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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로 돌아온 트럭은 택배 상자 내리듯 사람을 하나씩 내려 놓았다. 진화는 김미영팀장 뒤를 따라가려다 거기 있으라는 김미영의 말을 듣고 대신 이한송이 서 있는 곳으로 다가 갔다. 최선미가 진화에게 말을 걸었다.

"할 만 하시죠? 이게 크게 힘들다기 보다는 지겨워요. 지겨워."

"네, 아직 잘 모르겠어요. 솔직히 힘들긴 하네요."

창고안으로 들어갔던 김미영팀장이 다시 창고 뒷문에 모여 있는 무리 쪽으로 걸어왔다.

" (김미영) 경인아, 오늘 내 보낼 것 다 쌌어?"

" (추경인) 네, 얼추 다 했어요. 반품 CS부터 하고 마무리 하려고요."

" (김미영) 진화씨랑 같이 해도 되고."

" (추경인) 오전조 검수 정리해야되는데 그거 하라고 하세요. 진송언니는 오후조 관리하셔야 하고."

" (김미영) 진화씨, 지금 좀 쉬고 이따 오전에 마무리한 박스 정리해주셔야 해요. 검수 마친 박스들은 봉해서 송장 붙여서 내보낼 거에요."

" (진화) 네, 알겠습니다."

" (김미영) 진화씨 커피는 마셨어요?"

" (진화) 아까 오전에 자판기에서 빼서 먹었어요."

" (김미영) 왜 자판기를 먹어? 여기 옆에 커피 있어요. 종이컵이 없을 때는 있는데 우리는 각자 다 자기 컵을 들고 다녀요. 내일 올 때는 개인 텀블러 가져오세요. 그게 편리할 거에요."

" (진화) 아, 네. 들고 오겠습니다."

" (김미영) 이제 가서 오전조 박스 좀 옮겨주세요. 1층으로 빼야 하거든. 오후조 들어오기 전에 끝내야 해요. 옮기고 있으면 내가 가서 송장 붙이는 법 알려줄게요."

진화는 김미영팀장의 말에 따라 창고로 들어갔다. 진화처럼 오전 내내 실밥을 뜯고 옷 앞 뒤를 살펴보던 다른 노동자들은 다 사라지고 없었다. 진화는 검수가 마무리되어 각 박스들을 가득 채운 옷들을 꾹꾹 눌러 모았다. 김미영이 박스를 봉하라고 한 말을 기억했지만 테이프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박스를 밀어 입구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사람 허리까지 오는 크기의 박스는 무게도 상당했다. 복잡한 창고에서 요리조리 길을 찾아 끌며 플라스틱 박스를 옮겼다. 김미영팀장이 박스를 끌고 있는 진화에게 다가왔다.

"박스 못 들겠으면 끌어도 되요. 종이가 아니라 괜찮아요. 그리고 이리 와 봐요. 여기 송장이 나왔는데 종류랑 갯수를 맞추어야 하거든요. 검수는 다 끝난 거니까 따로 볼 필요는 없고, 박스마다 수량 체크 좀 해 주세요."

"갯수 세라고요? 어... 바닥에 부어서 해도 되나요?"

"네, 편하데로 하세요. 제품에 물기만 안 닿게 해주세요."

"네"

진화는 허리만한 박스에서 포장된 옷들을 꺼내 일일이 세어 갯수를 리스트에 적고 다시 박스 안에 집어 넣었다. 한꺼번에 바닥에 부으면 편할 것도 같았으나 혼자 들기에 박스가 너무 무거웠다. 허리를 숙여 꺼내고 다시 허리를 구부려 넣는 동작을 계속 반복하다 보니 허리가 뻐근해져 오기 시작했다. 이제 한 박스 했는데 벌써 몸이 아프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었지만 못한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김미영팀장은 서류뭉치를 뒤적거리며 창고 한쪽에 놓인 책상 앞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이한송과 추경인, 최선미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 (추경인) 한송언니, 저기 새로온 사람, 손은 좀 빨라?"

" (이한송) 느려터지지는 않았더라. 뭐하던 사람이래?"

" (최선미) 팀장님, 저 분 뭐하다 오신 분이래요?"

" (김미영) 나도 잘 몰라요. 사장님이 이런 일 한 적 없다고만 하던데요."

" (최선미) 하던 일 아니면 못 해. 나이가 젊은 것도 아니고. 아까도 힘들다고 하더라고. 어디 며칠이나 가나 보자고."

" (이한송) 아까 나한테 자기 배고프다고 언제 밥먹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배 엄청 고팠나 봐, 흐흐"

" (최선미) 밥도 엄청 먹더만. 그러고는 라면은 안 먹는 댔지? 여기 밥 먹으러 왔나벼, 흐흐"

" (이한송) 원래 오전조만 하기로 한 거 아니에요? 밥주는 줄 몰랐을걸요? 아까 커피 찾길래 제가 자판기 알려줬거든요."

" (김미영) 여기 커피 마시라고 하지. 왜 그랬어?"

" (이한송) 돈없다고 하면 알려줄려고 했죠."

" (김미영) 아, 사장님이 진화씨 어린이집 다니던 사람이었다고 하시네. 카톡으로 말씀하시네."

" (최선미) 그럼 어린이집이나 나갈 일이지 여긴 뭐 해보겠다고 왔대? 참 이 일은 아무나 하는 줄 아나 봐."

" (추경인) 아무나 하죠. 여기 자격증 있어야 들어오는 데도 아니잖아요.하하"

" (최선미) 그게 아니라, 힘쓰는 일인데 저래 요령이 없어서 어디 오래 하겠어?"

