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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부페 식당에서 식사 중 옆 자리의 노인들 대화를 들었다. 들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대여섯 명의 노인들이 모여 모임 같은 것을 하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까지로 보이는 그들은 건강해 보였고, 식사량도 꽤 되었던 것 같다.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거의 개개인의 자랑이었던 것 같다.
모임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새로운 뉴스나 이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거기에 대화의 내용이 자랑일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자랑이 자랑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대화를 나누는 이들 간에 공감대가 있어야 하고,
상황적 동질감 보다는 감정적 동질감이 있다면 유쾌한 대화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자랑 배틀과 같이, 누군가 쏟아내는 자랑에 아무런 공감없이 또다른 자랑으로 맞받아치는 상황은 그들에게 무슨 의미가 될까?

20대나 30대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닥쳐올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선택할 두려움에 관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친구들의 죽음에 충격을 받지만, 예상치 못했기에 자신에게도 죽음은 갑작스런 사고로 다가옴이 두려운 것 일뿐
죽음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준비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급작스런 사고로 죽음을 맞이한다면 죽음 이후에 대해 준비할 것도 없고, 또 준비할 수도 없다.
다만 자신의 역할을 다르게 대체시킬 의무감이 있다면 아쉽겠지만 말이다.

노인은 죽음을 느끼고 있다.
바로 쇠약해지는 것을 느끼는 것이다.
노인의 일상에 대해 단순하게 얘기할 때 보면 대부분 병원과 약이 주인공이다.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해 혹은 장수를 추구하기 위해 노인들은 병원을 방문한다.
병원이 가깝지 않은 곳에 사는 노인이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약과 치료 외에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준비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신의 건강수명을 노인자신이 연장하고자 하는 의지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다만, 스스로의 노력을 넘어 주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면 자기애적 치료가 이기적 연명으로 바뀌는 것이다.

도시의 병원을 순례하며 연명하는 노인이 스스로에게 공들인 약과 치료만큼, 깊은 성찰과 사라짐에 대한 준비를 한다면

단편적이고 말초적인 자랑을 할 시간이 있기는 할까?

살아온 시절과 살아온 방식이 고스라니 투영되는 노인의 모습은 참 솔직하다.
지난 인생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있는 후회와 아쉬움을 지나간 일로 덮어 버리고 또다시 후회와 아쉬움을 만들어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삶은 단하루라도 후회와 부끄러움을 낳는다.
자신이 상처를 받았다면 더이상 상처 받지 않도록 하고, 다른 이가 나로 인해 상처를 받았다고 하면 더 이상은 상처를 주지 않도록 해야한다.

간단한 삶의 정리기법이다.

살아온다고 지혜가 그냥 생기지는 않는 것 같다.
건강하지 않음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남들과 무의미한 잡담에 시간을 계속 낭비하고 있는 노인들은 그저 지구양분으로 돌아갈 흙이 될 뿐일 것이다.
깊이있는 시선과 따뜻한 몸짓 하나라도 주위사람에게 남길 수 있다면 그저 흙은 아니다.
인류가 왜 지금은 옷으로 몸을 가리고 손엔 칼을 들지 않고 다닐 수 있을까? 
나말고 다른 사람을 점점 생각하면서 살아온 앞 세대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 때문이다.
원초적인 자신의 우월함을 자랑하고 - 너보다 내가 건강하고, 내가 돈이 더 많고, 내가 덜 늙어보이고 하는 자랑 따위를 하는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을까?
소외되지 않았다는 가짜 소속감 정도일까? 가짜는 금방 사라진다.
    
일상에서 추상적인 대화나 긴시간의 인생에 관한 담론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면,
포털 뉴스 메인화면처럼 매일매일이 소모되고 채워지는 과정에서 그나마 뭐라도 남길 수 있다면 다행이다.
철학적 개념을 들먹일 필요는 없다.
다만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현상으로서만 구경할 것인지, 아니면 의미를 찾아 지혜로 삼을 것인지는 순간의 선택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내 문제를 남에게 떠넘기거나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음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사진출처 : http://www.joongdo.co.kr/jsp/article/article_view.jsp?pq=20160512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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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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