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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할아버지, 지난주에 재검사 하신 거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네요. 
이번에 퇴원하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오늘 특별한 증상 생긴 것 없으시죠? 퇴원하실 때 집으로 모셔갈 보호자 있으신가요?”

김기동 씨 병실을 찾은 이 간호사는 김기동의 안색을 살폈다. 

“언제 퇴원하는데?”

- “오늘 퇴원 결정 받으실 분이 다섯 분이시거든요.
다섯 분 다 지금 건강 상태가 안정적이셔서, 
담당 선생님께서 아마 점심 식사 전에 결정해서 알려주실 거에요. 
이 전에 한 것처럼 하면 오늘 오후도 퇴원 가능하실 거고, 내일 오전에는 확실히 나가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김기동 씨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있는 이 간호사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따라갔다. 
“지난번에 병원비 안내도 된다고 했지?” 

- “네, 할아버지는 안 내셔도 되세요.” 

김기동 씨는 병실을 나가려는 이 간호사에게 한마디를 더 건넸다.  

“다른 환자들은 돈 내나 안내나?”

- “아, 내시는 분들도 있고 할아버지처럼 안 내시는 분들도 계세요. ”

“내는 사람은 왜 내는데?”

“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요. 
그리고 좀 있다가 점심 가져다 드릴게요. 가족 분들에게 연락 한번 해보세요. 
내일 모시러 오실 수 있냐고요. 혹시 오늘 오후에도 가능하신지도 물어보시고요. 
그런데 확실하지는 않으니까 일단 여쭤만 보세요.”

이 간호사가 나가며 문을 닫기도 전에 김기동은 충전 중이던 핸드폰을 급히 집어 들었다. 
전화번호 목록에서 ‘김환식’을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 다시 통화버튼을 눌렀다. 
통화 중이어서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말이 흘러나왔다. 
김기동 씨는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다시 통화 버튼을 눌었다. 이번에는 통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왜 전화를 안 받아! 어!”

- “통화하고 있었습니다. 아침부터 전화하셨어요?”

“통화를 하고 있어도 새로 전화가 온다고 알림이 뜨잖아. 그러면 바로 끊고 내 전화를 받아야지, 뭐하는 기야!”

김기동 씨는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전화기에 대고 마구 고함을 질러댔다.   

- “아… 소리 좀 그만 지르소. 저는 어디 통화할 데가 없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시면 통화할 수 있는데 왜 그래 화를 냅니까? 네?”

“…하여튼 내 오늘 퇴원한다고 하니까 데리러 오거라.”

- “퇴원이요? 아버지 음성 받았습니까? ” 

“증상도 없고 음성 나와서 오늘 퇴원하라니까 준비해서 오너라.”

- “오늘 오후에 일이 있어서 제가 못 갈지도 모르는데, 명식이 보고 가라고 해놓을게요.”

“명식이? 명식이보고 일찍 오라고 해라. 늦으면 안 된다고 꼭 해라.”  

- “네, 아버지. 퇴원하시면 올라갈게요.”




김기동 씨는 통화가 끝나자 마자 옷장에서 가방을 꺼내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옷장과 서랍 안에는 그 동안 받은 간식거리가 제법 많았다.

“김기동 님, 식사 왔습니다.”

점심 식사가 병실에 도착했다. 
자원봉사자는 웬일로 그대로 접혀있는 침대 테이블을 펴고는 식판을 놓았다.

- "할아버지, 가방은 왜 챙기세요?”

“퇴원 준비한다.”

- “그런데 할아버지, 오늘 퇴원한다고 누가 그러대요?”

“간호원이 아까 들어와서 음성이라고 했어, 나갈 준비를 해놔야 나가지.”

자원봉사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병실을 나갔다.
김기동 씨는 챙기던 짐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테이블로 와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반찬 그릇과 국 그릇까지 전부 말끔하게 비우고는 병실 문 앞에 식판을 내려두었다. 
그리고 침대 옆으로 돌아와 가만히 시계를 주시했다. 배를 쓸어 내리며 살짝 걷기 시작했다. 
눈으로는 시계바늘만 주시하던 김기동은 30분이 지나자 약봉지를 집어 들었고 이어 침대 옆에 둔 약병들을 열어 먹을 약을 꺼내기 시작했다. 
물 한 모금을 먼저 마시며 각 약들을 차례로 먹었고 약을 다 먹은 김기동 씨는 평온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 “할아버지, 잠시 일어나 보실래요?”

간호사의 목소리에 눈을 뜬 김기동은 일어나지 않고 누워서 눈만 껌뻑였다. 
김기동을 깨운 건 이 간호사가 아닌 다른 간호사였다. 

“김기동 할아버지 퇴원 내일 오전입니다. 아침 드시고 보호자 오시면 저희와 같이 내려 가시면 됩니다. 저희한테 얘기해주세요. 보호자 오실 수 있는지”    

- “오후에 퇴원이라고 했잖아.”