" (추경인) 하다 보면 늘겠죠. 저도 그랬는데요 뭐."

" (김미영) 경인씨는 우리 회사 에이스고, 나이도 젊고 말야. 비교가 안 되지. 성진씨가 엉망으로 해놓고 나간 그 패딩 박스를 오전에 다 하긴 했던데 다시 안봐도 되겠지? "

" (이한송) 근데 저 분 다리가 약간 휘었죠? 맞죠? 자세가 이상해."

" (최선미) 좀 이상하긴 하다. 힘을 어떻게 쓰는지를 모르는 것 같아. 어린이집에서 일했으면 애들을 많이 들어봤을텐데, 박스랑 애랑은 다른가? 흐흐"

진화는 멀리서 모여 떠드는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모여서 떠드는 사람들이 자신이 듣고 있는 줄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면 듣던 말던 신경 쓰지 않거나. 점심은 다같이 먹었는데 진화 자신만 일을 먼저 시작한 것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신입이니 그렇겠지 하며 계속 일을 했으나 떠드는 소리를 더욱 생생하게 들렸다.

"진화씨, 내가 송장 보는법 알려줄게요. 여기 보면 송장이 다 인쇄 되어 나왔죠? 종류 확인하고 갯수 확인 하고 그리고 박스 안에 이 종이 꼭 넣어야 해요. 그리고 박스 잘 막아서 송장은 여기 붙이고 옆에 이 작은 종이 투명 테이프로 붙여주세요.아시겠죠? 나는 오후 작업 준비해야 해서 진화씨 하고 있으면 제가 다시 와서 확인 할게요."

"저 근데 팀장님, 다른 분들은 일 안하세요?"

"할거에요. 아직 물량이 안 내려와서 그래요."

"네."

진화는 모여 떠드는 사람들을 흘깃 보고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 (김미영) 자자 일들 시작해요. 신입이 왜 자기만 일하냐고 항의했어요."

" (최선미) 아이고, 잘못했네요. 일합시다, 일!"

모여있던 사람들은 각자 자리로 돌아가 일을 시작했다. 물량이 도착하지 않았다는 김미영팀장의 말과 달리 오후 일거리는 이미 나 나와 있었다. 두시가 되자 오후조 알바 사람들이 창고로 들어왔다. 도착한 사람들은 간단하게 작은 소리로 인사만 하고는 자기 자리로 가서 바로 일을 시작했다. 김미영팀장은 사람들의 인원수를 확인하고 검수품목을 확인 기록했다. 진화가 일하는 쪽으로 와서 진화가 해놓은 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잠깐, 진화씨 이 종이 넣으라고 했잖아. 이거 뭐야?"

"넣었는데요."

"그럼 이건 뭐야?"

"아, 두 장이었어요? 실수했네요."

"아니, 내가 분명히 넣으라고 했잖아. 들었죠? 그쵸? 그런데 왜 실수를 할까요? 일단 다시 열어서 종이 두장 들어갔는지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다른 박스 할 때 혼자 하지 말고 한송씨랑 같이 하세요. 종이 누락되면 다 반품이야. 알겠어요?"

"네, 죄송합니다."

"아니, 무슨 큰 잘못 한건 아니에요. 처음이니까 잘하면 되지. 이제 틀리지 마세요."

"네, 감사해요. 제가 아마 서툴러서 계속 실수를 할 것 같아서 걱정이에요. 집중에서 해야하는데 정신은 멍하고 긴장되고..."

"진화씨 이제 일하세요."


김미영팀장은 진화의 주절거림을 끊고 돌아서 갔다. 담배를 피러 나간 추경을 찾아 뒷문으로 나갔다.

"경인아, 너 일은 안하고 또 여기서 놀아?"

" 아니 팀장님, 전화가 와서 받으러 나왔다고 한 대 피고 들어가려고 했어요."

"괜찮아, 천천히 피고 들어와. 근데 저 성진화, 벌써 골 때린다, 골 때려. 말이 너무 많아."

"인상이 말이 좀 많은 것 같아 보이긴 했어요."

"박스 전부 1층으로 옮기라고 했거든. 어떻게 옮기나 보고 계속 할 지 못할 지 두고 봐야겠어."

"오늘 처음 왔으면 힘이 남아 돌아서 잘 할텐데, 저렇게 일일이 하나씩 들고 꺼내는 걸 보면, 며칠 출근해서 지치면 아예 들고 옮기는 건 불가능 할 것 같아 보이네요."

"그니까, 남자를 뽑으라니까 맨날 아줌마만 뽑아다 준단 말야. 힘도 못쓰고 말만 많고 말야. 갑자기 굴러들어오면 뭐 아무나 일 할 수 있는 줄 알아? 여기도 다 이미 들어와서 고생하며 경력 쌓고 있고 자리잡는다고 고생하는데 어디 지 할말 따박따박 하면서 무임승차를 하려고 말야."

"제가 아는 동생이 요즘 일 쉰다고 알바 찾고 있다는데 여기 와서 일하라고 말해볼까요? 남자에요."

"그래, 오라고 해. 면접은 사장님이 보지만 아마 일 하라고 하겠지. 저 성진화는 오전조만 하게 하던가, 그만두던가, 흐흐 "

진화는 지하창고에서 부터 1층 까지 무려 열일곱개 계단을 걸어 올라가 무거운 박스까지 옮겨야 하는 일이 막막했다. 하지만 힘들것이라는 각오하고 온 이상 어떻게든 해내려고 애썼다. 박스를 두손으로도 들기 어려운데 계단으로 어떻게 들고 올라갈 지 고민을 하고 있으니, 이한송이 다가왔다.

