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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7.26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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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감을 만나 결혼이란 것을 했다. 어쩌다 엄마가 되었다. 예상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점점 병원과 친해지며 아이가 태어났고 모성은 일생일대로 커졌다. 아이를 위한 쇼핑을 하느라 에너지를 쏟고 나면 알찬 하루를 보낸 느낌이었다. 쇼핑 목록은 조금씩 변했다. 기저귀, 배냇옷, 장난감에서 신발을 사고 돌복을 사고, 문화센터 강좌, 스포츠 클럽 등록을 시작하고, 유행하는 장난감, 책, 선행을 위한 학습지, 입학식에서 멋지게 보일 옷과 가방, 핸드폰, 학원, 반값 여행권 등으로 이어졌다. 어느덧 아이가 방문을 닫고 들어앉았다. 아이에게 잔소리도 조금 해보지만 동네 친구들과 브런치 카페에 앉아 시간보내는 것이 요즘 제일 재밌다. 하나 둘 만나던 사람이 없어진다. 돈벌러, 아파서 각자의 생활로 분리되고 있다.
용기 내어 고용센터에 연락을 해보았지만 나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뿐이다. 더 버티다간 청소부가 될 것 같아 판매 알바를 시작하였다. 아이들은 나 없이도 잘 지내 보였다.  집 근처 분식점과 편의점이 아이의 허기를 돌보아 주었다. 점점 늦어지는 내 귀가를 크게 아쉬워 하는 가족은 없다. 남편은 내가 버는 소소한 월급이라도 기대하는 눈치다. 가게 사장이 바뀌었다. 새롭게 오픈을 하려고 한단다. 그만두라는 소리다. 옆 가게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서빙. 주말만 서빙알바로 하기로 했다.  운동이 부족한 탓인지 늙어서 그런지 힘들다.남편은 퇴직했고 아이는 취업준비중이다. 돈버는 이가 나 뿐이라 풀타임으로 근무해야 했다. 가끔 만나는 근처 가게 친구들과의 저녁식사가 유일한 낙이 되었다.
자존심은 언젠가 없어진 것 같다. 사장이나 손님의 잔소리에 반응하지만 두 걸음은 안나간다. 무슨 팡 하는 게임을 핸드폰에 깔았더니 지하철에서 두드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를 보노라면 세상 근심은 다 잊어버린다. 두둑한 뱃살을 주무르다 빵빵한 볼살을 두드려보고 잠자리에 든다. 다 이러고 사는 거지 뭐. 산다는 게 이런거지...
대학 졸업 후 가로수 길을 환하게 만들며 걷던 나는 지금 식당 서빙을 하는 중년의 아낙이 되어있다. 자식도 키웠고 내 집도 있지만 내 인생은 식당 테이블 바닥에 놓인 삼겹살 기름에 찌든 방석 같다.
어디서부터가 잘못 채워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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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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