐며 책에 투자 좀 하라는 의견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렇게 좋은 책을 찾아 재밌게 보고 나면 반납하지 않고 그냥 집 서가에 꽂아 두고 싶지 않냐는 말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마음이 가 가지고 싶은 책을 구매해 본 적도 있지만, 희안하게도 책을 사고나면 더 이상 읽지는 않고, 그 표지만 뿌듯하게 쳐다보는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책 내용 전체를 기억하지도 못하고 그 때의 감동이 계속 유지 되지도 않는데, 단지 아련한 이미지로 추억될 책을 계속 사재어 집을 복잡하게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경험도 교육적으로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읽은 보석같은 책은 기억 속에 정리해두고 아직 내가 발견하지 못한 양서들이 더 엄청날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계속 도서관 서가를 두리번 거리고 있습니다.

책 자체보다는 바로 어느 작가의 특별하고 신선한 생각에 대한 공유 욕심이 도서관을 못 끊게 했던 이유인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읽어도 안 읽은 책이 계속 줄지 않는 화수분 같은 지식 창고, 어떻게 그 곳을 잊을수 있을까요.

 

조금 더해 20년 가까이 책장을 넘기며 살다보니 도서관 다니는 버릇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이들이 커서 더이상 두꺼운 양장 표지의 동화책을 빌리지는 않지만, 청소년 도서의 다양함을 또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사한 곳이 바로 동네에서 도서관 최단거리 아파트라 여기서 계속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기 바빠서 그렇지 책 구하기 어려워 책을 못보는 것은 아니에요. 

도서관에 오래 다니다 보니 도서관 돌아가는 시스템이나 직원들도 저절로 알게 되었습니다. 초보 사서의 어설픔도 3초면 알아채지요.  

 

 내가 매주 읽은 책 중 몇 권의 흔적을 sns에 남기다 보니 앨범을 만드는 재미 같은 것도 있습니다. 다시 뒤져서 예전에 담아둔 문구를 읽으며 세상살이 내공을 쌓아가기도 합니다. 책 표지에 딱 붙여진 00도서관 자료 라는 스티커가 동네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도 합니다.

 

 김영철 씨가 느꼈다는 도서관 다님이 있어보이는 것. 김영철 씨가 바로 가진 사람이자 내적 사치를 아는 사람이라 그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이니까요.      

            

    

 

http://isplus.live.joins.com/news/article/article.asp?total_id=20447697&cl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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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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