"힘드시죠? 원래 둘이나 셋이서 드는 거에요. 못 드시는 거 같아 보여서 제가 도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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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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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같이 일하실 분이에요. 인사 드리세요."

첫 출근을 한 진화를 피킹해서 창고로 데리고 간 김미영 팀장은 열 댓명이 모여 서 있는 곳으로 갔다. 사람들은 진화를 쳐다 보았고 어색하게 서 있는 진화에게 김미영 팀장은 갑자기 자기 소개를 하라고 시켰다. 오늘 처음 온 진화가 어색하게 입을 떼게 두는 것 보다는 김미영 팀장이 대신해서 사람들에게 소개해 줄 만도 했지만 김미영 팀장은 싸늘한 웃음기를 띄며 진화의 등을 떠밀었다. 진화는 누가 누군지 몰랐음에도 일단 팀장이 시키는 대로 인사를 했다. 알고 보니 이것은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안녕하세요! 성진화 라고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화로 몰린 시선들이 수다스러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뭐? 성진? / 성진씨 흐흐 / 성진이래? / 또 성진이야?"

"아니, 성진 아니고 성이 성이고 이름이 진화, 진화 씨에요."

김미영 팀장이 싸늘한 표정에서 약간 부드럽게 바뀌며 진화의 말을 이어받았다.

진화의 인사를 듣고 계속 흘깃거리며 쳐다보던 사람들은, 작업복을 입은 뚱뚱한 남자의 몇 가지 작업 지시 사항 전달이 끝나자 진화를 향하는 시선을 거둔다. 성진 성진 거리던 사람들은 그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미영 팀장은 진화에게 장갑 한 켤레를 건넸다. 진화는 장갑을 받아들고 김미영이 걸어 다니는 뒤를 쫒아 다녔다. 창고 한 쪽에 놓여있는 지저분한 책상에 몸을 숙여 휴대폰을 들여다 보던 김미영은 뒤에서 쭈뻣거리며 서 있는 진화를 흘깃 허리를 세운다. 그리고 진화를 데리고 가 일 할 자리를 알려주었다.

"진화씨, 이런 일 안 해보셨다고 하던데? 그런데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처음이니까 천천히 집중해서 실수 없이 하다보면 나중에 익숙해지실 거에요. 여기 앉아서 이 의류 포장 열어서 불량 체크하고 라벨 뜯고 실밥 처리하세요. 옆 사람 하는 거 잘 보시고 참고하시고요. 오늘은 처음이니까 물량 체크는 안 할거지만 내일부터는 90프로 이상 완료하셔야 해요. 한송씨 이 분 새로 오셨는데 가위 드리고 업무 좀 알려 주세요."

이한송은 김미영의 말에 즉각 반응을 했다. 그리고 김미영에게 다가가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네, 팀장님. 아 그리고 팀장님 잠시만요. 아니 어제 그 불량을 전부 우리가 다 책임지라는게 말이 돼요? 성진 씨가 그러고 나간 걸 왜 우리가 다 덮어써요?"

"뭐 어쩌겠어, 한송씨 그래도 오늘 새로왔잖아. 어제 그 불량 다 꺼내서 정리부터 하고, 알아서 시켜. 이따 점심 때 다시 확인 할게요."


김미영과 이한송은 둘의 대화가 주변 사람에게 다 들리는 것을 알면서도 둘만 속삭이며 조용히 말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이한송은 김미영이 돌아가자 진화를 흘깃보고 곁으로 다가갔다.


"진화씨라고요? 몇 살이세요? ( 진화 : 네, 저는 47살이에요. 열심히 해볼게요.) 아, 그러시구나. 저는 37살이에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 일 안 해보셨다고요? 일은 쉬워요. 그래도 실수하면 서로 힘들어지니 꼼꼼하게 하셔야 해요. 이 회사에서는 중국 공장에서 옷을 가져와서 여기서 작업을 해서 온라인 쇼핑몰 통해서 파는 거에요. 온라인 쇼핑 많이 하시죠? (진화 : 네.) 저희가 하는 작업은 라벨 제거하고 실밥 정리하고 불량 체크하는 건데, 지퍼 불량, 단추 불량, 박음질 불량 이런것 전부 체크하시는 거에요. 어려운 일 아니에요. 여기 50대 언니들도 많이 일하고 계세요. 거기 앉아서 시작하세요. 시간당 100벌 확인을 끝내야 하는데 오늘은 처음이시니까 체크하지 말라고 하니 편하게 하세요. 그래도 실수하시면 안되요. 아, 오늘 하실 물량은 제가 따로 가져다 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한송은 한 쪽에서 옷이 가득 든 커다란 파란색 플라스틱 박스를 들고 와서 진화 옆에 털썩 내려 두었다. 진화는 그 박스 속에서 봉투 하나를 집어 올려 안에 든 옷을 꺼내었다. 옷은 여성용 검정색 패딩이었는데 퀼팅이 들어간 디자인으로 퀼팅 실이 여기저기 남아 지저분했다. 진화는 눈에 보이는 실밥부터 잘라 내었다. 실수하지 말라는 김병신 사장과 김미영 팀장, 이한송의 말이 머리 속을 맴돌아 옷을 앞 뒤로 계속 돌려보며 실밥을 찾고 또 찾았다. 실밥이 거의 다 제거 되었다고 생각이 들자, 진화는 지퍼와 단추, 박음질 불량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지퍼 슬라이드는 뻑뻑했지만 다물어는 졌다. 장식 단추는 싸구려스럽고 옷과도 어울리지 않았지만 일단 잘 달려 있었고, 단추에서 삐져나온 실밥을 잘 떼내었다. 이어 박음질 불량을 찾으니 불량으로 보이는 곳이 여러 군데 였다. 진화는 옆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이한송에게 물었다.


