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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낙태 판결에 항의하는
전국적 시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밤거리로 모여
개정된 법에 대한 항의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수천 명의 여성들은 폴란드 전역의 도시에서
새 낙태법에 항의 의사를 정확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난달 폴란드 법원 판결은
강간, 근친상간 또는 산모의 건강이 위험에
처한 경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낙태를
금지했습니다.

지난해 98 %를 차지했던 태아 기형시
행해진 낙태는 이제는 불법화된 것입니다.
폴란드는 이미 EU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매년 2,000건 정도가 실시되고 있으나
여성 단체는 최대 200,000 건의 낙태가
불법적으로 또는 해외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시위는 다른 도시들과 함께 포즈난, 바르샤바, 브로츠와프, 크라쿠프에서 열렸으며
방송사 TVN의 영상이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10 명 이상의 사람들의 집회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엄격한 조치를
취하는 국가에서 벌어졌습니다.

아침 이른 시간에 시위대는
법과 정의 (PiS) 정당을 이끌고 있는
야로슬라프카친스키 부총리가 있는
바르샤바 집 밖에서 진압 경찰과
충돌했습니다.
경찰은 경찰이 시위대가 돌을 던지고
집 주변의 전선을 훼손하려 할 때
후추 스프레이와 물리적인 힘을 사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장비를 착용한 경찰은 시위대가
집에 들어오는 것을 막았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부는 확성기를 통해 시위자들에게
공개 집회 제한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합니다.

북부 그디니아시의 34세 시위자 마그다는
"이 나라에서는 여성이 존경받지 못한다.
아무도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여성 가족 계획 연맹의 크리스티나 카푸라 대표가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는 국가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향한
폴란드의 수치입니다. 우리는 결코 잊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법이 왜 바뀌었을까?

개정 판결은 폴란드 헌법 재판소에서
전달되었으며 기형 태아의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은
헌법과 "양립 할 수 없다"며
작년에 국수주의자 PiS의 하원 의원들이
개정을 시도한 이후로 벌어진 일입니다
법원 판사의 대다수를
보수가 임명하였고
폴란드 성공회 의장과 대주교와
폴란드 대통령은 모두 이 개정을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외의 인권 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폴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강한
로마 가톨릭 국가이지만
여론 조사에 따르면 낙태법을 더 엄격하게
만드는 것에 반대하는 다수가 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유럽 ​​평의회 인권위원은
"여성의 권리를 위한 슬픈 날"이라고 했고
도널드 터스크 전 폴란드 총리 -현재
유럽 이사회를 주재한 후 중도 우파 유럽
인민당 그룹을 이끌고 있음-도
이 판결을 비판했습니다.
"낙태와 의사 법원의 판결에 대한 주제를
격렬한 전염병의 한가운데에 던지는 것은
냉소 이상입니다." 라며
혼란스러운 상황을 우려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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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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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젊은 꼰대를 만나다

 

 

 “그러니까 우리 나라에도 억대 수익자가 나와야 된다니까요. 유튜브에 별 것도 아닌 영상 올려서 억대 수익을 내는 사람들처럼 다른 사람들이 딱 봐도 성공했다 는 사람이 나와주면 이 판에서 이야기가 달라지죠. (중간에 내용 많았음) ...... 사이트에 새로 올라오는 것을 보면 그런 걸 왜 하나 싶은 것도 있어요. 그래도 저는 해외 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유리하죠. 그런데 어떤 분야 라고 하셨죠? 뭐 궁금한 거 있으시면 제가 도와 드릴 수 도 있고요. 제 경험을 살려서 컨설턴트나 플래너도 생각 중이거든요. 그리고 얼마 전에 새로 시작한 게 있는데 아이디어가 좀 특별한 편이에요. 그래서 주변에서도 그러 고 좀 잘 될 것 같은 전망인데, 혹시 제 서브(보조)에 관심 있으신지?......”

 지난 여름 어느 모임에서 참석자들 간에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 만난 한 30대 초반의 남성은 아주 기세 등등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그 자리는 관심사가 같은 사람끼리 서로 교류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였었는데, 마치 채용 박람회장이라 생각한 듯, 마치 누군가 자신을 뽑아 주기를 바라며 셀프 홍보를 하듯이 능력을 어필 하는 그 남성의 모습에 내가 뭘 잘못 알고 여기 온 건가 머리 속으로 초대 이메일 내용을 되짚어 보기도 했다.

 만약 정말 도심 컨벤션 센터의 취업 박람회 행사장이었다면 이 남성 같은 지원자에 관심을 보이는 채용 담당자들이 많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거가 있건 없건 간에, 자신감과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그것 도 ‘젊은’ 남성은 고용주 입장에서는 매력적이고 유용한 근로자이기 때문이다.

 업무를 하는 도중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닥치면 사람들을 누구나 결과의 책임에 대한 부담을 느끼게 된다. 미래는 누구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므로 불확실한 선택이 가져올 결정에 대해 망설이게 된다. 과감하게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문제에 직면 한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합리적이고 구체적 인 근거를 토대로 결정을 내리고자 하나 이 역시 불확실 하기는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불확실함에 대한 두려움 으로 그 과감한 결정이 충분한 근거에서 오는 확신이라 믿고 싶어 한다. 그 확신에 대한 근거가 타당하건 타당 하지 않건 간에, 검토의 범위가 충분하건 충분치 못하건 간에, 또한 이어 벌어질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건 없건 간에 과감하게 결정을 하고 그 결정에 대해 확신에 찬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믿으려 한다.

 그 젊은 남성은 그룹 토의 면접에서 단 한 명의 최종 합격자를 뽑는 것도 아닌데도 아주 열심히 자신을 과시 하고 자신의 확신을 뽐내며 나를 포함 다른 불특정 사람 들을 무시했다.

 사실 그 남성이 말한 내용은 여기에 모인 사람 중 일을 시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으로 특별 할 것도 없었으며 자기 능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섞인 내용이었다. 처음 본 나에게 굳이 근거까지 제시할 필요는 없었으나, 구체적인 매출이나 외부로부터 오는 위험에 대한 관리와 대비책 등은 쏙 빼고, 극히 적은 정보 만을 가지고 과시적으로 보이려는 말 속에서 과연 이 남성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주어야 하는지, 고개는 끄덕여 주어야 하는지 좀 곤란했다. 결국 자신을 과시 하려고 상대를 무시하는 말을 들으며 사실은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의욕이 앞서는 사람이구나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하는 일의 특성상 다른 무엇보다 타인에 대한 공감력은 필수 중의 필수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상당히 놀랐었고 오히려 나 스스로 고정 관념에 갇혔던 것은 아닌가 하고 잠시 돌아 보았다. 각자의 스타일과 소통법이 다 다를 수도 있었고, 그리고 그 남성이 그 때 그 자리에서만큼은 솔직하고 싶었나 보다 했다.  

 한 가지 더는 이 남성이 과시한 자신만의 경쟁력이라는 해외 경험에 대해서 든 의문이었다. 해외 경험에 대해 자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단기 연수 혹은 몇 주간의 여행을 마치 장기간의 체류나 유학으로 둔갑시켜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제대로 해외에서 체류하고 학위라도 취득했다면 나와 함께 이 자리에 있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오히려 필요했다. 그 정도로 대단한 학력을 가지고도 항상 경기에 휘둘리고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일을 굳이 하려는 이유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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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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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이 힘든 일 하는 고마운
요양보호사들에게
빈번하게 성추행을 한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닌 것이
60 이상 장년 노인세대의
성의식 등은 뻔한 것으로
엊그제 공영쇼핑 최창희 사장이
국회의원에게 어이 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부르는 걸 보면
상대를 존중하지않는 태도,
나아가 무례하게 대하고
자기욕구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드러나는
단면같네요.



다음뉴스

성희롱과 성추행의 위험에
노출되는 요양보호사들이
참지만말고 항의하고 거부하고
불쾌감을 드러내는 것이 당장
있어야 하고
그래야 이상한 노인남성이 더이상
추태를 부리지 않겠죠.

가만히 있고 숨기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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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주가게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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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세요?”


자리에 누웠다가 핸드폰 벨 소리에 다시 일어나 앉은 기동은 전화를 들었다.