“아니요, 오후가 될 지도 모른다고 했다던데요. 
일단 오후는 안 되고 내일 퇴원하십니다. 저녁 드시기 전에 미리 짐 좀 챙겨 두세요.”

- “……”

김기동은 간호사가 나가자 천천히 일어났다. 
아까 정리하려던 짐이 여기저기 그대로 널려 있었다. 가방을 꺼내어 짐을 담기 시작했다. 
옷장 안에는 병원에 올 때 입었던 점퍼가 깨끗하게 세탁이 되어 걸려 있었다. 
김기동 씨는 천천히 짐을 정리하다가 피곤했는지 다시 침대로 가서 누웠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 “아버지, 명식입니다. 좀 어떻습니까? 퇴원한다면서요, 제가 몇 시까지 가면 될까요?” 

“오늘 오지 마라. 퇴원이 내일이란다.”

- “그래요? 그러면 형한테 전화해서 내일 모시러 가라고 할게요. 저는 내일 바쁩니다. 
그리고 음성 나와도 또 재감염 된다고 하니까 어디 다니지 마시고 집에 계셔야 합니다. 
성훈이 보고 아버지 집에 가지 말라고 했어요. 그거는 걱정하지 마세요. 
어차피 거기 가도 아버지한테서 옮으면 당장 큰일이니까요. ”

“내한테 옮는 게 아니라 내가 걔한테서 옮을 일이 더 문제지. 
균이 버글버글한 중국에서 온다는 놈이 어디 여기를 와. 오지 말라고 확실히 말해놔라. 
자기 집에 가면 되지 왜 여기를 온다고…  ”

- “중국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집이 좀 지금 엉망이라서 그럽니다. 
친구들 만나고 하기도 대구가 좋으니까 거기 간다고 했지요. 안 갈 겁니다. 
걱정 마세요. 그럼 들어갑니다.”


김명식은 아버지와의 통화를 끝내고 형 김환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내일 퇴원이라는데. 나는 내일 못 가.”

-“내일이라고? 오늘 오후라 하더니만, 그러면 내가 내일 갈게.”

“성훈이가 아버지 집에 간다고 형이 말했어? 
성훈이가 대구를 왜 가? 거기 가서 전염이라고 되라고?”

-“니가 지난번에 성훈이 중국에서 오면 대구 보낸다고 해서 내가 얘기했지.”

“그때는 코로나 없었을 때고, 지금 노인네 걸려서 저러고 있는데 그 집에를 보내면 되겠어? 
혼자 뭘 안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니는데?”

-“… 됐다. 아버지 퇴원 하시면 빨리 찾아 뵙고 식사나 이런 것이나 좀 챙겨라. 
우리는 퇴원하는 날 같이 집에 가서 청소하고 반찬거리 해놓고 할거다.”

“우리는 알아서 할 테니까 내일 아버지 퇴원이나 잘 시켜. 병원비는 안 나온다니까 짐만 잘 챙겨서 모셔다 드리면 되겠네. 그리고 형도 조심하시고.”

-“알겠다. 그리고 삼 십 만원 부쳐라. 아버지 지난번 생일 용돈 드리게.”

“네. 딸깍”

김명식은 전화를 끊었다. 이미 회사에 오후 반차를 낸 상태라 통화 끝낸 명식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집 근처 당구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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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 좀 어떠세요? 잠깐 일어나 보실래요?”

김기동 씨가 눈을 떴다. 의사와 간호사가 김기동 씨의 병실에 와있었다.

“어허흠…”

잠이 덜 깬 김기동 씨는 눈만 뜬 채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할아버지, 아까 가슴이 아팠다면서요? 지금은 어떠세요?”

방호복을 입은 의사는 김기동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며 안색을 살폈다.  

“약 묵었어.”

김기동 씨는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까 간호사한테 숨 안 쉬어진다고 말씀하셨다면서요? 내일도 증상이 계속 있으면 엑스레이 한 번 찍을게요.” 
“……”

“필요한 것 있으시면 간호사한테 말씀해주시고요. 조금만 더 고생하시면 곧 퇴원하실 수 있으실 거에요. 식사는 잘하신다니 빨리 나가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내 병원비는 누가 와서 냈습니까?” 

“아, 병원비는 안받습니다. 나라에서 다 해줍니다. 그 동안 가족 면회가 안 돼서 힘드셨을 건데, 조금만 더 고생하세요. 그런데 퇴원하셔도 사람들 만나는 것 조심하셔야 합니다. 그럼, 쉬세요.”



김기동 씨는 병원비가 무료라는 말에 갑자기 잠이 확 깨었는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옷장 안에 걸어두었던 점퍼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어 무언가 확인하는 듯 지갑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때 마침 핸드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광주 사는 큰 아들이었다. 

