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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대구라길래
그냥 대구인가 보다했다.
그런데 대구로 가는 길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타고가야
하는 길이었다.




.
36년생 김종규는
경북 성주 시골에서
9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걸핏하면 술을 먹고 버럭해
폭력을 쓰던 아버지를
극도로 무서워하며 자랐지만
대구시내 중학교로 진학하며
간신히 집을 떠날 수 있었다.

"너는 공부해서 집안에 자랑이
되어야한다. 동생들이 본받도록
오로지 공부만해라 "


기독교계 고등학교로 진학 후
처음 기독교를 접하는데
시골집에서 거창하게 지내 온
제사를 부정하는 종교에
김종규는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시골에서 평생 살아온
무식한 부모들은 모르는
서양 종교를 믿는 자신이
가난한 시골 출신이라 무시받던
존재에서
특별한 존재로 변하는 듯 느껴졌다.
종교수업교사는 남다른 눈빛으로
기도를 하는 김종규를 유심히
보다가 따로 불러
안수기도를 해주고
지옥에 가지않으려면
교회에 꼭 다니라 이른다.

"김종규, 하나님 믿어야
지옥에 가지 않는다.
안믿는 니 부모나 니 조상 전부
지옥불에 떨어져 고통받는다. 너는
교회 나와서 느그 집안에서
최초로 구원을 받는 자가 되어라. "

배움이 짧은 시골 부모님은
장남인 김종규를 논밭을 팔아서라도
대학에 보내려고 했고
결국 장남이 진학한 대구신학교가
뭐하는 학교인지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신학대학을 다니며 목사가 되기로
결심한 김종규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부모님께 목사가 되겠다는
선언을 했지만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좌절하고 만다.
부모는 옆 동네 처녀를 소개받아
장남의 결혼을 결정했다.
동네에서 고리대을 치던 집의 딸로
자그마한 키에 예쁘장했던 처녀를
부인으로 맞이했다. 그리고
김종규는 공무원 시험을 친다.
50년대 공무원 시험은
시험점수에 의해 합격을 하고마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 졸업장만 있으면
붙는 시험이었다.
대학은 학비감당이 되는
집안 자녀들이 들어가는 곳으로
일종의 계급상승을 하는 과정이었다.


고향 면사무소 직원으로 발령을 받아
고향 시골 집에서 부인과
온가족과 함께 살며 출퇴근을 했다.
돈이 귀한 시골에서 월급을 받는 것은
집안전체가 여유로워지는 것이었다.

한국전쟁 직후 공무원들은
업무상 이권을 이용해 뒷돈도 충분히
받고 그리고 일단 잘 보이려 쇄도하는
선물을 챙길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런데 김종규가 첫 아이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공무원 중 군미필자를
색출해 해고한다는 정부 명령이 떨어졌다.
슬며시 군대를 가지 않으려 했던
김동규는 부인과 아들을 두고
군대에 징집되었다.

그나마 면서기 였던 경력으로
장교 업무보조를 맡았는데
고약했던 장교와 선임들은
군대에 조금 늦게 온 김종규를
가혹하게 괴롭혔다.
함께 괴롭힘을 당하던 동기가
이상한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을 목격하고 자신도
아무도 모르는 새 죽을 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매주 열리는 교회예배에
참석하여 살려달라 빌고 또 빌었다.

"김종규 이병, 지금 죽고 싶지?
니가 지금 고통받는 이유는 너의
원죄 때문이야. 매일부터 금식기도를
시작하면 너의 죄를 내가
용서해줄 지도 모르지.
싫으면 좀 더 맞고. 흐흐"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해방감과 의욕, 자신감이 생애 최고로
고조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김종규는
무서운 아버지에 대들며
앞으로 제사상 앞에
절하는 짓은 하지않을 것 임을
선언했다.
시골 촌부 아버지는
눈빛이 달라져 돌아 온
장남을 낫으로 쳐죽인다며
소동을 벌였고
그 길로 김종규는 부인과 아들과 함께
고향 집에서 내쫓기게 되었다.


간신히 월세방을 구해
가족을 들어앉히고
공무원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김종규의 부인 정영란은
월급을 가져다 주지 않는
남편에게 생활비를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종규는 고향 시골집에서
쌀과 김치를 다 가져오는데
무슨 돈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보소. 집에 살림도 사야하고
아들 과자도 사주고 병원가는 차비도
있어야 하는데..."
- "시끄러! 집구석에 있으면서
무슨 돈이 필요해! 무식해서는...
어디가서 바가지나 쓰지 말고
주는대로 아껴 살아!"


정영란은 남편에게 간신히 얻어 낸
생활비를 악착같이 모아
동네에 일수를 놓기 시작했다.
친정 오빠가 고리대를 치던 것을
기억해 따라한 것이었다.
정영란의 친정 큰 언니와 오빠들은
아랫 여동생 둘을 시집 보내고
곗돈을 모아 깨뜨리고는
미국으로 도망을 쳤다.
정영란의 남편이 면사무소 직원이다 보니
동네사람들은 완전히 믿었고
돈도 잘 떼지도 않았다.
국민학교만 간신히 나온
정정란은 대학을 나온 남편의
무시와 폭언을 일상적으로 당하며
살아야했다.







군대에서 기도에 매달리며
폭력을 당하다 간신히 제대한 이후
종교에 깊이 심취하게
된 김종규는 대구 시내 여러 교회를
다니며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같은 신학대학을 나온
동창들과 연락이 되면서
더욱 종교에 심취하며
성경을 외우고
하루에도 여러번 기도하라는
자신의 명령을 듣지 않는 정영란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폭언을 일삼았다.
얇은 월급봉투에서 돈을 빼내
교회에 십일조 헌금을 갖다 바치고
시내 식당에서 혼자 밥을 잘 먹고 다니는
김종규과 달리 빈곤하게 살 수 밖에 없었던
정영란은
막 태어난 둘째가 고열이 나도
돈이 없어 병원을 가지못해
아이를 잃는 일을 겪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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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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