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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동네 마트로 들어간 유신애는 천천히 마트 안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채소 코너에서 둘러보고 있는 중에 생선코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다가 거기로 다가갔다. 

“사모님, 오늘 생선 좋아요. 보세요. 조기, 자반 고등어 새로 들어왔어요. ”

“탕거리 뭐 좋은 거 있어요?”

“탕 끓이실 거면 우럭 이거 하세요. 물 좋습니다.”

“얼만데요?” 

“마리에 1만 6천원 입니다. 이거 하시면 제가 싹 장만해드리고 양념하고 미나리도 무료로 드릴게요.”

”근데 좀 비싸네요… 둘러보고 올게요.”

유신애는 생선을 쳐다보다가 다시 채소코너로 돌아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 병원 도착했어. 집은? 엉망이지?”

“여보, 병원에 도착했어요? 집에 쓰레기 냄새가 너무 나서 쓰레기 먼저 버리고 지금 장보러 나왔어요.”

“쓰레기면 한달 전 쓰레기겠네. 은숙이는 쓰레기도 안 버리고 내뺐나? 하여튼. 앞에다 내놓으면 내가 버릴 건데, 버리지 말지 그랬어?”

“냄새가 너무 나서 안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근데 점심으로 뭘 할까 싶은데…”

“아버지 좋아하시는 탕이나 하나 끓이지?”

“요기 마트에 생우럭이 싱싱한데 좀 비싸서 그냥 동태사서 찌개 끓일까 싶은데요?”

“우럭이 얼만데?”

“1만6천원 이라네요. 근데 그거 사면 양념도 주고 미나리도 서비스로 준다고는 하네요.”

“그거 사. 어차피 돈 걷었어. 그걸로 하면 되니까 우럭 사서 탕 끓이고 반찬 여러 가지 좀 하고 과일도 사고 해.”

“그래요? 그러면 알았어요. 잘 모시고 오세요.”
유신애는 전화를 끊자 마자 생선코너로 다시 돌아갔다. 

“아저씨, 우럭 장만해 주세요. 서비스 주신다고 했죠?”

“그럼요, 사모님. 오늘 우럭 진짜 싱싱해서 국물 잘 나올 겁니다. 여기 조개도 좀 보세요. 알이 굶고 싱싱하죠. 이것도 오늘 새벽에 올라온 겁니다. 이것도 하시면 싸게 드릴게요.” 

유신애는 잠시 망설이듯 하더니 

“그럼 조개도 주시고 미나리를 좀 많이 주세요.”

“아, 네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지금 마수걸이 해야 또 팔고 하지요.”

유신애는 통통한 생우럭을 손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생선코너 직원은 약속대로 미나리를 푸짐하게 담아주었고 비닐 봉지에 담긴 찌개양념도 챙겨주었다.     

“많이 파세요.”

“맛있게 드시고 또 오세요.”

유신애는 우엉대를 들어 보다가 옆에 껍질을 벗겨 채 썰어 놓은 우엉 한 봉지를 집었다. 오징어 젓갈도 한 통 바구니에 담았고, 두부와 무, 대파, 송이버섯 한 봉지도 골랐다. 

가게 입구에 진열해 놓은 과일을 둘러보던 유신애는,

“과일 박스로 배달해주죠? “

라며 계산대 직원에서 물었다.

“네, 5만원 어치 사면 배달 해드립니다.”

”그러면 생선은 들고 갈께요, 사과 한 박스하고 이거 같이 배달 좀 해주세요.”

”네, 그러세요. 주소가요?”

유신애는 마트에서 계산을 끝내고 배달을 부탁하고는 우럭과 바지락만 손에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제과점에서 들어가 커피 한잔과 고로케 하나를 사 들고 나왔다.

집에 도착한 유신애는 창문을 열어 놓아서인지 냄새가 많이 빠진 내부로 다시 들어섰다. 집안 바닥은 온통 얼룩과 먼지가 가득했고 열린 화장실에서도 악취가 나왔다. 옆에 엎어져 있는 우레탄 실내화를 가져와 신은 유신애는 화장실 문을 닫아 버리고 부엌으로 갔다. 식탁 위에 잔뜩 올려놓은 약병과 물건들을 옆으로 슬쩍 밀어 두고는 의자에 앉아 사가지고 온 아메리카노를 홀짝 거리며 마셨고 고로케를 베어 물었다. 핸드폰에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카톡 메세지]
“지금 출발” 

잠시 앉아서 핸드폰을 보다가 커피를 다 마신 유신애는   사가지고 온 우럭을 봉지에서 꺼내 깨끗이 씻기 시작했다. 싱크대에서 깨끗한 냄비 하나를 찾아 물을 담고 가스불에 올렸다. 쌀을 찾아 밥통에 밥도 앉혔다.
아직 배달 시킨 물건을 기다리는 듯 다시 의자에 앉은 유신애는 냉장고를 열어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했다. 부엌 옆 문을 열고 나가 무언가 찾는 듯 보이더니 그때 현관문 벨소리가 났다.

“배달입니다.”

“네, 잠시만요. 안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배달원은 아까 유신애가 마트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가져다 주고 돌아갔다. 
유신애는 먼저 무를 꺼내서 납작하게 썰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무를 먼저 넣고 이어 우럭을 집어 넣었다. 생선가게에서 준 양념을 풀고 간을 한번 보았다. 그리고는 싱크대에 미나리를 풀어 씻기 시작하였다. 식탁에는 우엉봉지와 송이버섯 봉지가 남아있었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도착. 나올 준비해요.”

“아직 멀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한 십 분이면 됩니다.”

유신애는 서둘러 우엉봉지를 뜯었다. 물에 대충 헹구어 냄비 하나에 담고는 간장과 물엿을 부어 가스불에 올렸다. 
식탁 위 송이버섯을 보다가 그냥 집어서 냉장고 안에 넣어 버렸다. 어지러운 식탁 위 물건들을 옆으로 밀어두고 오징어 젓갈통을 열어 반찬 그릇에 조금 옮겨 담아 두며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우럭탕이 얼추 끓었는지 뚜껑을 열어보다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우리 이제 올라가니까 당신 지금 내려오시오.”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데요, 밥도 안 펐어요.”

“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그냥 내려와요.”

“당신이 한다고요? 그래요. 그럼”

유신애는 그대로 숟가락을 내려두고는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다 뒤돌아 냉장고로 가더니 조개봉지를 급히 챙겨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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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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