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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자리에 누웠다가 핸드폰 벨 소리에 다시 일어나 앉은 기동은 전화를 들었다.


- “장로님, 접니다. 장집사 ”

어, 그래…”

- “요즘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

괜찮다.”

- “안 그래도 제가 한번 찾아 뵈려고 했는데 요즘 전염병 때문에 집에 찾아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듯해서 미루고 있습니다. ”

어 나도 집에 온지 얼마 안 됐어. ”

- “아… 참, 병원에 계셨다고 하더니…  다 회복 되셨습니까?”

이제 괜찮다.”

- “안 그래도 제가 우리 장로님 지난번에 검진 받은 결과 알려 드리려고 겸사겸사 연락 드렸습니다.  지금 복용하시는 약 계속 드시면 되고요, 다른 약 추가로 드시려면 병원에 오실 때 문의하시고 드십시오.  그리고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고요, 그런데 점점 기운이 없으시고 식사도 힘드시고 하시죠? 제가 몸에 좋은 영양제 하나 챙겨 드리려고 했는데, 요즘 새로 나온 것이라서 개인적으로 구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

그게 뭔데?”

- “다른 말 할 필요없이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비타민인데요, 비타민이라고 다 같은 비타민이 아닌 것은 장로님이 더 잘 아시죠? ”

비타민 있다.”

- “네, 요즘 비타민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 드시지요. 그런데 이 제품은 요번에 새로 개발되어서 원료부터 모든 사항이 전부 인증 받은 제품입니다. 특별 홍보가격으로 내려온 것이 있어서 김 장로님께 먼저 연락 드렸습니다.”

비타민 있다.”

-“아, 네.. 아 참 그리고 지난번에 소리가 잘 들리다가 잘 안 들리다가 하신다고 하셨죠? ”

어…”

-“청력 검사 결과는 심각하지는 않은데 일상에서 불편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불편하지“

-“네! 그렇죠.소리가 들리다가 안 들리다가 하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잘 들려야 대답도 해주고 모르는 사람  가르쳐도 주고 하고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장로님?”

그렇지…”

-“ 귀 안 들리는 문제로 수술하는 사람도 엄청나고요, 그런데 우리 장로님은 괜히 위험한 수술까지 할 필요는 없으시고, 수술이 또 워낙 비용도 많이 들지 않습니까? 보조기를 착용하시면 간편하면서도  듣는 것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보청기?”

-“네! 요즘 보청기가 얼마나 잘 나오는지 젊은 사람들 귀에 음악 듣는다고 꽂고 다니는 그 정도 크기로 불편한 감 젼혀 없이 착용이 가능합니다. 가격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저렴해 졌고요.”

얼만데?”

-“2백만원 인데 제가 이 쪽에 아는 분이 있어서 150만원으로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또 한 분 해드렸는데 아주  만족하고 계십니다.  모임에 하고 나갔더니 사람들 말이 잘 들어서 오히려 불편했다고 하시네요. 하하”

그래?”

-“장로님 아시다시피 제가 추천한 것 중에 안 좋은 것이 있었습니까? 가격도 제가 최대한 맞춰서 해드리고 있어서 아마 따로 알아보셔도 이런 가격으로는 못 사시는 거 아실 겁니다. ”

그러면 병원을 예약해라. 보청기 맞춰야 하지? ”

- “아닙니다. 병원에 또 오실 필요는 없고요, 장로님 귀가 심하게 안 좋으신 것은 아니라서 기성품 중에 지금 청력에 맞으신 것으로 맞추시면 됩니다. 지난번에 병원 오셔서 검사 받으신 결과는 제가 잘 들고 있습니다.  결재만 해주시면 제가 잘 보내 드리겠습니다.”

얼마 보내면 되나? 150만원?”

- “네, 25프로 할인가격입니다. 재난지원금 받으셨으면 그거 사용하셔도 됩니다.”

“…… 지원금 몇 푼이나 된다고. 통장계좌번호 주면 내가 보내줄게”

- “네, 감사합니다. 장로님, 제가 확인하고 아니 제품은 오늘 바로 준비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다음 달에 비타민 좀 챙겨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

“…”


기동은 장집사와의 전화를 끊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잠이 쏟아지는지 어느새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날이 이미 어둑해지고 나서야 낮잠에서 깬 기동은 느리게 일어나 천정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부엌으로 가서 밥통을 열어 남아있는 밥을 확인했다. 냉장고에서 반찬 통 몇 가지를 꺼내어 식탁에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반찬은 오이지 무침과 고추장아찌였고 밥을 금새 비운 기동은 약이 든 가방을 주섬주섬 찾았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오늘 낮에 사가지고 온 약이 든 쇼핑백을 눈으로 찾았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멈춰 있던 기동은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광주에 사는 아들 환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아버지 식사하셨습니까?”  

어, 묵었다. 반찬 좀 해가지고 오너라. 먹을 게 없다.”