- “장로님, 접니다. 장집사 ”

어, 그래…”

- “요즘 건강은 좀 어떠십니까? ”

괜찮다.”

- “안 그래도 제가 한번 찾아 뵈려고 했는데 요즘 전염병 때문에 집에 찾아가는 것도 예의가 아닌듯해서 미루고 있습니다. ”

어 나도 집에 온지 얼마 안 됐어. ”

- “아… 참, 병원에 계셨다고 하더니…  다 회복 되셨습니까?”

이제 괜찮다.”

- “안 그래도 제가 우리 장로님 지난번에 검진 받은 결과 알려 드리려고 겸사겸사 연락 드렸습니다.  지금 복용하시는 약 계속 드시면 되고요, 다른 약 추가로 드시려면 병원에 오실 때 문의하시고 드십시오.  그리고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고요, 그런데 점점 기운이 없으시고 식사도 힘드시고 하시죠? 제가 몸에 좋은 영양제 하나 챙겨 드리려고 했는데, 요즘 새로 나온 것이라서 개인적으로 구하기도 어려운 것입니다. ”

그게 뭔데?”

- “다른 말 할 필요없이 간단하게 말씀 드리면 비타민인데요, 비타민이라고 다 같은 비타민이 아닌 것은 장로님이 더 잘 아시죠? ”

비타민 있다.”

- “네, 요즘 비타민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다 드시지요. 그런데 이 제품은 요번에 새로 개발되어서 원료부터 모든 사항이 전부 인증 받은 제품입니다. 특별 홍보가격으로 내려온 것이 있어서 김 장로님께 먼저 연락 드렸습니다.”

비타민 있다.”

-“아, 네.. 아 참 그리고 지난번에 소리가 잘 들리다가 잘 안 들리다가 하신다고 하셨죠? ”

어…”

-“청력 검사 결과는 심각하지는 않은데 일상에서 불편을 많이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죠?”

-“불편하지“

-“네! 그렇죠.소리가 들리다가 안 들리다가 하면 얼마나 불편하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잘 들려야 대답도 해주고 모르는 사람  가르쳐도 주고 하고 말이죠. 안 그렇습니까? 장로님?”

그렇지…”

-“ 귀 안 들리는 문제로 수술하는 사람도 엄청나고요, 그런데 우리 장로님은 괜히 위험한 수술까지 할 필요는 없으시고, 수술이 또 워낙 비용도 많이 들지 않습니까? 보조기를 착용하시면 간편하면서도  듣는 것도 잘 들을 수 있습니다.”

보청기?”

-“네! 요즘 보청기가 얼마나 잘 나오는지 젊은 사람들 귀에 음악 듣는다고 꽂고 다니는 그 정도 크기로 불편한 감 젼혀 없이 착용이 가능합니다. 가격도 예전에 비해서 많이 저렴해 졌고요.”

얼만데?”

-“2백만원 인데 제가 이 쪽에 아는 분이 있어서 150만원으로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얼마 전에 제가 또 한 분 해드렸는데 아주  만족하고 계십니다.  모임에 하고 나갔더니 사람들 말이 잘 들어서 오히려 불편했다고 하시네요. 하하”

그래?”

-“장로님 아시다시피 제가 추천한 것 중에 안 좋은 것이 있었습니까? 가격도 제가 최대한 맞춰서 해드리고 있어서 아마 따로 알아보셔도 이런 가격으로는 못 사시는 거 아실 겁니다. ”

그러면 병원을 예약해라. 보청기 맞춰야 하지? ”

- “아닙니다. 병원에 또 오실 필요는 없고요, 장로님 귀가 심하게 안 좋으신 것은 아니라서 기성품 중에 지금 청력에 맞으신 것으로 맞추시면 됩니다. 지난번에 병원 오셔서 검사 받으신 결과는 제가 잘 들고 있습니다.  결재만 해주시면 제가 잘 보내 드리겠습니다.”

얼마 보내면 되나? 150만원?”

- “네, 25프로 할인가격입니다. 재난지원금 받으셨으면 그거 사용하셔도 됩니다.”

“…… 지원금 몇 푼이나 된다고. 통장계좌번호 주면 내가 보내줄게”

- “네, 감사합니다. 장로님, 제가 확인하고 아니 제품은 오늘 바로 준비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다음 달에 비타민 좀 챙겨서 인사 드리겠습니다. ”

“…”


기동은 장집사와의 전화를 끊고 이부자리에 누웠다. 잠이 쏟아지는지 어느새 코까지 골며 잠이 들었다.

날이 이미 어둑해지고 나서야 낮잠에서 깬 기동은 느리게 일어나 천정 전등 스위치를 올렸다. 부엌으로 가서 밥통을 열어 남아있는 밥을 확인했다. 냉장고에서 반찬 통 몇 가지를 꺼내어 식탁에 놓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들어있던 반찬은 오이지 무침과 고추장아찌였고 밥을 금새 비운 기동은 약이 든 가방을 주섬주섬 찾았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오늘 낮에 사가지고 온 약이 든 쇼핑백을 눈으로 찾았다.

잠시 생각을 하는 듯 멈춰 있던 기동은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광주에 사는 아들 환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아버지 식사하셨습니까?”  

어, 묵었다. 반찬 좀 해가지고 오너라. 먹을 게 없다.”

- “네, 은숙이가 내일 올라갈 겁니다.”

“… 걔가 온다고 뭐 할 줄 아나! ”  

- “ 은숙이 나이가 몇 인데 반찬도 못합니까? 제가 잘 일러둘게요. 아버지 입맛에 잘 맞는 것 해드리라고요.”

내 귀가 안 좋다.”

- “네? 귀요?”

귀가 잘 들렸다가 알 들렸다가 해. 교회 가도 불편하고 지하철을 타도 소리가 안 들리니까 불편해.”

-“나이가 드시니 귀도 예전처럼 잘 안 들리는 모양이네요. 나이가 80이 넘으셨는데  잘 들리는 것도 이상합니다. 하하”

어디 웃어! 귀가 안들린다는 데 우습나!”

-“아니요. 뭔 소리를 또 지르십니까? 귀 아프게. 그래서 병원 가 보실려고요?”

병원은 갔다 왔어. 보청기를 하면 된단다.”

-“보청기요? 보청기 비쌀 텐데.”

교회에 장집사라고 저렴하게 해줄 수 있다고 한다.”

-“얼마라는데요?”

“200만원인데 150만원에 해준다네”

-“아버지 재난 지원금 얼마 받으셨습니까?”

지원금 얼마 안 받았다….”

-“한 60만원 안줍디까? 그거에 대구는 따로 더 준다고 들었는데요.”

“… 다 썼어.”

-“네? 벌써요?”

필요한데 썼다. 보청기 150만원 오늘 보내야 하니까 니가 명식이한테 전화해서 이야기를 해라.”

-“네”


전화를 끊은 김환식을 쳐다보던 유신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물었다.


재난 지원금을 벌써 다 썼답니까?”

-“그런갑다”

보청기는 또 무슨 얘긴데요?”

-“귀가 안 들인다고 하네.”

참, 그 많은 돈은 다 어디에다 쓰셨는가?... 그리고 보청기가 많이 비싸다고 하던데… ”

-“또 어디서 장사하는 사람 이야기를 들었는지… 150만원 일하네. 성훈이 아빠한테 전화해봐야겠다.”

삼촌네도 요즘 힘들 텐데. 그래도 전화해봐야지 뭐… 노인네 참…”
  


명식아, 내다. 퇴근했나?”

- “네, 무슨 일이십니까? 안 그래도 아버지한테 전화해보려던 참인데요.”

어, 보청기 돈을 좀 나눠서 내야겠다.”

-“보청기요? 귀 안 들리신 답니까?”

나이가 팔십이 넘었는데 귀도 안 들리기 시작하시겠지.”

- “내 아는 사람 중에 보청기 낀 분이 계신데 보청기 껴도 잘 안 들린다고 하시던데요.”

비싼 보청기 끼고 유튜브보고 티비나 보실텐데, 하고 싶으신가 보지…  ”

-“내가 전화해볼게요.”

아니, 일단 70만원 보내라.”

-“왜 70인데요?”

“150이니까 니가 70내고 내가 50내고 미숙이랑 은숙이 10만원 씩 내라고 하자.”

