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가진 도덕성의 최고점이 종교계에 있다고 보는 관점은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종교는 사람을 가엽게 여기지만 종교가 지향하는 목표를 위해 언제나 사람을 이용했다.
이념으로 대립했던 19세기 초반이 돈보다 이념을 상위가치로 두었다고 보지도 못하겠다. 미국 중심으로 뭉친 자유주의는 자본주의였고, 공산주의는 오히려 계급주의였다.
세상의 선한 가치가 다 무너지고 있다고 혼란스러워 할 필요는 없다. 그 가치가 위선이었음을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허나 가치를 생각해볼 지혜와 철학은 세상 곳곳에 있고, 그들은 결코 권력을 차지했었던 적이 없다. 가치의 붕괴는 누군가에겐 그동안 너무 생각없이 살아온 건 아닌지 반추해 볼 시점이기도 하다. 세상의 지혜를 찾아나설 시점이다.
나외에 다른 이들을 생각하는 데서 출발하는 인류보편적 가치- 인간성 내지는 도덕성을, 당장 지금 내가 필요한 데에 그것을 적용하는 용기면, 이보다 더 좋은 출발은 없다.
지금 내가 해야할 일, 내 역할, 위치에 매몰되어 나만 생각하는 말과 행동은 얼마 안지나 나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모두가 각자의 동굴에서 낙심하고 원망하는, 이보다 더 한심한 일이 또 있을까?
지상에 붙어사는 우리가 하늘로 날아 내려보고 싶은 욕망은 이미 해소되었지만, 자신의 불쌍하고 짧은 생각에 대한 근거리적 시점에서의 고찰은 아직도 멀었다.
당장 우리는 집단이 지향하는 가치를 인간에 먼저 두고 천천히 나아가자. 아직도 세상에는 개개인의 목숨과 존엄성의 값이 너무나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세상 사람들이 가진 가치의 교집합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맞다. 그것이 덜 성숙한 가치라도 일부가 아닌 대부분이 아닌 모두가 수긍한다면 최고의 가치가 될 것이다. 그것은 바로 내 목숨, 내 행복을 말하는 것이 바로 네 목숨, 네 행복이라 해석하면 깔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