- “네, 은숙이가 내일 올라갈 겁니다.”

“… 걔가 온다고 뭐 할 줄 아나! ”  

- “ 은숙이 나이가 몇 인데 반찬도 못합니까? 제가 잘 일러둘게요. 아버지 입맛에 잘 맞는 것 해드리라고요.”

내 귀가 안 좋다.”

- “네? 귀요?”

귀가 잘 들렸다가 알 들렸다가 해. 교회 가도 불편하고 지하철을 타도 소리가 안 들리니까 불편해.”

-“나이가 드시니 귀도 예전처럼 잘 안 들리는 모양이네요. 나이가 80이 넘으셨는데  잘 들리는 것도 이상합니다. 하하”

어디 웃어! 귀가 안들린다는 데 우습나!”

-“아니요. 뭔 소리를 또 지르십니까? 귀 아프게. 그래서 병원 가 보실려고요?”

병원은 갔다 왔어. 보청기를 하면 된단다.”

-“보청기요? 보청기 비쌀 텐데.”

교회에 장집사라고 저렴하게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얼마라는데요?”

“200만원인데 150만원에 해준다네”

-“아버지 재난 지원금 얼마 받으셨습니까?”

지원금 얼마 안 받았다….”

-“한 60만원 안줍디까? 그거에 대구는 따로 더 준다고 들었는데요.”

“… 다 썼어.”

-“네? 벌써요?”

필요한데 썼다. 보청기 150만원 오늘 보내야 하니까 니가 명식이한테 전화해서 이야기를 해라.”

-“네”


전화를 끊은 김환식을 쳐다보던 유신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재난 지원금을 벌써 다 썼답니까?”

-“그런갑다”

보청기는 또 무슨 얘긴데요?”

-“귀가 안 들인다고 하네.”

참, 그 많은 돈은 다 어디에다 쓰셨는가?... 그리고 보청기가 많이 비싸다고 하던데… ”

-“또 어디서 장사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는지… 150만원 일하네. 성훈이 아빠한테 전화해봐야겠다.”

삼촌네도 요즘 힘들 텐데. 그래도 전화해봐야지 뭐… 노인네 참…”
  


명식아, 내다. 퇴근했나?”

- “네, 무슨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아버지한테 전화해보려던 참인데요.”

어, 보청기 돈을 좀 나눠서 내야겠다.”

-“보청기요? 귀 안 들리신 답니까?”

나이가 팔십이 넘었는데 귀도 안 들리기 시작하시겠지.”

- “내 아는 사람 중에 보청기 낀 분이 계신데 보청기 껴도 잘 안 들린다고 하시던데요.”

비싼 보청기 끼고 유튜브보고 티비나 보실텐데, 하고 싶으신가 보지…  ”

-“내가 전화해볼게요.”

아니, 일단 70만원 보내라.”

-“왜 70인데요?”

“150이니까 니가 70내고 내가 50내고 미숙이랑 은숙이 10만원 씩 내라고 하자.”

-“아니 은숙이 누나는 그 집에 얹혀 살면서 왜 그거 밖에 안내요?”

요즘 돈을 못 번단다.”

-“누구는 안 힘들어요?”

됐다, 마 그렇게 보내라.”

-“그리고 형은 왜 50만 내는데?”

우리도 요즘 매출이 없어서 그렇다. 너는 그래도 월급이 나오잖아. 니 집사람도 그렇고”

“… 아무튼 내가 아버지한테 전화 걸어볼게요.”

-“전화해서 뭐 잔소리 할려거든 하지 마라. 재난지원금도 벌써 다 썼단다. 어디에 썼는지…  ”

딸깍’


명식은 전화를 끊고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부인 백희경이 옆으로 다가왔다.

아니, 재난지원금 받은 거를 벌써 다 쓰셨다고요?”

-“그렇다네.”

오늘 나왔을텐데요.”

- “오늘 받으러 간다고 했어”

대단하시네. 그러고 보청기 값을 또 보내라고요?”

-“보청기 끼면 잘 들리기는 하겠지”

그래서 70만원 보내라고요?”

-“어, 형님네 방문판매가 요즘 어렵잖아. 은숙이도 거의 논다고 하고. 미숙이는 돈 보내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

미숙이 아가씨네는 안 그래도 힘드니까 돈 보낼 형편은 아니지만… 그런데 아니, 지난 번에 아버님 월세 받는 상가 그거 은숙이 형님이 받기로 했잖아요. 이혼하고 친정 들어온 게 뭔 벼슬이라고 상가를 벌써 챙겨요? 월세가 다달이 백만원이 나오는 거를 자기가 상속 받기로 했으면 똑같이 내야지요. 그리고 광주 형님네도 그러면 안 되는 게 그 다단계 점포 차려준 것도 어머님이잖아요. 그러면 돈 낼 때 최소한 똑같이는 내야죠. 아니면 더 내던지요.”

-“……시끄러워!, 내 돈으로 내니까 아무 소리 말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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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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