-“아니 은숙이 누나는 그 집에 얹혀 살면서 왜 그거 밖에 안내요?”

요즘 돈을 못 번단다.”

-“누구는 안 힘들어요?”

됐다, 마 그렇게 보내라.”

-“그리고 형은 왜 50만 내는데?”

우리도 요즘 매출이 없어서 그렇다. 너는 그래도 월급이 나오잖아. 니 집사람도 그렇고”

“… 아무튼 내가 아버지한테 전화 걸어볼게요.”

-“전화해서 뭐 잔소리 할려거든 하지 마라. 재난지원금도 벌써 다 썼단다. 어디에 썼는지…  ”

딸깍’


명식은 전화를 끊고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부인 백희경이 옆으로 다가왔다.

아니, 재난지원금 받은 거를 벌써 다 쓰셨다고요?”

-“그렇다네.”

오늘 나왔을텐데요.”

- “오늘 받으러 간다고 했어”

대단하시네. 그러고 보청기 값을 또 보내라고요?”

-“보청기 끼면 잘 들리기는 하겠지”

그래서 70만원 보내라고요?”

-“어, 형님네 방문판매가 요즘 어렵잖아. 은숙이도 거의 논다고 하고. 미숙이는 돈 보내라고 하기도 미안하고 ”

미숙이 아가씨네는 안 그래도 힘드니까 돈 보낼 형편은 아니지만… 그런데 아니, 지난 번에 아버님 월세 받는 상가 그거 은숙이 형님이 받기로 했잖아요. 이혼하고 친정 들어온 게 뭔 벼슬이라고 상가를 벌써 챙겨요? 월세가 다달이 백만원이 나오는 거를 자기가 상속 받기로 했으면 똑같이 내야지요. 그리고 광주 형님네도 그러면 안 되는 게 그 다단계 점포 차려준 것도 어머님이잖아요. 그러면 돈 낼 때 최소한 똑같이는 내야죠. 아니면 더 내던지요.”

-“……시끄러워!, 내 돈으로 내니까 아무 소리 말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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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은 오전에 받은 정부 지원금 중 45만원 그렇게 약국에서 써버렸다. 쇼핑백 가득 약을 챙겨서 나온 기동은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에서 최집사를 만났다. 


“아이고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습니다.”

“병원 들어갔다가 오셨다면서요. 안 불편하셨습니까?”

-“불편했지요. 그래도 있으라고 하니 있어야죠.”

“아이고, 나라가 이 모양이 돼서는 좌파정권이 들어서니까 이런 희귀한 전염병이 막 돌고 나라가 망할라고 합니다. 북한에 마스크도 다 퍼주고 있다믄서요. 지금 우리도 모자라서 난린데, 어제 동에서 열개 줍디다. 쓰라고. 그거 받으셨어요? 요즘에 마스크 살려면 하나에 삼천원도 더해요. 주는 거 잘 받아서 아껴 써야지 그게 열개라도 돈이 삼만원 입니다.  아무튼 우리가 기도를 열심히 해서 나라 안 망하게 다음 정권 들어설 때까지 버티게 기도합시다.”

- “나는 마스크 안주던데?”

“줍니다. 아마 동장이 집으로 갖다 줄 거에요. 장로님은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라서 지금 못 돌아다니는 걸로 알텐데, 어서 집으로 가세요.”

- “내 다 나았다니까. 바이러스 없다고 했어.”

“아 네, 그리고 지난번에 장로님 사모님이 두통 있으시다고 했죠? 요기 좋은 게 있는데 지금 한번 가 보실래요? 나오신 김에 가야지 또 언제 가겠습니까? 요 앞에 가서 차 한잔 드시고 에어컨 나오는데 앉아서 이야기 들으시면 됩니다. 우리 교인이라요.”

기동은 최집사의 말을 듣고 근처 건물로 따라 들어갔다. 건물지하에 있는 한 사무실에는 이미 사람들로 북적였다.

“부장님, 우리 장로님 모시고 왔습니다. 인사 좀 드리세요.”

최집사는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큰 소리로 부장이라는 사람을 불렀다. 그러자 양복을 멀끔하게 차려입은 남자가 김기동씨 앞으로 달려왔다. 

“어이쿠 안녕하십니까, 장로님 여기로 오십시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중앙교회 장로님이시라고요. 저도 전도사로 활동하다가 요즘에는 유학 준비하느라고 여기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병원에서 못 고치는 환자들이 오셨다가 기적을 체험하고 가시는 곳인데요, 화학적 약품으로 치료하면 낫기는 하지만 그 부작용 때문에 다른 병이 더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생활 습관과 기본 생활부터 개선해주는 근본치료를 하고자 하는데요, 이 기본이란 것이 공기, 물, 배변을 말합니다. 사장님, 뭐 차 한잔 드실 랍니까? 미진씨, 여기 홍삼 한잔 주세요. 괜찮으시죠? 커피 녹차 이런 거 드시지 마시고 물 한잔도 홍삼 넣어서 드시고 하셔야 기본 건강을 지킬 수 있지요. 아 이어서 말씀 드리면 도시에 사시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오염된 공기에 노출이 되서 얻는 질병이 어마어마 합니다.  물도 마찬가지고요. 집사님 우리 장로님은 어디가 특히 불편하신 건가요?”

건강식품 다단계 사무실에서 부장이라 불리는 이 남자는 김기동을 쇼파에 앉히고는 홍삼차를 대접했다. 그리고 최집사를 향해  마치 마케팅 포인트를 찾아내려는 듯 물었다.

“우리 장로님 사모님이 두통이 심하세요. 항상 머리가 아프셔서 부산 딸네 내려가 계시답니다.”

“ 아, 그러시군요. 불편하시겠네요. 사모님 두통도 두통시시지만 우리 장로님이 사랑하는 사모님께서 옆에 안 계셔서 마음이 그러시겠네요. 옆에서 챙겨주시고 하셔야 하는데 마음도 허전하고 집안에도 여자 손길이 없어서 온기가 없으시겠습니다… 그래서 원인 모를 두통이나 병원 약으로 해결이 안되는 병은 물과 공기로 다스려야 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신제품 출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데 제가 특별히 제 수당 부분까지 다 빼드리고, 우리 장로님께서 이번 달에 개시를 해주시면 제가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유학 준비 중이라서 다음 달까지 준비되면 이제 미국으로 갈 예정입니다.  원래 이번 달에 가야 되는데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계획대로 잘 안되서 그래도 차근차근 하나님 앞에 기도하면서 준비하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

기동은 갑작스레 한 건물 지하로 와서 부장이라는 처음 만난 남자의 말을 한참을 들었다. 다른 방문객들은 보기에도 불편해 보이는 의자에 앉아 종이컵을 들고 있는 동안, 기동은 사무실 안쪽 번지르르한 쇼파에 앉아 대접해주는 홍삼차를 홀짝였다. 기동은 눈치를 살피다 말을 시작했다.

“그래서 그거 다 하면 얼만가?

-“아 네, 장로님, 이 연수기 하고 공기청정기 함께 세트로 구매하시면 월 3만 9천원이면 건강한 생활을 시작하시는 겁니다. 36개월 사용하시고 이후에는 소유권이 전부 장로님 댁으로 이전됩니다. 이 연수기가 미국 특허를 받아서 생산이 미국 현지에서만 이루어지는데요, 그래서 생산이 적습니다. 그리고 이 공기청정기는 필터가 미국산이라서 성능이 확실히 다르고요."

“한 달에 3만 9천원?”

-“네, 이 제품들 판매가를 생각해보시면 혜택이 엄청난 것입니다. 여기 서류에 이름 주소 써주시고 자동이체 등록해주시면 할인 해드립니다. 지로로 내실건가요?”

“자동이체로 해줘”

기동은 부장이라는 남자가 내미는 서류에 이름과 주소를 쓰고 서명을 했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늘 들고 다니는 통장을 꺼내 계좌번호까지 적어주었다.  

“장로님, 감사합니다. 자택으로 배송은 일주일안에 가게 되고요, 혹시 반품하시려면 배송 출발 전 내일까지는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리고 아까 제가 말씀 드린대로 제 수당을 빼드릴 건데, 이 달은 제가 대신 납부해드리고 다음달부터 자동이체 확인하시면 됩니다. 나가시면서 사은품 꼭 받아가세요.”