"이거 불량인 것 같은데 불량은 어떻게 해야해요?"

"어디가 불량인데요?"

"박음질이 마무리가 안되고 삐뚫어진 곳을 세 군데 발견했어요."

"다른 데는 괜찮아요? 실밥은 다 뗐어요?"

"네, 지퍼 단추는 괜찮고 실밥은 깨끗하게 제거했어요."

"그럼 그냥 다시 담으세요. 박음질 이런 거는 찢어진 정도만 아니면 그냥 나가도 돼요. 중국산 저가 옷이 다 그렇지, 사람들도 그거 다 감안하고 사는 거에요. ( 진화 : 네.) 정확히 하되, 빨리 하셔야 해요. 시간 당 백 개 가까이는 해야 하는데 한 벌에 5분 씩 걸리면 언제 다 하실 거에요? 오늘은 아마 오후에도 일 해야 하실 거에요. 오늘 보내야 하는 출고 해야 하는 물건이라서 아마 좀 있다가 말씀 하실 거에요."

"4시간 근무로 알고 왔는데 더 해야 해요?"

"물어볼 지 안 물어볼 지 모르죠. 있어 보세요. 못 하겠으면 못 한다고 하시면 돼요."

"네,"


진화는 시간당 백 개라는 말에 정신을 집중해 빠르게 손을 놀렸다. 쪽가위를 든 손가락 근육이 마비가 오려는 듯 뻐근 했지만 손가락 스트레칭을 할 시간도 없다고 생각했다. 박음질 불량은 불량도 아니라는 이한송의 말을 되새기며, 그러니 그 온라인 쇼핑몰의 저렴한 옷들이 세탁 한번 하면 올이 줄줄 풀리고 너덜거리는 이유가 다 있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 9시부터 창고로 일하러 온 진화는 10시를 넘어서자 커피 한 잔이 간절해졌다. 마침 그 때 옆에서 일하던 이한송이 일어나 진화에게 잠깐 쉬자고 말했다. 진화는 창고 어딘가에 커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한송을 따라나갔다. 이한송은 지하 창고고 뒷문으로 나가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는 무리에 끼었다. 그리고 크롬이 장식된 반짝이는 전자 담배를 꺼내 피우기 시작했다.


"저기, 커피는 없나요? 믹스도 괜찮은데,"

"커피요? 일 층 문 옆에 자판기 있어요. 동전 넣으셔야 돼요."






진화는 담배연기 자욱한 골목에서 다시 창고로 내려와 반대편 문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커피 자판기가 있었다. 삼백 원 짜리 믹스 커피 버튼이 진화를 향해 이미 오래 전에 지친 듯 빨간불을 반짝 이고 있었다. 진화는 아침에 비상용으로 주머니에 넣고 나온 천 원짜리 지폐를 꺼내 자판기로 밀어 넣었다. 밀크 커피 버튼을 누르자 달캉 하고 종이컵이 내려 왔다. 웽웽 거리며 커피가 내려왔고 작은 컵에서 김이 솔솔 나왔다. 종이컵을 꺼내 들고 차가 지나 다니는 도로를 바라보며 진화는 뜨겁고 달달한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종이컵 속 커피는 어찌나 조금이었던지 매일 아메리카노를 세 잔도 마시는 진화에게는 모자랐지만 달디단 자판기 커피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빈 종이컵을 버리고 창고로 내려 가 자리로 돌아갔다. 이미 내려와서 일을 하고 있던 이한송은 조금 늦게 돌아온 진화에게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김미영이 진화에게 다가왔다.


"진화씨, 일 할 만해요? 안하던 일이라 쉽지 않죠. 그래도 하다 보면 익숙해져요. 다들 그렇게 시작하지 뭐. 뭐 잘 모르겠으면 한송씨한테 물어보고 아니면 나한테 와서 물어봐도 돼요. 그리고 가위 생각보다 날카로우니까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돈 벌러 왔다가 몸 다치고 가면, 그런 낭패가 어딨어? 안 그래요? 오래오래 일해야죠."

"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송님이 잘 알려 주셔서 실수 안하려고 집중하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조금 늦게까지 일할 수 있어요? 오늘 사람이 부족해서 물량 소화가 쉽지 않네. 오버타임도 시간 당으로 다 정산해줄거에요. 할 수 있어요? 여섯시 전에 끝날 거에요."

"여섯 시 전에 끝나면 할 수 있어요."

"그래요, 진화씨 이따가 같이 점심 먹으러 가요."