(전화통화) 
“여보세요?”

- “아버지, 접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

“어, 했다.”

- “병원에서 퇴원 언제 하랍니까? 퇴원해도 자가 격리하라고 한다던데, 의사가 그라죠? 근데 성훈이가 중국에서 다음 달에 온다는데, 와서 아버지 집에 좀 있을것이라고 간다는데 오지 말라 해야겠지요?”

“누가 와? 오지 말라 해라! 중국에서 병 숨겨서 온다.”

- “그거는 제가 말해보겠습니다. 아버지 식사 잘 하시고
계시면 퇴원 때 큰 며느리랑 모시러 갈게요.”

“니 내 말 좀 들어봐라. 옆에 병실에서는, 면회는 안 돼도 온 가족들이 병원에 찾아와서 창문 밖으로 얼굴 보고 간단다. 음식 같은 거 싸가지고 와서 병원에 일하는 사람들한테 주고 가고 그런다는 데. 느그는 오지도 않나? 병원에서 뭘 좀 갖다 주고 해야 대접을 해주는 거야. 내가 여기서 특별 대접 하나 못 받고 이래 있다. 아나?”

- “함 가려고는 하는데… 아버지, 수하가 이번에 시험을 보는데 병 걸리면 절대 안 돼서 식구들 아무도 어디 안 다니고 조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시험이 끝나야 뭘 해도 하겠습니다.”

“…… 알겠다. 그… 온다는 그 놈 보고 중국에 전화해서 내 집에 오지 말라고 말해 놔라.”

전화를 끊고 김기동 씨는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승용차 몇 대가 들어오는 것이 보였지만, 가족들이 음식을 싸서 환자 면회를 오는 듯한 모습은 오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김기동 씨는 한참 동안 창 밖을 바라보다 침대에 다시 누웠다. 눈을 뜬 채 잠시 침대에 누워 있다가 시계를 보고는 다시 일어나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손과 발을 까딱거리면서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물은 한 모금 마신 김노인은 침대 옆에 놓인 성경책을 펼쳐 들었다.

잠시 성경을 읽는 듯하던 김 노인은 그러고 이내 핸드폰을 열어 카톡 메시지를 확인했다. 빨간 동그라미 안에 57로 적힌 메시지 숫자에 놀라지 않고 그 단체 발송된 문자들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도착한 메시지 중 몇 개를 재전송을 하고는 핸드폰을 닫았다. 그리고 벽 시계를 쳐다보았다. 

3시 50분 52초, 52초 54초……

시계를 쳐다보고 가만히 앉아 있던 김기동 씨는 옆에 펼쳐놓은 성경책의 페이지를 읽으려다가 또다시 핸드폰을 열었다. 

그리고는 제사라는 단어를 검색 창에 쳤다. 이어 연관 검색어로 뜨는 제사 대행을 누르고 새 화면으로 뒤따라 나오는 홍보 내용을 위에서 아래로 찬찬히 전부 읽어 내려갔다.  



김기동 씨는 제사를 대행해준다는 업체의 홈페이지로 들어가 찬찬히 내용을 읽었다. 

[… 고인을 위하여 자손과 친지가 추모하고자 정성된 마음으로 혼을 위로하고 생전의 은덕을 기억하고자 하는 것이 제사입니다. 매년 정해진 날 경건한 제를 올려 자손들이 조상을 기억하게 하는 아름다운 관습은 우리나라의 전통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제사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생전에 자손에게 조상을 기억하고 모시는 제사를 가르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우리 땅에서 난 재료와 경건한 마음으로 만든 음식을 정성껏 차려서 제를 치러 드립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참관하셔도 좋습니다.]

[…아들은 일 년에 서너 번씩 잊지 않고 제사를 지내 부모를 기억해줍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일 년에 한두 번씩 아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는 겁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제사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영생하는 방법은 제사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가 하면 아들의 입장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자식은 제사를 지내면서 자신은 얼마 못 살다 죽는 그런 찰나적인 존재가 아니라 유구한 먼 조상들로부터 생명을 부여 받은 영원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아울러 자신의 아들도 이렇게 자신을 기억하리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어 자신의 사후에도 이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안도가 됩니다…]

[… 국내 선교사들은 조상 숭배를 우상숭배로 여기며 전면 금지했지만 부모님을 살아 생전에 봉양하고 효를 다하는 것을 맹 중요하게 여겼다. 기독교에서 강조한 공경의 자세는 보다 실천적인 효의 모습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복음 전파를 믿지 않는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때에도 우리가 부모님께 지극한 효를 행하면 그들에게 효의 실천의 참 길을 보여주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동씨는 갑자기 고쳐 앉아 눈을 감고 기도를 하는 듯 중얼거렸다. 오전 내내 긴장했던 얼굴이 약간 여유를 찾은 듯한 모습으로 옆 탁자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서랍 속에 넣어둔 사탕 봉지를 뒤적거려 꺼내 사탕 하나도 입에 까 넣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기대 앉아 병실 문 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병실 문을 쳐다보던 김기동 씨는 핸드폰을 열어 아까 본 링크 몇 개를 여러 명에게 공유했다. 

