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6.07.27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2
  2. 2016.07.26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728x90
반응형



감정은 순간적이고 일시적이다. 사랑은 사람의 감정을 이성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감정의 좋은 예이다.사랑은 퇴색되고 변하며 망각된다. 결혼 전 나름대로 배우자와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불현듯 찾아온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성을 압도하지만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 까지 정신을 차려볼 만한 순간은 여러 번 있다. 이 남자가 과연 꾸준한 수입을 만들 것인가, 남자의 부모로부터 재산을 받아낼 수 있을까, 내 인생을 줄 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안해봤다면... 앞으로도 쭉 하지 말길...
배우자가 생기고 나면 배우자 있는 여자들까리 비교가 시작된다. 배우자 없는 여자와는 한여름 냉장고에 반찬거리 없듯 얘깃거리가 뚝 떨어진다. 시가의 재산현황에 대한 자랑과, 남편의 수입에 대한 자랑, 결혼과 동시에 여유있는 중산층이 되었다는 착각에, 그래서 신혼은 즐거운 것이다. 결혼 전 스스로 창출해 낸 수입을 소비하는 재미는 수입이 없어지더라도 잊기 어렵다.
더 늦기전에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젊을 때 아이를 낳아야 겠다는 생각에 아이를 가진다. 육아서적을 넘겨보기도 하지만 육아서적보다는 유아용품의 고가 브랜드 라인업에 더 관심이 간다. 단 몇 퍼센트 라도 세일가가 적용된 번듯한 육아용품을 구하기 위해 하루를 투자하고 지낸다. 9달만에 배속에서 자라다 태어나는 아이는 아쉽지만 그렇게 태어나 버렸다. 그리고 절대 경험 못 해 본 호모 사피엔스적 존재감 상실을 경험한다.
친정엄마에게 늘 도움을 구하며, 너무나 아쁘고 사랑스런 아이와와 잠시라도 떨어져 있을 순간만을 갈구한다. 육아서적을 읽고, tv에 나온 육아전문가들의 조언을 따라 하고싶지만 결국 친정엄마의 오래된 노하우가 답이라 여기고 따른다. 늘어진 뱃살을 정리하려고 운동도 하려 하지만 먹는 양을 줄이기는 너무 어렵다.
영캐쥬얼에서 부인복 브랜드로 갈아타니 저절로 날씬해진 느낌이다. 아파트에 다니는 책장사 아줌마들과 안면을 트고, 아이를 위한 교육교재에 투자하는 똑똑한 엄마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아이를 위한다지만 내 sns용 해외여행도 필수이다. 어린이집을 옮기려 정보수집 중이다. 동네 소문이 중요한 것 같았다. 아이친구가 곧 엄마 친구이기 때분이다. 함께 키즈카페를 다닐 엄마모임이 필요했다. 산후조리원 친구는 합격, 나보다 더 뚱뚱하지만 2백만원짜리 다이어트를 곧 시작할 예정이란다. 남편의 수입이 꽤 되는 것 같았다. 앞동 친구도 나쁘지 않다. 시가가 잘 살아 머지않아 30평대로 이사갈 듯 하기 때문이다. 같은 층 새댁은 별로다. 지방 출신인데다가 사투리가 심하다. 같이 있다간 우리 아이도 사투리병에 옮을 것만 같다. 그 놀이터 친구는 생각 중이다. 아무래도 고졸인 것 같은데, 대놓고 물어보기는 좀 그그랬다. 게다가 곧 일자리를 구하려 한다니 맞벌이 가정은 모임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또 생각나는 한 명, 대학원 졸업 예정이라는 그 이웃은 나이도 좀 많았고 아이가 부산스러워 결정이 힘들었다.
4명 정도로 추려보려고 고심 끝에 큰 아이가 있는 또다른 친구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모임 친구들과 거의 매주, 며칠에 한번 꼴로 만나며 친해졌고, 아이들의 예체능 수업도 같이 하며 30대에 10대 집단문화를 형성해 다니게 되었다. 친한 무리가 있다는 것에 대해 행복감 마저 들었고, 매일 볼 친구를 못 만든 다른 이들의 부러운 시선에 우월감을 느꼈다. 남들이 보기엔 친한 듯 했지만 결국 이해관계를 위한 모임이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다보면 다른 점만 남게 되어 서로간의 거리는 최소한 일진 몰라도 더이상 좁아지지는 못하는 거리였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결국 한마디 섭섭함에 내일은 없는 그런 사이가 되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구경꾼들의 뒷말에 신경쓰이는 것이 더 컸다. 어느 순간 학습이라는 것과 멀어져 버렸다.














반응형
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
728x90
반응형



남편 감을 만나 결혼이란 것을 했다. 어쩌다 엄마가 되었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점점 병원과 친해지며 아이가 태어났고 모성은 일생일대로 커졌다. 아이를 위한 쇼핑을 하느라 에너지를 쏟고 나면 알찬 하루를 보낸 느낌이었다. 쇼핑 목록은 조금씩 변했다. 기저귀, 배냇옷, 장난감에서 신발을 사고 돌복을 사고, 문화센터 강좌, 스포츠 클럽 등록을 시작하고, 유행하는 장난감, 책, 선행을 위한 학습지, 입학식에서 멋지게 보일 옷과 가방, 핸드폰, 학원, 반값 여행권 등으로 이어졌다. 어느덧 아이가 방문을 닫고 들어앉았다. 아이에게 잔소리도 조금 해보지만 동네 친구들과 브런치 카페에 앉아 시간보내는 것이 요즘 제일 재밌다. 하나 둘 만나던 사람이 없어진다. 돈벌러, 아파서 각자의 생활로 분리되고 있다.
용기 내어 고용센터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뿐이다. 더 버티다간 청소부가 될 것 같아 판매 알바를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나 없이도 잘 지내 보였다.  집 근처 분식점과 편의점이 아이의 허기를 돌보아 주었다. 점점 늦어지는 내 귀가를 크게 아쉬워 하는 가족은 없다. 남편은 내가 버는 소소한 월급이라도 기대하는 눈치다. 가게 사장이 바뀌었다. 새롭게 오픈을 하려고 한단다. 그만두라는 소리다. 옆 가게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서빙. 주말만 서빙알바로 하기로 했다.  운동이 부족한 탓인지 늙어서 그런지 힘들다.남편은 퇴직했고 아이는 취업준비중이다. 돈버는 이가 나 뿐이라 풀타임으로 근무해야 했다. 가끔 만나는 근처 가게 친구들과의 저녁식사가 유일한 낙이 되었다.
자존심은 언젠가 없어진 것 같다. 사장이나 손님의 잔소리에 반응하지만 두 걸음은 안나간다. 무슨 팡 하는 게임을 핸드폰에 깔았더니 지하철에서 두드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를 보노라면 세상 근심은 다 잊어버린다. 두둑한 뱃살을 주무르다 빵빵한 볼살을 두드려보고 잠자리에 든다. 다 이러고 사는 거지 뭐. 산다는 게 이런거지...
대학 졸업 후 가로수 길을 환하게 만들며 걷던 나는 지금 식당 서빙을 하는 중년의 아낙이 되어있다. 자식도 키웠고 내 집도 있지만 내 인생은 식당 테이블 바닥에 놓인 삼겹살 기름에 찌든 방석 같다.
어디서부터가 잘못 채워진 걸까?

반응형
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