진화는 김미영의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 열심히 손을 놀리지만 박스 안에 옷은 좀처럼 줄어 들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박스도 슬쩍 쳐다 보았지만, 각자 작업라는 옷 종류가 다 달라 보였다. 자신이 얼마나 느린지 아니면 잘 따라하고 있는지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이런 저런 생각이 들려는 무렵, 창고 한 켠에 켜 놓은 라디오에서 12시를 알리는 음악 소리가 흘러 나왔다. 진화는 김미영이 함께 점심 식사를 하자고 한 말을 기억하며 작업대에 놓인 옷만 마저 끝내놓고 밥을 먹으러 나갈 준비를 했다. 그래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에 꼼꼼리 실밥을 잘라 내고 앞 뒤를 돌려보며 불량을 찾아내려고 했다. 여전히 진화의 눈에 포착되는 삐뚤삐뚤 박음질 불량이 거슬렸지만 이것은 큰 불량이 아니라는 이한송의 말을 되새기며, 적은 돈을 결재한 데에 합의된 구매자들의 관대함을 기대했다. 그런데 12시가 넘었지만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아무도 진화에게 점심을 먹자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진화는 이한송에게 슬쩍 물었다.

"점심은 언제 먹는 거에요?"

"오늘 잔업 하시게요?"

"네, 팀장님이 말씀하셔서 한다고 했어요. 여섯시 전에 끝난다고 하시던데요."

"여섯시 전 일 수도 있고, 넘을 수도 있어요. 저는 아기때매 오늘 일찍 가야 하는데 잔업하라고 해서 지금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여기 점심 시간은 12시 30분이에요. 요 앞 식당에 가서 먹는데 일하는 사람들 전부 다 가는 건 아니고요, 오전 근무만 하는 사람은 1시까지 하고 퇴근하고; 오후 잔업 하는 사람은 점심 먹고 다시 하는 거에요."

"아, 네. 배가 벌써 고프다고 난리네요. 호호 그런데 제가 지금 느린지 빠른 지 모르겠어요."

"느리고 빠르고 보다는 실수하지 않으셔야 해요. 지난 주에 그만두신 분은 손이 느려서가 아니라 실수를 너무 많이 해서 잘리신 거에요."

"잘리셨다 고요? 실수를 얼마나 하셨길래요... 저도 처음이라 실수 많이 할 것 같아 불안하네요."

"누가 실수를 일부러 하나요? 딴 데 정신 팔지 않고 신경 써서 하시면 실수 할 일 별로 없어요."

"네, 감사해요. 실수 하면 회사에도 저한테도 안좋으니까 실수 안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두어야 겠네요."

"진화씨, 이제 어서 일 하세요."


진화는 이한송과 대화를 너무 길게 한 것은 아닌가 아차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아침부터 검수하던 박스 안 옷들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작은 쪽가위를 들고 컴컴한 지하창고에서 먼지를 마시며 일하는 자신의 모습이 흡사 70년대 재봉공장 여공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현재는 최저임금 제도 라는 것이 있다. 아무리 쉬운 일도 한 시간을 일 시키면 9천원은 주어야 하는데 아무리 어렵고 더러운 일도 똑같이 시간당 9천원이라는 함정도 존재하긴 하다.

진화의 플라스틱 박스 안 옷들이 전부 검사를 마치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던 이한송이 진화를 불렀다. 식사 하러 가자는 말이었다. 진화는 쪽가위를 내려놓고 일어나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이한송이 부르는 뒷 문으로 갔다. 뒷 문 밖 구석에 큰 깡통 안에는 담배 꽁초들이 쌓여 있었고 여기저기 가래 침을 뱉어 더러운 냄새가 진동을 했다. 이한송 옆에 서 있던 한 여성이 진화를 보고 이한송을 향해 말을 했다.

"아, 담배 그만 펴, 새로 오신 분은 담배도 안 피시는 구만. 밥 맛 떨어져. 근데 오늘 반찬 뭐래?"

그때 골목으로 트럭 한 대가 들어 와 섰다. 운전석에서 젊은 남자가 내려 탑차 뒷 문을 열었고 화물 칸으로 사람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진화도 얼떨결에 화물칸으로 올라탔고, 모두 열 댓 명의 사람이 탑차 내부 벽에 기대어 옹기종기 쪼그려 앉았다. 문이 쾅 닫히고 트럭은 출발을 했다. 화물칸에는 다행히 불이 두 개 켜졌다. 사람들은 모두 휴대폰을 들여다 보며 별 말이 없었다.
진화는 예전에 읽었던 기사 하나가 생각이 났다. 멕시코에서 미국 국경을 넘어 온 대형 냉동트럭 내부에서 아시아 불법 이민자들 여러 명이 질식사한 채 발견되었다는 기사 말이다. 진화는 자신이 밀입국한 불법노동자가 된 듯 한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트럭 화물칸에 쪼그려 앉은 사람들의 표정이, 진화의 생각에는 그다지 진화의 기분과 다르지 않아 보였다. 모두가 자신 앞에 앉은 동료를 바라보기 보다는 마치 현실을 잊으려는 듯, 휴대폰을 열어 게임을 하거나 카톡 메세지를 보고 온라인 쇼핑몰에 주문한 물건을 확인하고 있었다.

트럭은 금새 어딘가에 도착했다. 화물칸 문이 열렸고 아까 탈 때 처럼 젊은 남성 운전자가 내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반복해 뛰어 내리다간 금새 무릎이 나갈 만한 화물칸 높이였다. 트럭에서 내린 사람들은 골목 안 작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업을 하는 곳 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골목에 숨은 식당 바깥에 걸린 간판에는 '고향집 함바' 라고 써 있었다. 식당 안 각 테이블 위에는 이미 가스버너가 놓여져 무언가를 끓이고 있었고 사람들은 손을 씻을 생각도않은 채 자리를 하나 둘 채우고 앉았다.

