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에서의 패배를 책임지기 위해 홍준표와 유승민 대표가 대표직에서 사퇴한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그들은 당선을 기대했던 자리 수보다 훨씬 적은 결과를 얻어, 그에 대한 책임으로 당대표 직에서 사퇴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들은 과거만큼 원하는 결과를 얻지못해 '선거에서 졌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대표로서 선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고 득표에 실패한 책임도 분명히 대표에게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 사임하면 책임을 다한 것인가?
자신들의 위치에서 내려와 명예를 버리고, 월급여를 더이상 받지않고, 영향력 행사를 그만 하겠다는 것으로 4년간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는 선거에서 진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일까?
대학시절 한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학생들끼리 모여 친목을 다지고 야외활동을 하며 이틀을 보내는 일정이었는데, 당시 행사진행을 담당 했던 한 학생이 행사과정 중 참가자들과 관련하여 무리한 일정진행을 시도하면서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겠다" 라는 말을 했었다.
또다른 행사 진행자 중 한 사람이었던 나는 그때 그말을 듣자마자 실소가 나왔다. 그에게 그러한 책임을 질 권한과 능력이 없다는 것을 나뿐만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날 일정은 그의 주장대로 무리하게 진행되었고, 모두가 지쳤으며, 그렇게 모두가 하루를 참아내면서 시간은 지나갔다.
다시는 그와 함께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었다. 자세한 상황을 모르는 학생들의 원망이 나와 다른 친구들에게 오지않기만을 바랬던 것 같다.
그 행사 이후 책임진다는 '그'는 그냥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눈에 띄지 않았다.
그 뿐이었다.
지친 모두에게 아무런 사과도 없었고, 위로도 없었고, 반성도 없었다.
당시 우리는 어설픈 대학생이었고, 의리로 뭉쳤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넘어갔다.
그래선지 현재 모두 그냥 그렇게... 살고 있다.
사라짐만으로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이만큼 부담없기도 없지 않을 수 있을까? 사퇴를 하면 매달 벌던 수익이 없어지고 생계가 걱정될 개인이라면 이렇게 쉽게 그만둘 수 없고, 처음부터 독단적 결정을 하기도 어렵다.
공동의 책임으로 분산해야하고 그래야 가장 현명한 결과를 도출할 것이라는 상식이 바로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애초에 한 개인에게 쏠린 과한 권한을 나누어야 했다. 실패에 대한 결과는 모두가 나누어 져야하는데,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이가 그냥 평범함으로 돌아와 1/n만 손해를 지기만 지면 된다면 이만큼 무책임한 일도 없지않은가?
처음부터 한 사람에게 책임을 지운다는 것도 말이 안되는 것이다. 그를 대표 자리에 앉힌 모두의 책임이고 그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던 것에 대한 것의 책임도 모두의 책임이다. 귀찮아서, 불편해서, 별일 없을 것 같아서 그냥 두고 보았다.
실패한 조직은 사라져야하며, 겨우 살아남더라도 쇄신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기회를 주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실패에 대해 고찰은 필요하다. 인류보편적 가치와 공동의 삶을 위한 목표의 실패는, 개인의 삶에 매몰되거나 굴절된 시각을 가진 이들에 의한 잠깐의 실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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