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2차 세계대전이 일본의 항복으로 종전된 뒤 우리는 해방을 맞았다. 그리고 뒤이어 미군정이 시작되었다.
임시정부나 의열단의 노력이나 국내 항일투쟁 덕분이라는 내용을 국사문제에서 봤던 기억이 있지만,
해방을 맞은 나라에 또 다른 나라 - 미군정이 시작된 것이 우리 스스로 해방을 이루지 못했다는 내용에서 결국 해방에 우리가 기여한 부분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 역시 있다.
거기서 부터 문제 였을까?
우리 역사에는 혁명이 없었다고 한다.
가만히 국사시간에 배웠던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배세력 교체말고 혁명적으로 제도가 뒤바뀌는 일은 식민지 때 와서나 있었던 것 같다. 준비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던져진 선물 꾸러미처럼 신분과 성차별제도는 갑자기 폐지되어 버렸다. 그래서 노비, 성불평등, 지역차별 역시 어쩌면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것 같다. 내가 필요해야 쓰니까...
이렇게만 생각하면 우리 나라 사람들은 참 무기력하거나 멍청하거나 답답한 사람들로 밖에 생각되지 않아 화가 난다. 그 수많은 전쟁과 전쟁보다 악랄한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도 인정을 잃지않고 서로 도닥거리며 살아온 사람들인데 착한 멍청이들로만 정리되야 할까?
내가 3.1 운동을 별 의미없게 생각한 이유도 중학교 시절 사회선생님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3.1운동을 유래없는 비폭력운동이라고 설명하면서, 준비없이 진행되어 오히려 비폭력적인 운동이라 사람들만 죽고 얻은 것은 없었다고 했던 것 같다. 당시 나는 그것이 참 시크하면서 예리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근대를 살아간 못 배우고 무식한 사람들의 멍청함이 문제라 생각했다.
멍청함은 배운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철이 들고 그래서 나 외의 존재를 인식하고 또 나아가 과거와 미래를 인식하기 시작해야 없어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지식은 검색하면 얻을 수 있지만 현명함은 못구한다.
멍청함은 어디든 언제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완전히 잘못된 수업내용 이었다. - 물론 당시 선생님은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다고 하겠지...
3.1운동은 많은 희생을 낳았지만 일제에 반대하고 저항하는 여론을 분명히 보여주었고, 힘없어 보이는 사람들 일지라도 무리가 지어지면 반대편의 소수는 두려워하게 된다. 더군다나 명분도 정확한 옳고 정의로운 일이었다.
세상은 결국 가장 힘있는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만 그들에게도 한계는 있다. 핵심을 쥐었던 주먹을 벌리면서 자신 주변으로 힘과 함께 핵심이 전달되면서 통제의 오류는 발생하고 결국 꼬리가 머리를 흔드는 격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은 깔끔한 메신저가 아니라 손때와 체취를 묻히는 성실하지 못한 심부름꾼이다.
어디든 틈은 생기고 그 틈을 비집고 결국 할 말은 하게 된다.
조선 후기 고부민란에서 이어지는 동학농민운동, 고려 무신집권기의 망이 망소이 난, 이언년의 난, 신라 시대의 적고적의 난 등 가만히만 있었던 우리 조상들은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난 이후로 세상이 확 바뀌는 결과는 없었지만, '난'의 대한 데이타 - 그 시작과 진행, 전개 - 는 착착 쌓아갔을 것이다.
또한 진압은 되었을 지 언정 멍청하거나 착하지만은 않은, 목숨을 걸고라도 타고난 팔자를 고치려는 지독한 사람들이 나말고 여기저기 많다는 공감대 혹은 기득권측에서 보면 두려움이 드러나는 계기가 되었다고 본다.
사람들이 모인다고 촛불이 켜진다고 세상이 변하겠냐고 한다.
세상이 두어달 동안 모여서 나누어 붙인 촛불에 의해 변한다면, 세상 바꾸기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모인 사람들은 촛불을 들고 생각을 했다. 아니 성찰을 반성을 했다.
촛불 들었다고 세상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지만 가만히 있으면 세상은 거꾸로도 간다.
거꾸로 간다는 건 무시무시한 일이다. 내일 내가 공권력의 고문 피해자가 될 수도 있고, 일제 위안부가 될 수도 있고, 노비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5차 집회까지 촛불이 모이지 않았다면 검찰은 아무도 구속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청와대는 대국민담화라며 계속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었고,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는 촛불을 켜서 대통령을 퇴진시키지 못했고 여당을 해산시키지도 못했고 이상한 보수들의 생각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세상을 하루 아침에 바꾸려면 돈많고 힘있는 외세가 필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느끼고 성찰하여 무언가 바꾼다면 그것은 비가역적일 것이다. 다시는 거꾸로 돌아가지 않을 자발적이면서 무의식으로도 존재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사춘기를 겪고 부모에게 비난당하면서 느꼈던 처절함과 두려움, 그러면서 동시에 느껴지는 해방감.
이 사태는 어느 순간 적정선에서 정리가 되고 또 적당한 사람들이 그 자리를 대신 꿰차겠지만 우리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었고, 그 주인공이 대사를 외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하였다.
우리는 절대 이 경험을 잊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데이타로 저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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