진화는 눈치를 보다가 김미영팀장이 앉는 자리로 가까이 갔다. 오전에 지하 창고에서 본 김미영팀장의 얼굴과 그나마 햇빛이 들어오는 식당에서 본 얼굴은 같은 얼굴이었지만 마치 처음 입은 새 옷과 몇 번 빨아 자신감을 잃은 옷 처럼 달라보였다. 눈가에는 자글거리는 주름이 가득하지만 머리는 환하게 염색이 되어 있고, 입은 삐쭉거리며 웃으려는 듯 말을 하려는 듯 움직거리는 모습은, 이 식당 안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지만 웃음거리는 되지 않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듯 보였다. 김미영팀장 옆 테이블에 앉은 이들은 의미없는 수다를 떨다가 진화 쪽을 쳐다 보았다.

" (최선미) 진화 씨라고? 밥 많이 먹어요."

"(진화) 네 감사합니다. 팀장님 (저 분) 누구세요?"

" (김미영) 지금은 말 해줘도 모를 거에요. 차차 알면 되고, 저 분은 최선미 대리님이고, 옆에는 경선씨, 도은씨 그리고 말해줘도 모르겠죠? 차차 알아가세요. 진화씨 라면 드실래요? 라면 먹고 싶으면 가져다 드시면 되요. 돈은 따로 안내도 되고요."

"(진화) 네, 감사합니다. 라면을 별로 안 좋아해서요."

" (김미영) 그래요? 마음대로 하세요."

진화는 마치 누가 던지기라도 한 듯이 자신의 앞에 놓인 공기밥을 보고 뚜껑을 열었다. 6시부터 일어나 남편과 아이들 아침을 차려놓고, 먹고 싶지 않아도 힘쓰는 일을 해야하기에 억지로나마 대충 먹고 왔지만, 진화는 삼백원 짜리 자판기 커피를 마실 때부터 이미 허기를 느꼈었다.
진화가 과거 어린이집에서 일을 할 때는 밥을 최대한 빨리 먹어야 했었다. 아이들을 식사 시간에도 돌봐 주어야 했기에, 허겁지겁 밥을 욱여 넣고 국을 마시는 것이 익숙했다. 진화는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늘 비슷한 말을 들어왔다. 왜 그렇게 급하게 먹느냐는 농담반 불평반이었는데, 일일히 설명하기도 귀찮고 그래야만 하는 처지에 대해 구구절절 말하기 싫어, 그냥 배가 많이 고파서 라는 말로 에둘러 왔다. 진화는 천천히 밥을 먹으려 노력했지만 식당 공기밥 양은 너무 작았다. 진화는 여섯 시까지 아무 것도 먹지 못할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고 첫 날부터 지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며 용기 내어 손을 들었다.

"밥 좀 더 주세요..."

"진화씨 밥 더 먹게? 이거 먹어. 나 라면 먹어서 밥이 남아."

"네 감사합니다."

김미영팀장은 자신이 덜어놓은 밥을 진화에게 건넸고 진화는 얼른 받아 먹기 시작했다. 테이블 가운데 놀인 김치찌개 냄비 안 두부 조각들은 김치 양념과 조미료를 흡수해 짭짤해져 있었고 밥을 입 안으로 더 퍼 넣지 않으면 안 될 정도였다. 작은 딸이 먹고 싶다고 사달라던 오징어 젓갈이 식당 반찬으로 나와 있었다, 진화는 오징어 젓갈을 푹 집어 먹으며 작은 딸 생각이 났다. 오징어 젓갈은 몸에 좋지 않다고 조미료 범벅에 나트륨 과다라 먹어서 좋을 것이 없다는 논리를 늘 작은 딸에게 주장해왔던 터 였으나 진화는 달달한 믹스커피에 이어 짭짤하고 맵삭하게 감칠 맛이 도는 오징어 젓갈을 자연스럽게 입 안으로 안내했다. 식사는 10분도 되기 전에 끝이 났고, 오히려 진화가 젓가락을 가장 늦게 내려 놓았다. 식사를 자친 사람들은 하나둘씩 식당 문 밖으로 나가 서 있다가 다시 트럭 화물칸에 올라타 쪼그려 앉았다. 화물칸 문이 쾅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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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안녕하세요. 면접보러왔는데요..."

싸해보이는 화색 문을 슬며시 열고 들어간 진화는 얼굴에 주름 하나 안 남기려는 듯 팽팽하게 얼굴 근육을 양 옆으로 잡아당겼다. 문 안으로 쏙 들어간 진화는 문에서 가장 가까운 책상에 앉아있는 사람을 향해 말을 내밀었다.

"여기 아니고요.... 따라 오세요."

컴퓨터를 들여다 보고 있던 직원은 진화를 흘깃 보고는 다시 컴퓨터로 시선을 돌렸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진화를 다시 문 밖으로 데리고 간다.

"아, 여기가 아닌가요?"

진화는 어색하게 웃으며 슬리퍼를 달달 끄는 직원 뒤를 쫒아 나갔다.

"여기로 들어가세요."

직원은 진화의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않고 뒤돌아 걸어가 문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진아는 알려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면접 보러왔습니다."

진화는 한번 연습을 해서인지 아까보다 더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아이고, 네! 어째 오시는데 괜찮으셨어요? 시간은 얼마나 걸리셨어요? 오늘 면접자 분 성함이... 잠시만요. 아, 먼저 그쪽에 앉으세요. 편하게, 네"

김병신 사장은 휑한 책상 위에서 잠시 뒤지다가 종이 한 장을 찾아들고 진화가 앉은 자리로 다가온다.