기동은 서류 서명을 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다. 옆에서 계속 지켜보던 최집사는 밝은 표정으로 기동에게 말했다. 

“장로님, 정부 지원금 한 60만원 받으셨으니 이런 거 좀 사실 여유 있으시죠? 사모님도 좋아하실 겁니다. 요 앞에 가서 또 받으실 거 있습니다. 저 따라오세요.”

기동은 편안하게 기대 앉아있던 쇼파에서 아쉬운 듯 일어나 최집사를 따라갔다. 시끌벅적한 방으로 들어간 기동은 그곳에서 챙겨주는 화장지와 커다란 상자 등을 양손 가득 받아 들었고, 직원 여러 명이 일층 현관까지 따라 나와 해주는 90도 인사까지 받았다. 

집으로 돌아온 기동은 화장실의 쿰쿰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바닥에 널부러진 옷가지를 발로 밀쳤다. 문짝이 내려앉은 현관 신발장을 슬쩍보았지만 그냥 고개를 돌려버렸다. 
재난지원금을 탕진하고 돌아와 베개를 베고 누웠는데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10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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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동은 일찍부터 밖을 나갈 채비를 했다. 지원금을 받으려고 달력 날짜를 보며 기다리다 드디어 오늘 가기로 한 것이었다. 집에서 걸어서 십 분 거리에 있는 동사무소 앞에는 이미 지원금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대기 줄이 길었다.

“여기 얼마나 기다려야 해?”

기동은 줄 선 사람들에게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있는 동사무소 직원에게 물었다.  

“네, 한.. 한 시간 정도면 될 겁니다. 요기만 돌아 들어가시면 안으로 들어가시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

기동의 뒤에 줄을 서있던 노인이 말을 걸었다.

“거기는 지원금 얼마 받습니까?”

-“아들이 60이라고 합디다.”

“할매랑 둘이 사는 집인가 보네요. 저는 40만 받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은 40인가 보네.”

“원래 지원 받던 사람은 이번 달에 백만원도 넘게 받는 답니다. 게으른 사람들이 이번 달에 계탔지.  이게 정부에서 뭐 하는 짓인지. 세금 걷어서 엄한데 다 퍼주고 경제가 돌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일은 안하고 나라 돈 받아서 살고 말이야, 나라가 곧 망할 건가 보오.”

-“…… 좌파 정부가 사람들을 돈으로 호도해서 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소. 젊은 사람들이 어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려서 보수 정권을 지지해야 하는데…”

“맞소. 이 나라가 공산화 된다고 하는데 벌써 그런 것도 같소.”

-“북한하고 내통한다고 하지 않소. 매일 밤마다 전화해서 돈 주고 쌀 주고 한다고 하네.”

“나라가 망할려고 그러는지…  자식들도 어른 공경할 줄 모르고 즈그들 먹고 놀러 다니는 것에 혈안이고 부모는 그냥 내버려 두고 말이야.”

-“자식을 똑바로 가르쳐야 돼. 때릴 때 때리고 무섭게 혼내면서 키웠어야 하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할머니들이 이 대화를 지켜보다가 한마디 했다.

“아이고, 할배들 자식을 때려서 키우다 늙어서 도로 맞는 수가 있다. 하하하” 

“돈 뿌려서 나라 망한다믄서 지금 공짜 돈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는 거 아닌교? ”

기동은 할머니들의 놀림에 뒤에 서있던 노인과의 대화를 멈추었다. 뒤에 노인이 대꾸했다. 

“아니, 준다는 돈은 받아야지, 어디 나만 받나? 할매들도 다 와서 받아가면서 왜 우리보고 그래?”

-“정부에서 주는 돈은 잘 받아가면서 정부 욕은 왜 하는 데요? 정부 하는 짓이 맘에 안들면 돈도 안받아야지. 그래요 안 그래요?”

“할마시는 할마시 돈 받아 가소. 남보고 뭐라하지 말고. 어디서…”

- “하하 이 할배 웃긴다. 어디서긴 동사무소 앞에서지. 하하하”

한 할머니의 말에 주변이 웃음바다가 되면서 기동은 얼굴이 굳어지며 늘어선 줄의 앞쪽만 주시한 채 서 있었다. 

직원의 말과는 다르게 두 시간이나 걸려서야 건물 안으로 들어가 다시 기다리기를 반복한 후에야 기동은 60만원의 지원금 상품권을 받아 챙길수 있었다. 
오전 내내 밖에서 시간을 보낸 기동은 피곤했는지 주머니가 두둑 했음에도 집으로 바로 돌아갔다. 그리고 잠시 눕는 듯 하더니 잠이 들었다. 

12시가 다 되어서 일어난 기동은 부엌으로 가서 냉장고 안에서 반찬을 꺼내어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식탁 위에는 여전히 여러 가지 물건과 약병, 그릇들 심지어 벗어둔 양말까지 놓여있어 엉망이었지만 기동은 개의치 않는 듯 약간의 식사 공간만 확보하고는 구석에서 수저를 주섬주섬 꺼냈다. 지난 번에 아들 내외가 끓여 놓고 간 우럭탕 국물이 아직 남아있는지 냄비에서 국을 펐다.  먹고 남긴 생선 뼈 찌꺼기는 식탁에 그대로 올려둔 채 먹은 그릇만 설거지 통으로 옮겨놓고 약봉지를 뒤적였다. 그리고는 먹을 약을 다 챙겨 들고는 벽시계가 바로 보이는 자리에 서서 시계를 주시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벨) 여보세요.”

-“아버지 접니다. 지원금 받았습니까?” 

“어 받았다.”

-“줄이 안 깁디까?”

“길더라.”

-“고생하셨네요.”

“느그는 얼마 받았노?”

-“우리는 백만원 받았지요. 4인 가구다 아닙니까?”

“4명은 백만원이나 주나?”

-“1인당 치면 25만원 입니다. 아버지가 더 받으시는 겁니다. 아버지 연금도 합치면 이번 달은 돈이 많으시겠네요. 이번에 집에 정리도 좀 하시고 버릴 거 버리고 이불 같은 것도 새로 좀 사세요. 안에 넣어두고 생전 안 빠는데 우리가 가서 꺼내서 덮을 때마다 온몸이 가렵습니다. 베개 이불 세트도 제발 좀 사시고, 집 수리도 좀 하세요.”

“……”

-“다음 주에 또 한번 올라가겠습니다. 은숙이 언제 온답니까?”

“인제 온단다. 집 청소해야 된다.”

-“네, 그러면 잘 계세요. 내일 또 연락 드릴게요.”

환식의 전화를 끊고 기동은 다시 나갈 채비를 했다. 양치질을 서둘러 끝내고 양말을 찾아 신었다. 현관 열쇠를 챙겨서 신발을 신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갔다. 



집 근처 동사무소를 다시 지나치며 여전히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기다리고 있는 장면을 확인했다.  
김기동씨는 큰길까지 나와 병원 쪽으로 향했다. 

당뇨약과 고혈압 약에 항생제까지 처방 받아 복용중인 기동은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병원을 다녔다. 이날은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병원 앞 악국으로 바로 향했다. 약국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약국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동은 자연스럽게 대기 번호표를 뽑고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차례가 되자 일어나 약사에게 다가갔다. 

“내가 요즘 많이 피곤해. 안 피곤하게 하는 약 있으면 줘봐라.”

-“네, 요즘 특히 피곤하시면 몸에 면역력이 떨어진 것일 수도 있으세요. 어르신. 요즘 신약 비타민이 잘 듣는 데 이거 한번 보세요. 이게 식물성이라서 부작용이 없고 몸에 흡수도 잘 되고 드시기에도 편합니다. 지금 드시고 있으신 거 있으세요? ”

“있어. 그런데 별로 몸에 안 맞는 거 같아. 더 좋은 거 비싼거 있으면 그거 먹지.”

