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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사람들이 청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래된 집에서 낡은 물건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청소를 포기하기 쉽다. 청소를 해도 바닥 정도는 깨끗해지지만 낡고 허접해진 물건들이 새 것이 되는 일은 생기지 않는다. 열심히 청소를 해도 한 것 같지 않아보이고 청소하는 수고로움의 가치가 저평가 받게 되니, 자연스럽게 청소를 덜 하게 되고 그러면서 주변은 점점 더 어지럽고 낡고 우울해진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물건에 대한 집착은, 집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그 틈에 끼어서 겨우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오는 TV속 모습에서 너무도 많이 보고 있다. 심리적 문제가 물건에 대한 집착으로 표출되는 이 사람들의 모습에서, 인간의 연약함과 무시무시함이 함께 드러나는 듯 하다. 심리적 고립감과 스트레스를 많은 쓰레기들 - 그들은 쓰레기를 재산, 돈이 되는 자원이라고 했다 - 을 끊임없이 주워다 모아 쌓는 행위로 해소하려 하지만, 피곤한 몸에 알콜을 들이붇는 행위가 정상이고 오히려 권장되는 이 사회에서 특별히 별 이상한 짓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가난한 사람들의 쓰레기집은 그들의 집이 원래 크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 대의 트럭을 채워 옮기는 것만으로 치워지기는 한다. 그런 쓰레기들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는 심리는 참 이해하기 힘들다. 현재 살아있음을, 늘 하던 행동을 이어 함으로써 확인하려고 하고, 당장 순간만을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이 동물이었던 시절이 생각난다. 하긴 지금도 많은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의 수많은 행동이 동물 시절, 본능에만 따라 살던 시절의 유산이기도 하다.
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물건에 대한 집착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과거의 가난에 심리적으로 여전히 갇혀 살고 있다.
큰 냉장고를 두 대 이상 두고, 그곳을 채우기 위해 계속 사들이며, 일년도 넘게 냉장고 속에 보관한다. 가득찬 냉장고를 열어볼 때마다 내가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만족하나보다. 옷장 속은 더 대단하다. 비록 당장 입을 게 없다는 것을 잘 알아도 절대 버리지는 않는다.
한때 부족해서 곤란을 겪었던 기억으로 인해 미리 사두고 모아두는 버릇은, 강한 기억으로 각인되어, 그 이유를 다시 생각해볼 기회조차 없이 그저 현재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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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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