"자, 성진화씨, 어디, 이쪽 일은 해보셨고?"

-"아니요, 처음입니다. 하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처음이면 쉽지 않을 텐데. 혹시 하셨던 일은 뭐?..."

-"어린이 집에서 일했었습니다."

"왜 그 일 계속 안하시고 다른 일 하시려고 하시나?"

-"아 그게, 제가 작년에 일을 그만두고 쉬다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 쪽 분야에 관심도 있고 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

약간 상기된 채 순진한 표정으로 주절주절 말하는 진화를 흘깃 보고 종이를 들여다보기를 열 번은 반복하던 김 사장은 진화의 휑한 지원서 한 곳에 시선을 멈춘다.

"사시는 곳이 황금동이시네?"

-"네 맞습니다."

"황금동 아파트 값이 요즘에 엄청 올랐죠?"

-"그렇다고 누가 그러던데,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아, 황금동 사시는 구나. 혹시 가족관계는? 말씀하시기 힘드시면 말 안하셔도 됩니다. (진화는 얼른 딸 둘이라고 말한다. ) 아, 딸 둘이시고. 다 키워놓으셨네요. 그런데 저희 회사에 지원을 하셨고... 일단은, 공고대로 포장 피킹 하시는 일을 하셔야 하고, 임금은 최저로 나갑니다. 뭐 궁금하신거 있으세요?"

-"그런데 제가 정확히 무슨 일을 하나요?"

"저희 회사가 의류 납품을 해요. 그래서 송장대로 물건을 찾아와서 잘 포장해서 보내는 일을 하실 거에요. 어려운 일은 아니고, 빠르고 정확하게 하셔야 해요. 이 쪽일 안 해보셔서 할 수 있으시겠어요?"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순진한 표정으로 열심히 하겠다 의욕을 보이는 진화를 쳐다보는 김사장의 표정에는 풋 하고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진화의 지원서에 적힌 글씨라고는 이름 주소 어린이집 보조교사 경력이 전부 였지만 김사장은 열심히도 종이를 보고 또 보았다.

"진화씨, 우리 그럼 이렇게 해보죠. 일단 일주일 간 시간을 두고 서로 겪어보는 것으로 하고, 진화씨도 일을 해봐야 어떤 일인지 알 수 있잖아요. 저도 좀 지켜보고 말이죠. 괜찮으시겠어요?"

-"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진화는 연신 감사하다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하고 내일 출근하라는 말을 덥석 받았다.
진화는 내년이면 50에 바싹 다가가는 중년 여성이다. 딸 둘을 둔 엄마로 큰딸이 고1, 작은 딸이 중1이다. 진화의 동갑 남편은 약품 회사에 다니고 있다.

몇 년 전에 어린이집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어린이집에서 일을 시작했다. 어느날 한 학부모의 항의를 받게 되었는데 어린이집 원장은 진화의 해명은 들어보지도 않고 진화에게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라고 강요 했다. 진화는 무릎을 꿇고 빌며 울 수 밖에 없었다. 그 일이 있은 이후 어린이집 4살 아이가 진화에게 다가와 선생님은 왜 혼났냐고 왜 울었냐고 물었다.
진화는 도저히 어떻게 대답을 할 지 몰라 실없이 웃기만 했고, 그날로 어린이집을 그만 두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을 쉬던 진화는 온라인 쇼핑몰을 하나 열어 볼까 하는 마음에 경험을 쌓아보고자 알바 자리를 찾았다가 오늘 김가장을 만나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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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 유형

 

젊은 꼰대가 보이는 행태 중에는 오로지 자기 경험에 근거하여 주장하는 꼰대가 있다. 자신이 대단한 경험을 해 왔고 자신이 겪어왔던 경험만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 면서 충고하고 지적한다. 늙은 꼰대가 살아온 세월만큼 많은 경험을 가진 것에는 늙은 꼰대들의 경험을 축소 시키거나 별 의미 없다고 치부한다. 젊은 꼰대들은 자신들이 가진 작은 경험을 부풀려 인식하고 과장하여 떠벌린다. 수다의 소재를 위해 정작 별 관심도 없는 것 에 대해서조차 경험이 있다 자랑하고 별 것 아닌 경험 을 별 것으로 포장한다. 오직 자기 경험에만 의지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가르치려고 하는 꼰대는 젊은 꼰대 에서도 많이 나타나지만, 기성 꼰대에서도 가장 많이 나타나는 유형 중 하나이다.

이들은 사회와 직장에서 마주치는 기성 세대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면서도 자신들이 흉내내는 꼰대 짓에 대해서는 반성하지 않는다. 마치 따돌림 폭력에서 피해자가 되었을 때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경찰에 고발하고 언론에 호소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어를 하지만, 가해자 중 한 명이 되었을 때는 그저 장난이 었고 놀이였는데 왜 그렇게 정색을 하며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젊은 꼰대를 소개할 때 등장한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 역시 기성 세대나 남이 꼰대 짓을 했을 때는 비판 받아 마땅한 행동이지만 자신이 했을 때는 웃자고 한 농담이었다며 그 무게를 달리한다. 이처럼 젊은 꼰대는 자기 중심적면서 이중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

 

 늙은 꼰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인 나이 많은 사람에 대한 예의 즉, 권위에 대한 순종적인 태도를 말하는 싸가지를, 때로는 능력이나 재능보다 더 중요하게 여길 때가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젊은 꼰대 중에는 성차별적 인식을 가지기도 하는데 특히 외모를 지적하는 유형이 있다. 말투, 표정, 태도뿐만 아니라 옷차림이나 화장 등의 외모를 지적을 한다. 성형 수술을 했어도 혹은 성형 수술을 안 했어도, 비싼 옷을 입던 싼 옷을 입던 모두 자신의 평가 기준에서 벗어 나면 싸잡아 비난한다. 자신이 성형을 했으면 성형을 안 한 못 생긴 사람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고, 자신이 성형을 하지 않았다면 성형 하지 않은 잘 생긴 사람만 인정해주는 것이다.   