-“네, 어르신, 체질에 맞는 비타민을 고르는 것이 제일 좋으시죠. 먼저 이거 한 병 드세요. 여름에 에어컨 쐬시면 기운이 금새 허해지시는데 쌍화탕 하나 드시면 속이 훈훈해지십니다. 그러면 비타민은 이걸로 한번 드시고 요즘에 크릴 오일이라고 몸에 지방을 싹 분해해주는 약이 나왔는데요, 들어보셨죠? 이거 6개월 정도 드시면 몸이 개운해 지실 겁니다. 그리고 비타민 D를 꼭 드셔야 하는데, 관절 안 좋으시거나 몸이 삐그덕 거리시면… 요즘 밖에 잘 못 나오시죠? 거볍게 운동을 하셔야 하는데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보니 먹는 걸로라도 챙기셔야 합니다. 아까 사신 비타민에도 들어있는데 부족할 수 있어요. 그래서 이거 꼭 더 드셔야 합니다.”

“…… 그래서 그거 다 하면 얼마요?”

-“비타민16만원, 오일 6개월분 25만원, 이거 관절 비타민 까지 45만원 입니다.  관절 비타민은 제가 조금 디씨해 드렸습니다.”

“정부 상품권 받나?”

-“네, 당연히 받습니다.”

김기동은 오전에 동사무소에서 받은 두둑한 상품권 봉투를 주머니에서 꺼내어 셌다.  45만원 어치를 약국에서 쓰고 약이 든 가방을 두 손 가득  챙겨서 약국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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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게 병원에 머물다 집으로 돌아온 김기동 씨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어지러운 현관의 풍경을 스치듯 쳐다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현관에는 신발 열댓 켤레가 마구 뒤섞여 놓여져 있었고, 한쪽 벽에 달린 신발장 문은 떨어져 덜렁거리고 있었다. 제 짝을 알 수 없는 신발들이 놓인 앞쪽으로 양파가 담긴 종이박스가 있었는데, 거기서 나는 고약한 냄새를 맡았는지 못 맡았는지 집안으로 들락거리는 누구 하나 그 박스 안을 들여다 보지 않았다. 대낮 임에도 컴컴한 집안은 여기저기 수건과 옷가지가 널려 있었고, 잡동사니들로 가득했다. 

집안으로 들어온 김기동은 국을 끓이느라 음식 냄새가 도는 집안의 어디라도 창문을 열거나 하려는 생각은 없는 듯,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잠시 방안을 둘러보았다. 
식사를 마치고 시계를 쳐다보며 약 먹을 시간을 재던 기동은 약까지 다 먹고서야 비로소 집안을 천천히 둘러 다시 보았다. 그리고는 그간 쌓인 우편물 더미를 들추어 보던 김기동씨는 시청에서 보내온 안내문 하나를 들어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식탁 위에는 사용 목적을 알 수 없는 물건들로 가득 차 식탁의 절반 정도만 식사를 위해 사용할 수 있어 보였다. 고가의 인덕션 레인지가 식탁 위에 놓여져 있었는데 그 인덕션 레인지 위에도 여러 크기의 플라스틱 약통과 약 봉지, 무언가 담긴 그릇 등이 잔뜩 올려져 있어 이 인덕션 레인지의 용도가 그릇 받침대 역할을 하는 듯 보였다. 

“엄마는 언제 온다고 하나?”

- “지금 오시면 되겠습니까? 아직 좀 더 있다가 오시겠지요. 은숙이 보고 빨리 올라오라고 했는데, 오겠지요.”

“내 가방 안에 든 거 다 꺼내서 빨래 해야 된다. 빨래해서 다 널어놓고 가라.”

- “병원에서 빨래 안 해줍디까?”

-“해주지. 해주는데 어제 입은 옷하고 속옷은 안 빨고 그냥 들고 왔지.”

“제가 해놓고 갈 테니까 혹시 밖에 못 널면 아버지가 좀 너는 것만 하세요.”

-“……”

환식은 김기동이 식사를 다 마치고 나서도 계속 식탁과 싱크대 사이에 서서 숟가락을 하나 들고 국솥에서 바로 국을 떠서 홀짝이며 먹었다. 그러더니 우럭 살 점 하나를 그릇에 담더니 그대로 서서 발라 먹기 시작했다. 또 주방 바닥에 놓여있는 전기 밥통 뚜껑을 열더니 국을 떠먹던 숟가락 그대로 밥을 떠서 먹으며 다시 국을 떠서 홀짝였다. 그러는 환식을 본 기동은 얼굴을 찡그리며 소리를 질렀다.

“뭐하나? 앉아서 먹어라! 그리고 숟가락 입에 댄 거를 가지고 여기저기 쑤시지 마라.”

김기동은 서서 밥을 먹는 환식을 보더니 버럭 화를 내었다.

“밥은 다 먹었고요, 한 숟가락만 더 먹으고요. 이제 안 먹습니다. 숟가락 깨끗하게 닦아서 살짝 밥만  한 숟가락 떠 먹었고, 침 안 묻혔어요. 국은 이대로 또 끓이면 깨끗해집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먼 소리를 또 지르십니까?  소리 지르면 혈압이 확 올라 갑니다. 혈압도 안 좋은 사람이 뭐 그렇게 소리를 질러댑니까?  말로 해도 다 들립니다.”

“아, 니가 더럽게 하니까 고치라고 하는 말이야!”


유신애는 부엌 뒤 편에서 무언가 하다 들리는 큰 소리에 나와 환식이 숟가락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옆에서 잠시 지켜보던 유신애는 눈치를 살피며 말에 끼어 들었다. 

-“당신, 밥 다 먹어 놓고… 모자라요?”

“아니, 맛이 있어서 한 숟가락만 더 먹을라고 했지.”

-“이제 그 숟가락 놓고 빨래 하라는 거 좀 보세요. 여기 내가 치울게요.“

“아 참, 아버지 저렇게 매일 소리 지르는 거 아무도 안 좋아한다.”

환식은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유신애는 설거지를 마치고 어지러운 식탁을 다시 한번 흘깃 보고는 작은 방 문을 슬며시 열어 보았다. 집이 비어 있던 것이 한 달 가까이 되어서 인지 온 집안에서 군내가 났다. 바닥에 깔려있는 이불도 한 달은 되었을 것이나 바닥 이불 아래 전기매트의 코드를 찾아 꽂고는 신애는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잠이 들려던 신애는 핸드폰이 울려 전화를 받았다. 

“ 나 여기 빨래방 왔는데 말리는 것까지 하려니까 만원은 드네. 그냥 집에서 해야겠다. 세탁기가 제대로 돌아는 가나 한번 보시오.” 

-“빨래방에 갔다고요? 빨래는 가지고 갔어요?”

“아니, 세탁기 돌아가나 그거 좀 보라니까”

-“돌아가겠지요. 이 집은 뭐 빨래 안하고 살까 봐요.”

“빨래 안 한다. 다 손으로 빨고 한참을 안 빨아 입고 하지.”

-“당신이 와서 보세요. 나는 모르겠어요.”

유신애는 부엌 뒤 편의 어지러운 다용도실의 모습이 다시 생각이 났는지 인상을 쓰며 전화를 끊었다. 
좀 전에 김기동의 식사를 차려주고는 부엌 뒤 편으로 갔던 유신애는 더러운 바닥과 먼지가 쌓인 물건들 사이를 쳐다보며 정리라도 하려는 듯 보였으나 다시 무언가를 찾는 듯 보였다. 장독을 보며 다가간 유신애는 뚜껑을 열며 안에 든 어떤 내용물을 찾는 듯 보였다. 다시 주방으로가 찬장을 열어보던 유신애는 새 비닐 봉지 몇 장을 찾아 꺼내어 들고 다시 다용도실로 갔다. 거기서 한 장독 뚜껑을 열어 된장을 조금 비닐 봉지에 퍼 담았다. 서너 개의 장독 뚜껑을 전부 열어 확인해 보고는 된장을 담은 비닐만 챙겨서 돌아 나왔다. 

다용도실 바닥에는 채소 찌꺼기와 먼지, 머리카락이 뒤엉켜 쓰레기장 같았고 그 안을 들어갔다 나왔던 유신애의 발바닥은 엉망이 되었다. 그때 마침 큰 소리가 나 문 앞에서 멈칫한 것이었다.
그 다용도실 한 켠에 세탁기가 있었는데, 통돌이 세탁기의 뚜껑은 떨어져 덜렁 거렸고, 세탁기 안에도 무언가 한참 담겨있었던 듯 보였다.  그래도 벽에 코드를 꽂으니 전원이 들어왔고 작동은 되는 듯 보였다. 