[공유하기 :
최장로, 장권사, 박목사, 임구역장, 최간사, 김환식, 김은숙, 김명식, 김정식, 유신애, 백희경, 김수하, 김성훈, 김수훈, 김미하…]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고 메시지를 보내어도 답장 메시지가 오는 알림 소리는 바로 들리지 않았다. 

“카톡!(카톡알림소리)”

답장 메시지가 도착했다. 김기동 씨는 바로 답장 메시지를 열어보았다. 김환식. 큰 아들이었다. 아들이 보낸 메시지에는 직접 쓴 내용은 없었고 자신이 보냈듯이 인터넷 주소 링크만 있었다.   

[ 코로나 확진 후 회복되어도 다시 확진될 가능성 있다. 방역전문가 이기무 소장은 코로나19 확진후 완치 판정을 받아도 다시 재 확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소장은 정보일보와의 인터뷰에서… ]

“카톡!(카톡알림소리)”

몇 명이 짧은 아멘 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한참 동안 핸드폰을 바라보던 김기동 씨는 다시 얼굴이 굳어지며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는 소리를 질렀다.

“간호원! 간호원! 나 지금 가려워서 죽겠어! 거기 아무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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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나 숨이 안 쉬어져. 숨이 안 쉬어 진다고! 이봐!”

김기동씨는 가슴을 움켜쥐고 간호사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환자복을 잡아 뜯으며 호흡 곤란을 호소하는 김기동씨는 입원실 유리 창문 쪽을 계속 쳐다 보았다. 자신의 목소리에 반응이 없자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악! 숨이 안 쉬어 진다고! 환자가 부르는데 왜 아무도 안 쳐다보는 거야!”
소리치던 김기동씨는 의외로 간호사 호출 벨을 누를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그때 방호복을 입은 간호사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김기동 할아버님, 어디가 불편하세요? 필요할 때 여기 벨 누르시라고 말씀 드렸죠. 소리 지르시면 목 아프시니까 여기 벨을 누르세요.”
라고 간호사가 말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와? 숨이 안 쉬어진다고 내가! 가슴 통증이 또 심해졌다. 빨리빨리 부르면 와야지 말이야! 아참, 간호원부터 좀 바꿔 줘!”

김기동 씨는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치며 간호사를 향해 소리 질렀다.  

“할아버님, 지금 말씀 크게 하시는 것 보니까 호흡 곤란은 아닌 것 같아요.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하시니까 담당의사 선생님께 말씀 드리고 진통제 투약 해드릴게요.”

“아니, 내가 숨이 안 쉬어진다는데 니가 뭘 안다고 그래? 간호원 주제에 환자를 잘 돌보려고 하지는 않고 밖에 모여서 잡담이나 하고 있재?” 

김기동 씨는 아직 화가 치미는 듯 계속 소리를 질러댔다.

“김기동 할아버지, 이제 점심 드실 때 되셨어요. 챙겨서 갖다 드릴게요. 그리고 필요하시면 이 벨을 누르세요.”

이 간호사는 김 노인의 항의에 익숙한 듯 태연하게 환자 상태를 둘러보고 병실을 나왔다. 
방호복을 입은 이 간호사가 얼굴에 쓴 고글에는 김이 서려 있었고, 흐릿한 김 뒤편으로 지쳐 보이는 눈이 느리게 깜빡였다. 
김기동 씨 병실을 나온 이 간호사가 기록을 남기고 담당의사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 간호사에게 아래층 병실에 다녀온 다른 간호사가 다가왔다.  

“저희 12층 환자 중 세 명 정도는 이번 주에 퇴원할 것 같아요.  그런데 10호실 김 할아버지 안 좋아지셨어요?”

“아니요,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좀 심적으로 불편하신가 봐요. 그러게, 재검사 결과가 언제 나온대요? 환자들 모두 어서 집으로 돌아가시면 좋으실 텐데요.” 라고 이 간호사가 말했다.

“네, 다들 힘드시겠죠. 김 할아버지도 갈수록 심해지시네요.”

“선생님도 힘내세요. 환자분들 식사 나눠드리고 우리도 조금 쉬어요.”

“그래요. 전부 천재지변 전염병 탓이지 누구 탓이겠어요.”


방금 전까지 숨이 안 쉬어진다고 호소하던 김기동 씨는 간호사가 나가자 잠시 가만히 앉아 있었다. 흐트러진 환자복을 고쳐 입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는 벽에 걸린 시계를 계속 지켜 보았다. 