이 유형은 아이러니하게도 기성 세대보다 젊은 세대 의 꼰대에서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의외로 일반 사람들이 많이 겪는 유형이라고 한다.

젊은 꼰대의 유형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바로 꼰대 짓을 출신 대학의 서열부터 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이들은 수능 성적과 학벌-출신학교가 증명하는 성적 지상주의가 세상의 모든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 한다. 거기에 정규직 직장인 혹은 전문직 종사자 임을 부각하며 자신이 남다른 성공을 이룬 사람임을 자랑 한다. 성적이 곧 능력이라는 등식을 주장하며 세상의 다양한 가치와 제각기 가치 있는 능력을 전부 무시 하고 오로지 십 대 시절에 얼기 설기 완성된 가치관이 이십 대와 삼십 대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멍청하다는 비하 표현을 자주 사용하며, 공부를 못하거 나 멍청하면 부당한 처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 주장 한다.

자신보다 높은 서열의 학벌자들에 고개 숙이고 낮은 서열 학벌자들을 무시하는 등 학벌 서열주의에서 오는 차별의 전형성을 보인다.

그리고 학벌에 이은 또 한 가지는, 부모 배경을 이용 하여 자신을 과대포장 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족의 재산을 자신의 능력인 양 자랑하는데, 부자인 집에서 자라 혜택을 입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기회를 가졌고, 더 넓은 경험을 가졌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발언에 스스로 애써 무게를 두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노력과 아무 연관도 없는 가족 재산 에 자신의 성숙도를 이어 붙여 상대에게 충고와 지적을 하는 유형도 있다. 그리고 가족이나 학벌을 매개로 알게 된 인맥 등을 자랑하며 자신이 유명한 누구와 동급 이라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그리고 스스로 자신 을 높이는 동시에 동료나 하급자들의 지위를 내려다 보며 비교하고 자신이 우월하다는 생각을 숨기지 않는 다.

 

 타인을 향해 멍청하다는 인격적 비난을 자주하는 젊은 꼰대는 타인의 사생활에도 참견 하기를 좋아하는 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사적인 취약점을 헤집어 자신이 더 우월하다는 논리에 사용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의 사생활을 파헤치고 거기에 부정적 상상을 덧붙여 자신의 차별적 논리를 뒷받침하는 도구 로 사용한다. 연애 경험이나 가족사 등 지극히 개인적 인 부분을 상대를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고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실수를 부풀려서 떠벌린다.

특히 직장 관계에서 자신이 마치 상담 전문가 혹은 심령술사처럼 어려움을 겪는 약자에게 개인적으로 다가 가 사생활에 대해 캐묻고 약점을 알려고 하는데, 이는 꼰대의 일차원적 호기심에서 나온 유치한 행동일 뿐 이다. 겉으로는 위로하고 조언하는 것처럼 하며 상대방 의 민감한 비밀을 반드시 지킬 것처럼 말하나 이는 사적인 호기심을 채우고자 하는 천박한 본능일 뿐이다. 결국 해 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에도 호기심을 위해 약자가 숨기고 싶은 부분을 기어이 고백하게 만들려는 변태적 꼼수인 것이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고백을 강요하는 꼰대에게 상대적 약자는 결국 속사정 을 말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에 고백을 망설이는 약자를 도리어 비난하며, 친히 걱정 해주는 꼰대를 불신하는 태도를 도리어 비난하는 일도 벌어 진다. 결국에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사적인 비밀이 퍼지게 되는데, 꼰대의 입에서 시작하여 여러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사실이 왜곡되거나 자극적인 부분만 편집 되어 악의적으로 퍼지는 일이 비일 비재하다.

꼰대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타인의 약점을 쥐고 싶어하며 개인적 약점을 알고 있는 자신이 대단한 사람 임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이런 성향의 꼰대는 주로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과대포장 하거나 철저히 방어적으로 나오는데,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여행이나 외식, 쇼핑 등 과시적 소비 자랑을 하는 사진을 자주 게시하기도하고 지인들의 과시적 사진에 관심을 보이고 신경을 많이 쓴다.

 

젊은 꼰대 중 의외로 여성들중에서 남성 중심적 군대 문화인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경우가 있다. 상명하복 문화는 정당한 논리나 이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직장 상사나 선배가 낮은 직급의 직원 혹은 후배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막무가내로 공적 혹은 사적인 지시를 하는 것인데, 업무의 효율이 떨어지고 유대감이 저하되는 등의 부작용이 크다. 그럼에도 상사들은 자신 이 가진 권력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욕구에 일방적인 지시를 한다. 같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금새 알게 되는 것이 업무 능력인데, 업무 능력이 부족한 상사가 자신의 결점을 감추려고 상명하복 문화를 선호 하기도 하고, 업무 능력은 있으나 스트레스가 심한 상사가 엉뚱한 데에 화풀이 하려고 약자들이 자신의 말에 복종하는 모습을 즐긴다. 대게 이런 경우 직장 내 모든 업무 구조가 비효율적이며 그런 회사는 성장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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