신애가 다시 작은 방으로 가서 누워 있는데, 그때 환식이 돌아왔다.

“왔어요? 세탁기 되는 것 같아요. 지금 빨리 돌리고 우리는 이제 가야되요. ”  

-“그래? 세제는 다 있나?”

“그거는 안 봤는데, 어디 있겠죠. 빨래를 하고 살면 세제가 어디에라도 있을 거에요.”

-“이 집에는 없을 수도 있다. 빨래 해놓고 저녁 차려드리고 내려가야지”

“저녁은 국 데워서 드리면 되고, 밥은 있어요. 차려만 놓으면 아버님 드실 수 있을 거에요.”

-“다 차려드리고 가야지. 은숙이 오늘 언제 올 줄 알고?”

“아까 당신이 일찍 가자고 했잖아요. 이제서야 저녁까지 다 차리고 간다고 해요?”

-“일단 시키는 대로 해.”

환식은 신애에게 통보 같은 이야기를 하고는 기동이 누워 있는 방 문을 열었다.  

“아버지, 정부 지원금이 나온답니다.”

-“뭐라고? 코로나 때문에 경제가 안 돌아 간다고 돈 쓰라고 정부에서 집집마다 백 만원씩 준다고 하네요.”

“백만원?”

자는 듯 보였던 기동은 눈을 번쩍 뜨고는 일어나 환식을 쳐다보며 말했다. 

“네, 4명 가족이 백만원이고, 이 집은 지금 가구수가 하나로 되어 있습니까? 은숙이가 별로 가구 입니까?”

-“은숙이 별도다. 엄마랑 내랑 두 명 한 가구 다.”

“그러면 60만원 나올 겁니다.”

-“두 명은 60만원 주나?”

“네, 어무이 것도 아버지가 받으니까 받으면 어무이 30만원 드리세요.  그리고 이거는 지난번에 생신 못 차려 드린 거 40만원 입니다. ”

-“명식이도 보냈나?”

“명식이 것이랑 합친 겁니다. 아까 미하 오마이가 우럭 장봐서 상 차려 드리고 또 저녁에 저녁 차려드리고 우리 는 내려갈랍니다.”

-“빨래는 했나?”

“빨래 이제 돌리고 널고 하면 됩니다. 아버지는 그냥 주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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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빌라 계단을 내려간 유신애는 골목에서 남편 김환식의 차를 발견했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핸드폰을 열었다.

“ 지금 내려왔는데, 어떻게 하라고요?”

김환식은 차 안에서 유신애의 전화를 받았다.

“ 그냥 저 쪽에 가 있어. 전염될 지도 모르니까 가까이는 오지도 말고.” 

유신애는 차가 보이는 방향 반대편으로 물러나 서 있었다.
김환식은 차 뒷 좌석에 앉아 있는 김기동씨를 쳐다보며, 

“ 아버지, 이제 내리세요. 올라 가시면 됩니다.” 
- “ 나 혼자 가라고?”
“ 천천히 올라가고 계시면 제가 바로 따라 갈게요. 수하 오마이가 식사도 다 준비해놨다고 합니다.”
- “ …… ”

김기동씨는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빌라안으로 들어가 천천히 계단을 걸어 올라갔다.   

김환식은 차에서 곧 따라 내리더니 김기동을 뒤따라 가지 않고 유신애가 서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 아니, 전염된다면서요,  왜 이리 와요?”
- “ 나는 안 걸린다. 식사는 다 준비 해놨어?”
“ 당신은 뭔데 안 걸리는데요? 지금 당신이 아버님이랑 제일 오래 있었잖아요.  그냥 내가 올라가서 밥 차려드릴게요. ”
- “ 걱정을 마시오. 내가 다 할 테니. 국만 뜨면 되나? ” 
“ 아직 더 할 게 있어요. 내가 갈게요.”
- “아 참, 전염된다고 해도.”
“ 아니, 걸렸으면 벌써 걸렸어요. 그리고 병원에서도 괜찮다고 내보내신 거잖아요. 그리고 당신은 지금 내 앞에서 침 다 튀기고 있으면서…  왜 그래요?”
- “내가 무슨 침을 튀겨? ”
“ 침방울이 튀는 게 사람 눈에 보였으면 이 사단이 났겠어요? 아우, 됐고, 지금 같이 올라가요.”

유신애는 앞서서 빌라 입구로 걸어 들어가 계단을 올라갔다. 3층에 다다르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신발부터 급하게 벗었다.

“아버님, 저 올라 왔습니다. 괜찮으세요? ”
-“왔나. 병원에서 오래 있었더니 기운이 없다. 엄마는?”
“어머님은 은숙이 아가씨랑 잘 있어요. 이따가 오신답니다.”
-“… 알았다. 밥 차려라. 배고프다.”
“네, 제가 거의 다 해놨어요. 차리기만 하면 됩니다.”

유신애는 급하게 나가느라 어수선한 부엌 싱크대 앞으로 다가가 정리를 시작했다. 끓여놓은 우럭 탕을 국그릇에 담고 밥도 펐다. 급하게 담아놓은 밑반찬들로 식탁을 차려냈고 이만하면 그럴 듯 하다는 표정으로 식사준비를 마쳤다.

“ 아버님, 식사하세요.”

유신애가 부르는 소리에 김기동은 벌떡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김기동은 식탁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막 먹으려다가 다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잠시 기도하는 듯하던 김기동은 다시 숟가락을 들고 국을 떠 입에 넣기 시작했다. 

“ 국이 입에 좀 맞으세요? 병원 밥이 맛이 없지요?”
- “ 아니다. 병원 밥 잘 나왔다. 반찬도 항상 새로한 것으로 세 가지 씩 싱겁게 해서 몸에 좋게 나오더라.”
“그래요?... 병원 밥이 좋네요.”

유신애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냉장고를 열어보며 무언가 찾기 시작했다.

“반찬 드시던 것은 통 안보이네요. 병원 들어가시기 전에 반찬 뭐 해 드셨어요? 아가씨가 뭐 해 주대요?” 
- “은숙이가 뭐 할 줄 아는 게 있어! 사다가 먹고, 얻어왔다고 주고 그랬지.”

그때 김환식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식사하고 계십니까?” 
“아버님 드시고 계세요. 당신도 같이 식사하세요. 그런데 그거는 뭐에요?”

유신애는 김환식의 손에 들린 봉지를 보고는 물었다.

“이거, 아버지 몸에 좋은 겁니다. 병원에서 퇴원하는 사람은 다 먹는 거라고 합니다.”
-“그게 뭔데?”

김기동은 정신 없이 밥을 먹다가 김환식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이게 꿀보다 좋은 거랍니다. 면역력에 그렇게 좋고 먹기도 참 좋아요.”
- “면역력에 좋아?”
“네, 오래 약 먹는 사람이 먹어도 좋고 아무 부작용이 없다네요.  원래 엄청 비싼 건데 해외에서 바로 사온 사람이 있어서 하나 부탁했어요. 이거 하루에 하나씩 드시면 됩니다.”

유신애는 김환식의 밥을 차리고 김환식이 들고 온 봉지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 당신도 식사 하세요. 이거 그거 네요.“
- “ 이게 그렇게 좋은 건데, 해외에서 바로 온 거라 더 좋답니다. 아부지.”
“ 어디서 구했어요?”
- “ 다 아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몰라도 되고.”

김환식은 김기동이 식사를 마치고 일어서자 그제야 반대편 의자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했다.   

“ 우럭 맛있네. 이거 얼마 주고 샀다고?”
- “ 2만원 가까이 줬어요. 그래도 물은 좋네요.”
“ 명식이 보고 돈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 은숙이 보고 좀 오라고 해야지, 집을 이래 놓고 갔네. 화장실이랑 부엌도 엉망진창이다...”
- “지금 청소할 시간은 안 되요. 저녁에 집에 가야 되요.  당신이 밥 먹고 나서 좀 치우세요. 나는 설거지 하고 재료 치우고 하면 시간이 없어요.”
“당신은 밥 안 먹어? 그 국물은 나중에 좀 드시게 남겨두시오.”
- “저는 배 안고파요. 나중에 집에 가서 먹을 라고요.”