11시 58분 15초, 16초, 16초......
12시 10분 30초, 31초, 32초……
12시 11분 02초, 03초, 04초……

김기동 씨는 침대 식탁을 세워 펼쳤다. 
12시 15분 45초, 46초, 47초……
12시 17분 9초, 10초, 11초……

그 때 병실 문이 열리며 점심 식사가 도착했다. 
이 간호사가 식판을 들고 들어왔다. 

“할아버님, 식사 왔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문 앞에 내려놔 주세요.”

김기동 씨는 이 간호사를 쳐다보지도 않고 식판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풍겨오는 냄새를 맡았다.

“왜 이리 늦게 왔어! 다른 방에 먼저 주고 왔나?”

“아, 네 조금 늦었어요. 배고프셨죠? 맛있게 드시고 약 챙겨드세요.”

이 간호사는 식판을 탁자에 내려두고 서둘러 옆 병실로 갔다.
김기동 씨는 시선을 차지한 식판에 놓인 반찬 그릇 뚜껑들을 조심히 열었다. 오늘 점심 반찬은 생선구이와 오이생채, 고사리무침이었다. 국그릇 뚜껑을 여니 소고기 무국이 나왔다. 김기동 씨는 고사리 무침 뚜껑은 도로 덮어버리고 식사를 시작했다. 생선 살을 발라먹다가 뼈에 붙은 살까지 다 먹으려고 뼈를 통째로 입에 넣고 씹다가 퉤 뱉어냈다. 국물까지 얼추 다 마시고 식사를 끝낸 김기동 씨는 발라낸 생선 뼈 조각과 씹다 뱉어낸 음식 찌꺼기가 그대로 보이는 식판을 대충 들어다가 병실 문 앞에 내려두었다. 지저분한 식판 위에 고사리 반찬 그릇의 뚜껑은 그대로 덮여 있었다.

김기동 씨는 점심 약 봉지를 챙겼다. 당뇨약과 혈압약 병에서 먹을 알 수까지 헤아렸다. 그리고는 침대 옆에 서서 다시 벽 시계를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식판을 회수하는 봉사자가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김기동 씨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니, 고사리를 왜 먹으라고 주나? 그게 얼마나 몸에 안 좋은데? 남자 전립선을 다 죽인다는데. 병원 밥에다가 그런 거를 넣어서 환자 먹으라고 주나? 거기, 아줌마. 가서 애기 좀 해. 지난번에도 내가 한 번 말했는데 말귀를 못 알아먹나.”

봉사자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할부지, 건강하게 오래 사시라고 고소하게 고사리 볶아서 드린 건데, 좋은 대학 나온 똑똑한 영양사가 다 연구해서 드시라고 하는 거에요. 고사리가 몸에 안 좋다는 거 가짜뉴스에요. 믿지 마세요. 근데 할부지 전립선 어디다 쓰시게? 흐흐”

중년 여성 봉사자의 농담에 기분이 상한 김기동 씨는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문이 닫히고 조용해진 병실에 서서 다시 시계를 보던 김기동 씨는 12시 55분이 되자 약봉지를 뜯어 입에 넣고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기침 증상을 완화한다는 가글약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이 간호사가 진통제를 처방 받아 병실로 왔다.

“김 할아버지, 이거 진통제에요. 아까 가슴이 아프다고 하셔서 일단 이거 드시고 오후에 선생님 회진 하실 때 다시 봐 드릴 거에요. 약 지금 드시면 돼요.”

김기동 씨는 이 간호사의 말에 아무 대꾸 없이 입만 계속 작게 우물거렸다.  

“할아버지 아시겠죠? 이거 지금 드시면 되요. 지난번처럼 반만 드시거나 하지 말고 두 알 다 드셔야 해요. 네?”

김기동 씨는 이 간호사가 하는 말에 아무 반응 없이 무표정하게 계속 입만 우물거렸다.

“아까 제가 말씀 드렸죠? 필요한 거 있으시면 저 벨 누르시고, 이 약은 지금 드셔야 한다고요. 알아 들으셨죠?”
이 간호사는 김기동 씨에게 당부를 하고 잠시 쳐다보다가 병실을 나갔다. 
김기동 씨는 이 간호사가 들어와서 하는 말에 아무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시계만 쳐다보다가 60초 기침약 가글이 끝나고서야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간호사가 두고 간 진통제를 손에 들고 가만히 보던 김기동 씨는 두 알 중 한 알만 먹고 다른 한 알을 서랍 속 봉지 안에 넣어버렸다. 그러고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질을 하고는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침대에 누워서 다시 시계 바늘만 주시하던 김기동 씨는 한 시간이 딱 지나자 다시 일어나 침대 아래 가방을 열었다. 침대 밑에 둔 가방에는 약병과 약이 든 상자가 가득했다. 그 안에서 몇 개 병들을 꺼내더니 먼저 녹색 가루를 한 스푼 입에 털어 넣었고, 검은색 환을 한 주먹 삼켰다. 그리고 액상 스틱 하나를 짜 마시고 나서 가방을 주섬주섬 챙겨 다시 아래에 내려두었다.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김 기동 씨는 손으로 한동안 자신의 배를 천천히 쓸어 내리더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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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몸소 터득한 소중한 삶의 지혜 마냥 '버티라'는 말을 한다.