김환식은 매운탕 한 그릇을 말끔히 먹어 치우고는 가스렌지로 다가가 놓여있는 매운탕 냄비 뚜껑을 열어 보았다.

그리고는 화장실 벽 한쪽에 세워져 있는 대걸레를 들고 와 집안 여기저기를 닦기 시작했다. 
바닥에는 옷 가지와 수건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의 구분이 모호한 상태의 물건들이 어수선하게 온 집안을 채우고 있었다. 김환식은 보이는 바닥만을 대걸레로 훔치며 그 외의 물건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는 듯 했다. 

김기동은 식사를 마치고 침대에 걸터앉아 정면의 시계를 쳐다보고 있었다. 환식은 기동을 쳐다보고는,

“아버지, 시계는 왜 보고 있으십니까?”
- “ 내 약 먹어야 된다.”
“ 30분 있다가 드시려고요? 30분 지나고 드시면 되지 시계를 뭐하러 보고 있습니까?”
- “ 까닥하면 시간 넘어가서 안 돼!”
“ 시간 조금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뭐 하러 그러고 계십니까?  티비나 보세요.”
- “약은 식후 30분 있다가 먹어야 되는 거야. 안 그러면 내장이 상해. ”
“그러면 지금 오늘 제가 갖다 드린 거 그거 드세요. 그거는 약이 아니라 천연 성분이라서 식사 후에 바로 드셔도 됩니다.”
- “ 그거 안 묵는다. 약 묵고…”
“그게 몸에 얼마나 좋은 건데 안 드신다고 합니까? 원래는 꿀보다 열 배는 비싼 겁니다. 로얄 젤리와 비슷한 거라고 합니다. ”
- “그래?”

김기동은 ‘꿀보다 열 배 비싸다’는 말에 잠시 관심을 두는 듯 보이다 다시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 보았다.

2시 5분 10초 11초 12초 13초....

김기동은 2시 10분이 되자 손에 들고 있던 약을 입안에 털어넣고 물을 마셨다. 식탁 위에는 여러개의 컵이 놓여 있었지만 용케 컵을 찾아 마시고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았다. 

(7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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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동네 마트로 들어간 유신애는 천천히 마트 안 물건들을 둘러보았다. 채소 코너에서 둘러보고 있는 중에 생선코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다가 거기로 다가갔다. 

“사모님, 오늘 생선 좋아요. 보세요. 조기, 자반 고등어 새로 들어왔어요. ”

“탕거리 뭐 좋은 거 있어요?”

“탕 끓이실 거면 우럭 이거 하세요. 물 좋습니다.”

“얼만데요?” 

“마리에 1만 6천원 입니다. 이거 하시면 제가 싹 장만해드리고 양념하고 미나리도 무료로 드릴게요.”

”근데 좀 비싸네요… 둘러보고 올게요.”

유신애는 생선을 쳐다보다가 다시 채소코너로 돌아왔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세요.”

“나 병원 도착했어. 집은? 엉망이지?”

“여보, 병원에 도착했어요? 집에 쓰레기 냄새가 너무 나서 쓰레기 먼저 버리고 지금 장보러 나왔어요.”

“쓰레기면 한달 전 쓰레기겠네. 은숙이는 쓰레기도 안 버리고 내뺐나? 하여튼. 앞에다 내놓으면 내가 버릴 건데, 버리지 말지 그랬어?”

“냄새가 너무 나서 안 버릴 수가 없었어요. 근데 점심으로 뭘 할까 싶은데…”

“아버지 좋아하시는 탕이나 하나 끓이지?”

“요기 마트에 생우럭이 싱싱한데 좀 비싸서 그냥 동태사서 찌개 끓일까 싶은데요?”

“우럭이 얼만데?”

“1만6천원 이라네요. 근데 그거 사면 양념도 주고 미나리도 서비스로 준다고는 하네요.”

“그거 사. 어차피 돈 걷었어. 그걸로 하면 되니까 우럭 사서 탕 끓이고 반찬 여러 가지 좀 하고 과일도 사고 해.”

“그래요? 그러면 알았어요. 잘 모시고 오세요.”
유신애는 전화를 끊자 마자 생선코너로 다시 돌아갔다. 

“아저씨, 우럭 장만해 주세요. 서비스 주신다고 했죠?”

“그럼요, 사모님. 오늘 우럭 진짜 싱싱해서 국물 잘 나올 겁니다. 여기 조개도 좀 보세요. 알이 굶고 싱싱하죠. 이것도 오늘 새벽에 올라온 겁니다. 이것도 하시면 싸게 드릴게요.” 

유신애는 잠시 망설이듯 하더니 

“그럼 조개도 주시고 미나리를 좀 많이 주세요.”

“아, 네 서비스 많이 드릴게요. 지금 마수걸이 해야 또 팔고 하지요.”

유신애는 통통한 생우럭을 손질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생선코너 직원은 약속대로 미나리를 푸짐하게 담아주었고 비닐 봉지에 담긴 찌개양념도 챙겨주었다.     

“많이 파세요.”

“맛있게 드시고 또 오세요.”

유신애는 우엉대를 들어 보다가 옆에 껍질을 벗겨 채 썰어 놓은 우엉 한 봉지를 집었다. 오징어 젓갈도 한 통 바구니에 담았고, 두부와 무, 대파, 송이버섯 한 봉지도 골랐다. 

가게 입구에 진열해 놓은 과일을 둘러보던 유신애는,

“과일 박스로 배달해주죠? “

라며 계산대 직원에서 물었다.

“네, 5만원 어치 사면 배달 해드립니다.”

”그러면 생선은 들고 갈께요, 사과 한 박스하고 이거 같이 배달 좀 해주세요.”

”네, 그러세요. 주소가요?”

유신애는 마트에서 계산을 끝내고 배달을 부탁하고는 우럭과 바지락만 손에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제과점에서 들어가 커피 한잔과 고로케 하나를 사 들고 나왔다.

집에 도착한 유신애는 창문을 열어 놓아서인지 냄새가 많이 빠진 내부로 다시 들어섰다. 집안 바닥은 온통 얼룩과 먼지가 가득했고 열린 화장실에서도 악취가 나왔다. 옆에 엎어져 있는 우레탄 실내화를 가져와 신은 유신애는 화장실 문을 닫아 버리고 부엌으로 갔다. 식탁 위에 잔뜩 올려놓은 약병과 물건들을 옆으로 슬쩍 밀어 두고는 의자에 앉아 사가지고 온 아메리카노를 홀짝 거리며 마셨고 고로케를 베어 물었다. 핸드폰에 카톡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림이 떴다. 

[카톡 메세지]
“지금 출발” 

잠시 앉아서 핸드폰을 보다가 커피를 다 마신 유신애는   사가지고 온 우럭을 봉지에서 꺼내 깨끗이 씻기 시작했다. 싱크대에서 깨끗한 냄비 하나를 찾아 물을 담고 가스불에 올렸다. 쌀을 찾아 밥통에 밥도 앉혔다.
아직 배달 시킨 물건을 기다리는 듯 다시 의자에 앉은 유신애는 냉장고를 열어 여기저기 뒤지기 시작했다. 부엌 옆 문을 열고 나가 무언가 찾는 듯 보이더니 그때 현관문 벨소리가 났다.

“배달입니다.”

“네, 잠시만요. 안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조심히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배달원은 아까 유신애가 마트에서 구매한 물건들을 가져다 주고 돌아갔다. 
유신애는 먼저 무를 꺼내서 납작하게 썰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무를 먼저 넣고 이어 우럭을 집어 넣었다. 생선가게에서 준 양념을 풀고 간을 한번 보았다. 그리고는 싱크대에 미나리를 풀어 씻기 시작하였다. 식탁에는 우엉봉지와 송이버섯 봉지가 남아있었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도착. 나올 준비해요.”

“아직 멀었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한 십 분이면 됩니다.”

유신애는 서둘러 우엉봉지를 뜯었다. 물에 대충 헹구어 냄비 하나에 담고는 간장과 물엿을 부어 가스불에 올렸다. 
식탁 위 송이버섯을 보다가 그냥 집어서 냉장고 안에 넣어 버렸다. 어지러운 식탁 위 물건들을 옆으로 밀어두고 오징어 젓갈통을 열어 반찬 그릇에 조금 옮겨 담아 두며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우럭탕이 얼추 끓었는지 뚜껑을 열어보다가 다시 전화를 받았다. 