이 '버티라'는 말은 모든 상황을 감내하라는 말이 포함되어있다. 그 어떤 상황도 그저 운명적으로 감내해야 할 정도로 우리가 '운명적'인 사회에 살고 있나?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결정권이 있고 선택의 기회가 있다. 당장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없다는 말은 가만히 앉아 누군가 나에게 기회를 주기를 기다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오래전에 신분제도도 없어지고 우리는 거주 이전의 자유도 가지고 있다. 다행히 우리가 분쟁지역에 살지 않는 이상, 정부가 존재하고 우리의 존재를 정부도 알고는 있어서 여권을 만들고 비행기표를 사서 언제든 떠날 수 있다.

버티다니?....

 본인이 경험으로 얻은 지식이나 권한을 움켜 쥐고 안 놓으려는 사람들이 아직도 존재한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정도의 지식이고, 권한 역시 보잘것 없는 것임에도, 그것이 본인의 존재가치와 동일시 하는 착각에서 벌어지는 모습이다.

그러한 기득권이라고 하기에도 초라한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자하는 이기심이, 새로이 유입되는 사람들을 견제하고자 아무런 배려없이 그저 버텨보라는 말을 던지는 것이다.

이런 환경을 버텨내고, 모욕적 상황을 애써 외면하면서 버티어 낸 사람들이 얻는 결과는 기존 영광에 비해 적더라도 충분히 만족할 만할 것이다. 왜냐면 또다시 유입되는 새로운 사람들에게 주어질 결과보다는 크기때문이다.

 

버티지마라. 그럴 필요없다.

그렇다고 누군가의 희생에 기대어 살려고 하거나, 쾌락과 욕망에 끌려다니며 삶을 낭비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순수함을 잃지않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왜냐면 스스로 이룬 것이 없어 원초적 이기심만이 남아 세상을 엉뚱하게 원망할 시간이 곧 올 것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우리는 누구의 지배를 받지도, 운명적으로 태어나지도 않았다. 모든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내 삶과 타인의 삶의 무게를 똑같이 생각하고 내면에 집중하라.

  

       

그림 https://blog.naver.com/l22hwa/12002520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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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으로 인한 감정조절이 안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누구에게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한계는 있고, 그 한계는 타의로 인해 결정되어지지만 본인의 자각과 노력으로 상승한다.

감정적 표출에 너무 자주 휩싸여 이성을 잃는 순간이 지속된다면 본인이 쌓아온 많은 학문적 노력과 성실함마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본인 말을 끝까지 내뱉으려하며, 지속적으로 본인의 힘든 처지를 강조하려는 사람을 조심해야한다. 외모로 타인을 평가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고 그럴 자격도 없지만, 다음은 독초를 피한다는 자기방어에서 나온 나만의 편견이자 정보이다.

1. 평균보다 키가 작고 외모에 심각한 결함이 있거나 - 어릴적부터 쌓인 열등감이 분명 있을 것이다.
2. 특히 피부가 안좋고 어두운 인상을 가졌으며 - 영양과 관계있다. 부모로부터 양육을 제대로 못 받았을 것이다.
3. 살이 지나치게 쪘다. - 여러 요소가 결합된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감정적으로 공격적인 사람과 자주 만날수 밖에 없다면 버텨내는 것이 최선이 아님을 분명히 먼저 말해둔다. 버티다가 인분을 먹인 교수며 구타하는 상사에 성폭행까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게임을 주도하려고 하면 이런 상황이라고 쉽게 물러나서는 안된다. 장기판에서 왕과 사 만 남긴 상황에서도 이길수 있기 때문이다.
ㄱ. 내가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훨씬 많이 그 위험하고 결핍된 상대가 받고 있음을 인지하라. 또한 나는 그자보다 훨씬 더 빨리 안정될 것이다.
ㄴ. 위험한 상대가 상황을 잊어버린 것 같아 보여도 자신이 무례했다는 사실은 분명 기억한다. 왜냐면 그런 감정적인 순간을 본인이 또다시 이겨내지 못했다는 자책을 분명히 하였을 것이며, 왜냐면 이런 상황은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해결하기 어려운 숙제로 쌓여오고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모든 상황을 기억하고 있음을 드러내라.
ㄷ. 해야하는 일을 정확하고 완벽하게 하도록 노력해야한다. 내가 정확하다면 그 위험한 상대의 결점은 더욱 빨리 드러나며 나에 대한 타인의 신뢰도는 높아진다. 그러나 당장 의무를 잘하기 힘들다면 작은 것부터 천천히 하지만 완벽히 해나가라.
ㄹ. 상황이 악화된다면, 책임을 물을 구체적 준비를 하라. 어차피 내가 게임판을 떠나면 상황은 종료된다. 떠나기 전 구체적인 상황증거를 모으고 책임추궁을 위한 근거를 갖추어라. 그냥 떠난다면 억울하다. 최소한 게임판을 부수지는 못해도 뒤 흔들기라도 하라.
그자와 사적인 시간을 가지며 개인적인 친분을 쌓으려는 시도는 얼마가지 못한다고 말하겠다. 감정에 휘둘리는 결핍된 위험한 상대는 본인의 결핍을 이해해주고 같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면 태도가 180도 바뀔지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 그러나 기본적인 성품은 절대 없어지지 않고 앙금처럼 가라앉아 있으며,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친분을 쌓아 가까운 사이가 된다면 조만간 있을 감정의 폭발을 온 몸에 직격으로 맞을 수 있다. 거리를 두고 근거수집을 위한 관찰을 하라.

결핍된 자존감으로 어려운 상황을 만드는 사람은 너무나 많다. 나이들어서도 그 결핍을 극복못하고 엉뚱한 방식으로 분출하는 또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도 잘안다. 남들이 싫어하는 것을. 가끔 다가오는 예외적인 친절에 본인의 결핍적 성격을 부정하겠지만 결국 드러난다. 단호하면서도 냉정한 반응만이 그들 스스로 극복할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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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존중의 선을 넘고 있다는 것을 당사자도 잘 알고 있다.
본인에게 주어진 권한이자 의무라는 변명으로 상대의 인격을 뭉개는 이들은, 전기충격 시험에서 보았듯이 자신의 악한 본성을 의무감으로 포장하여 드러내고 만다.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이라고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넘기는 것 역시 악한 본성의 한종류 일뿐이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나같이 절대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더 멀리보고 높이보기 때문에 땅에 반쯤 박힌 돌을 자세히 보아 무엇하겠냐고 넘기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이지만, 내 마음은 곧 편해진다. 왜냐면 나는 누구보다도 날 사랑하는 내 자신을 믿고있고, 나는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타인도 존중하며 사는, 그들과는 다른 부류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아직 시간이 많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을 어디선가 마주칠 일이 생길 것이라는 말이다. 그럴때 누가 더 불편할까? 나는 그일을 기억하지만, 그들은 기억 못한다면, 그건 내가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정보가 더 많다는 것이고, 내가 곧 그들을 당황시킬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억하고 되새겨 무뎌져라. 상처는 결국 낫지만 흉터는 상처가 생긴 이유를 기억하게 해준다.
내가 건재하며 모든것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잠 못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내가 잠못 이룬 수많은 날들에 비교도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나는 현재 그들처럼 살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나는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멍청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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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스트레스에 매일 노출된 우리는 본능적으로 돌파구를 찾는다. 잠시  현실을 잊고 몰두할 수 있는 대상을 찾는 것이다. 따돌림을 저지르기도 하고 비열한 행동도 하고 폭력적인 짓을 한다. 그러고는 아무도 모르겠거니 하거나 나만 그랬나 다들 그랬다 라는 합리화를 시키는 것은 이어지는 수순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굳이 스트레스 속에 버티어야 하는 상황이 피치못할 때보다는 나름 계산에 의한 선택일 때가 더 많아 보인다. 결국 책임은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간헐적 폭력이 행해지는 집단에서 피해자를 괴롭히는 가해자에는 방관자도 포함된다. 누군가 폭력을 당하고 있다는 정황이 명백함에도 전후상황을 잘 몰라서, 또는 알고 싶지않아서, 또는 나에게 피해가 올까 두려워서 모른척 방관한다.
버틴다, 이겨낸다 라는 이상한 끈기와 투지로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비슷한 방관에 익숙해지고, 때로는 나에게도 폭력이 가해지며 무기력해지고 그루밍 되면서 주 가해자는 더욱 활개를 치고, 피해자는 병들고, 방관자 내지 협력자 역시 서서히 병들어 가며 '사람의 탈'을 장만하게 된다.
나는 아무짓도 않했어! 라고 스스로를 변호하고 싶겠지만, 그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다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주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친절한 대화를 나눈 우리는 또다른 가해자이다.
신체적 폭력을 당하고 성폭력까지 벌어지는 상황에 처했을 때, 누구도 도와줄 사람이 없고 그저 피해자가 되는 길 외에 다른 방법이 보이지 않을 때에 탈출해야 한다.
아니다 싶을때 아니라고 말하고 떠나는 용기도 없다면, 이후에 벌어지는 괴물이 되어가는 나 자신과 이미 괴물이 되어 버라이어티 쇼를 벌이는 가해자, 방관자 들이 쇼가 끝나고 비로소 느끼게 되는 후회에서 느끼는 개인적 피해를 호소하고 억지동정을 유발할 자격은 없다.
아니라면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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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불행할 수도 있다.