“우리 이제 올라가니까 당신 지금 내려오시오.” 

“아직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는데요, 밥도 안 펐어요.”

“내가 할 테니까 당신은 그냥 내려와요.”

“당신이 한다고요? 그래요. 그럼”

유신애는 그대로 숟가락을 내려두고는 핸드폰과 지갑을 챙겨 현관으로 향했다. 그러다 뒤돌아 냉장고로 가더니 조개봉지를 급히 챙겨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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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김기동은 아침 식사를 대충 끝내고는 빠르게 짐을 챙겨서 침대에 걸터 앉아 있었다. 
퇴원 환자들을 데리고 내려갈 간호사가 병실에 도착했다. 

“김 할아버지, 오늘은 기분이 어떠세요? 퇴원하시면 그 동안 드시고 싶었던 것 드시고 편안하게 집에서 지내시면 좋겠네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 

김기동은 대꾸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어 전화를 걸었다. 

“니 어디고? 인제 나 내려간다.”

- “네, 아버지. 밑에 와 있습니다. 조심히 내려오세요.”

김기동은 아들이 와있다는 말에 표정이 밝아지며 간호사를 따라 병실 밖을 나갔다. 
비닐 커튼이 쳐진 복도에는 아무도 보이지를 않았고 퇴원하는 사람들만 몇 명 복도로 나와 합류했다.
계단으로 걸어 내려가며 김기동 씨는 옆의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누가 데리러 왔어요?”

- “... 저는 구급차 타고 갑니다.”

“구급차를 타요? 왜 자식들이 안 모시러 오고…”

- “다들 바쁘기도 하고, 괜히 병원에 왔다가 걸리면 어쩌려구요. 
구급차 타도 돈 안 낸다고 해서 그냥 타기로 했어요. 거기는 굳이 가족들을 다 불렀나 보네요.”

- “자식들이 당연히 와야지. 
지금 한 달 넘게 이렇게 병원에 있었는데 이제 집에 가면 자식들 보고 내 수발 들으라고 해야지요. 
가르쳐야지 그냥 놔두면 알아서 한 개도 안 합니다. 지들 마음대로 살지. 
어른이 딱 가르칠 거는 가르치고. 어디 효도를 모르면 그게 사람입니까? 금수만도 못하지.”

“그런데 중앙교회에서 오신 것 아닙니까?”

- “제일교회에서 왔어요.”

“아 네…” 

1층으로 나온 김기동과 다른 퇴원자들은 잠시 병원 측과 인사 나눈 후 병원 입구로 걸어 나왔다. 
같이 걸어 나온 사람이 건물 근처에 서 있던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과 만나며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고는 김기동 씨는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주위를 계속 두리번 거렸다.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 다른 퇴원자들을 따라 함께 큰 길 쪽으로 걸어갔다. 
찾는 얼굴이 보이지 않는지 긴장한 듯 보였다.    
길가로 차들이 보이기 시작하자 누군가 손을 흔드는 모습을 발견한 김기동 씨는 표정이 환해지며 손을 흔드는 방향으로 서둘러 걸어갔다. 
“아버지, 여깁니다. 여기!“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로 부르는 소리에 멈추어 서서 둘러보니 큰 아들 환식이 길 건너편에 서있는 듯 보였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김환식은 

“아버지, 접니다. 지금 서있는 그대로 앞 쪽으로 걸어오세요. 그리고 거기서 길을 건너세요.” 

김기동은 천천히 걸어서 아들 환식이 있는 곳까지 갔다. 

“아이고, 아버지. 다 낳으셨습니까? 얼굴은 좋으시네요. 앞 좌석  말고 뒤에 타세요.”

아들 김환식이 몰고 온 차 뒷 좌석에 탄 김기동은 대뜸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병원 안으로 들어와서 나를 태워야지 이렇게 멀리 차를 대고 와 있어?”

- “병원 안에 차를 대면 위험해서 안됩니다. 
밖으로 좀 걸어 나와서 만나면 안전하고 좋지요. 여기 경치 참 좋네요. 
마스크 벗지 마시고 앉아 계세요. 금방 집으로 갑니다.” 

“너 혼자 왔나?”

- “여러 사람 오면 안 되지요. 그 나쁜 코로나 균이 아직 다 안 없어져서 재활성화 될 수도 있다는데, 지금 음성이 나와도 재양성 나오는 사람이 수두룩 하답니다. 
회복되고 나도 폐에 자국이 남고 몸 어딘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병이랍니다. 
아버지 병원 들어가시고 환자가 얼마나 많아졌었는데요. 
아버지가 균 옮긴 사람도 꽤 될 겁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회복하셔서 다행입니다. 
아버지야 살만큼 사셨고 그래도 건강하게 더 사서야 되지만, 어머니는 몸도 약하고 저도 걸리면 큰일 나는 상황이지요. 
그래도 올 사람도 없고 장남인 제가 와야지요. 
말 많이 하지 마시고 그냥 기대서 주무세요. 
창문 일부러 열어 둔거니까 좀 불편하시더라도 참으세요. 
아침은 먹고 나오신 거지요? 점심은 집에 가면 다 준비가 되어 있을 겁니다. 
마스크 벗지 말고 그대로 앉아 계세요. 마스크 코 꼭 눌러서 쓰신 거 맞죠? 
그냥 그렇게 주무시면 됩니다.”

“잠이 와야 자지!”

- “잠이 안 오면 뒤로 기대서 눈을 딱 감고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

한참을 혼자 떠들던 김환식은 김기동을 차에 태우고 20분이 지나서야 차에 시동을 걸었다. 
경북 외곽에 위치한 병원에서 퇴원한 김기동씨를 태운 갈색 레간자 승용차는 어느새 대구 시내로 들어섰다. 
김기동의 빌라 아래에 도착한 승용차에서 김환식이 먼저 내렸다. 그리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도착했다. 지금 안 올라가니까 좀 치워놓고 나올부터 준비하라고.”

- “벌써 왔어요? 길이 하나도 안 막혔나 보네? 아직 국이 덜 끓었어요.”

“이 사람이 참… 얼마나 더 걸리는데?”

- “십 분이면 되요. 국만 조금 더 끓이고 상 차리면 되니까 바로 내려갈게요. 십분, 한 십오 분만 있어요.”

김환식은 아침에 병원으로 향하기 전 부인 유신애를 아버지가 사는 빌라에 내려주고 갔던 것이었다. 
유신애는 한동안 비어있던 방 청소를 하고 식사와 반찬을 준비하기 위해 시부인 김기동씨 집으로 먼저 갔다. 

이른 아침에 광주에서 출발해 대구에 도착한 유신애는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자 악취에 얼굴을 찡그렸다. 
악취가 온 집에 배인듯한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집안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옷들이 널려있었고 버릴 건지 아닌지 구분이 안 되는 물건들이 가구 위에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창문부터 열어 제낀 유신애는 부엌 싱크대로 가서 먼저 쌓여있는 더러운 그릇들을 설거지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서 나는 악취의 정체는 역시 음식 쓰레기였다. 
고작 한달 남짓 집을 비웠을 뿐인데 단 두 명이 사는 집이라 치면 몇 달은 쌓아 두었을 법한 양의 음식 쓰레기가 부엌 문 옆에서 풍겨왔다. 
재활용과 일반 쓰레기 구분이 안 되어 뒤섞인 여러 봉지들도 부엌 옆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뒤져서 가장 큰 비닐 봉투를 찾아낸 유신애는 먼저 음식 쓰레기를 담고 그 위로 다른 쓰레기들을 차곡차곡 올렸다. 그런 다음 비닐봉투를 현관문 앞에 옮겨두고 입구에 서서 집안을 훑어보았다. 

잠시 서서 생각을 하는 듯하던 유신애는 지갑을 챙겨 밖으로 나와 버렸다. 

쓰레기 봉투에서 풍기는 악취를 참으며 간신히 쓰레기가 담긴 비닐을 가까스로 빌라 앞 쓰레기장까지 옮긴 유신애는 뒤죽박죽 섞인 쓰레기를 분리수거 했고 마지막으로 음식 쓰레기를 음식 쓰레기통에 부어버리고는 도망치듯 쓰레기장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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