누군가 불행해 보일때 그이보다 조금이라도 덜 불행한 사람을 보면 그 누군가의 불행이 더 억울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 누군가가 매일을 처절함으로 살아야하는 상황에서, 덜 불행한 사람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불공평함과 억울함을, 대상이 된 내가 그 원망과 질투의 화살을 나의 선의로 나의 연민을 담아 대응않고 관용으로 넘어가 주기는 한 번 정도는 가능하다.
한번 일까 말까이다.
계속 불행한 사람은 결국 악 해지며 그나마 쥐어진 권력이나 힘으로 쟁취한 대상의 선의를 뿌리치고 도리어 상처를 준다. '보편적 도덕의 관점'에서 지엽적인 좋은 관계를 위해 불행한 이와 거리를 두고싶다. 결국 그런 이들은 주위를 흔들어대다 스스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불행을 극복하지 못해, 불이익에 굴복하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며, 자기가 오염시킨 공동 목욕탕 물이 더럽다며 마개를 뽑아버릴 것이다. 남겨두고 떠야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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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이면 고작 130년 전이다. 물론 지난 인류 역사에서 단지 그 130년 동안이 더 의미 있는 발전을 한것은 분명하다.
 당시 리지는 살인을 하고 말았다. 스스로 살아남으려는 본능과 지병으로 인한 흐린 판단력, 그리고 브리짓 이라는 삶의 목표가 새로 생긴 이유 때문에 살인했다고 나는 본다.
남성중심사회에서는 권력을 가진 나이 든  남성 외에는 모두가 불행했다. 꼬리뼈의 흔적이라거나, 굶주릴 때를 대비해 지방을 자동축적하는 시스템이 선명히 남아있는 우리에게 과거 흔하게 누렸던 권력의 맛, 타인의 희생 위에 올라섰을 때의 그 '편리함'을 기성세대 혹은 지금 현실을 통해 꾸준히 습득하여 알게 되었을 때, 스스로 억울해지고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두려움과 불이익을 자연스럽게 감당 여성들이 있는 것에 비례해 폭력과 이익독점이 자연스러운 남성들도 끈질기게 존재하는 것이다.
 그들이 공정함을 얘기하는 듯 하지만 결국 기존에 누렸던 권리만큼을 요구하며 작은 손해도 보지 않겠다는 주장일 뿐이다. 그러한 논리는 결국 또다른 권력자의 주장에 의해 작아질 일만 남았다.
리지의 반성은 필요없었다. 감옥에 가둠으로써 남성중심사회는 두려움을 묶어둘수 있었지만, 또다른 리지가 나올 것이라는 두려움을 곧 느끼게 될 것이라는 것만으로 더욱 공고히 가부장제를 유지하려 했고, 그 의도는 130년 이후 현재에도 강하게 남아있다.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우리 사회를 위해 20대 이상 남성은 더욱 겸손하고 행동과 말을 삼가해야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비례해 더욱 깊은 절제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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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모르게 "산이"가 너무 많은 세상에서 불평등 챕터 1부터 설명해주기는, 검정고시부터 치르어야 하는 수능준비생과 마주한 선생과 같다.
갈길이 짧지 않고 도중에 갓길로 빠져 할일도 많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음속의 분노를 잊지않고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일 것이다.
남성 김씨는 김사장이라 불러드리지만, 여성 이씨는 이아줌마라고 불러주는 그 이는 어디선가 쿵쾅이라 불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범죄가 들끓는 세상을 비난하지만 공범 짓을 하는 자신은 면책시켜주는, 동물의 세계에서나 벌어지는 일을 지금 그이는 하고 있는 것이며, 아무리 더 나은 세상을 얘기해도 그것이 그이의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이기적 존재들은 고립시켜 스스로 소멸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며, 어리석은 배려로 소멸시효를 연장시켜서는 안된다.
개인이 타인에 표출할 수 있는 부정적 감정의 총량을 제한하려면 한계선을 정해야 하며, 이것이 바로 예의이자 도덕인 것이다.
가지지도 못했으면서 가졌다, 가질수있다 라고 착각하고 있는 권리-기득권을 요만큼도 손해보기 싫어서 약자를 우악스럽게 비난하는 것이 금지된다는 상식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그들이 전적으로 사랑받을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엄마사랑 체험을 충분히 할 수 있게 "엄마"역할을 할 이들에게 특별대우를 해주어야한다. 애정결핍에서 비롯되는 무지와 폭력성은 개인적 깨달음으로 극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또한 각자 스스로 자신이 충분한 애정에 노출되지 못해 결핍이 있고, 결핍된 존재로서 불완전하고 위험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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